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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으로 계속 뻗어나고 있는 수도권전철망
 서울 외곽으로 계속 뻗어나고 있는 수도권전철망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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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을 말한다. 특히 수도권에는 수도권전철이라고 하여,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광역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1974년 인천과 수원, 성북까지 첫 개통된 광역철도는 현재 문산, 춘천, 신창(아산), 용문으로 이를 정도로 크게 확장되었다.

이러한 광역철도는 기존의 단선철도를 복선전철화하여 운행시키는 것이 보통이며, 분당선, 과천선처럼 신도시 지역에는 지하철도를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광역철도 기능을 하는 노선중 아직도 비전철 노선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의선과 경원선이다.

경의선과 경원선의 수도권전철(전동차)과 통근열차(디젤동차) 운행개념도
 경의선과 경원선의 수도권전철(전동차)과 통근열차(디젤동차) 운행개념도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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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은 원래 서울에서 평양을 지나 신의주까지 가는 노선이지만, 현재는 남북 분단으로 인하여 민통선 안에 있는 도라산역까지만 운행되고 있다. 다만 화물열차는 개성공단까지 운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의선은 2009년 7월에 일부 구간이 복선전철화되어 현재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북쪽으로 문산역까지만 복선전철화가 되어서, 문산~임진강~도라산 구간은 기존과 같은 비전철 일반철도 형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입장 수속이 필요한 도라산역은 차치하더라도, 문산~운천~임진강 구간이 기존 철도 형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아쉽다. 이 때문에 경의선 전철을 이용하여 문산역에 도착한 승객이 임진강역까지 가려면 문산역 바깥으로 나와 전철 승차권이 아닌 철도 승차권(기차표)을 따로 구입하여 임진강행 열차를 타야하는 실정이다.

이는 경원선도 마찬가지로서, 1호선 소요산역까지는 수도권 전철화가 되어 있지만, 그 이북은(신탄리역까지) 일반철도로 남아 있는 관계로, 승객들은 동두천이나 소요산에서 새로 기차표를 구입하여 열차를 바꿔타야 한다.

경의선 임진강역에 운행중인 도시통근형 디젤동차(열차명: 통근열차)
 경의선 임진강역에 운행중인 도시통근형 디젤동차(열차명: 통근열차)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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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본인은 연속적인 동일한 노선인데도 기차표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경의선 문산~임진강 구간과 경원선 동두천(소요산)~신탄리 구간에 교통카드 시스템을 설치할 것을 철도 운영기관인 코레일에 요청하고 싶다.

물론 이 같은 제안에는 비용효율성을 중심으로 많은 반대가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반대는 해당 구간에 수도권전철과 똑같은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사정에 맞는 최적화된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우선 수도권전철내 교통카드 시스템의 특징은 자동 개집표기를 통하여 운임내 영역(paid area)과 운임외 영역(free area)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승객은 개집표기에서 교통카드를 승차태그하고 운임내 영역을 들어가서 열차를 이용한 뒤에, 다시 개집표기에 하차태그를 한 뒤 운임외 영역으로 나온다.

수도권전철에서 사용중인 폐쇄형 자동개집표기. 역 구조 건설과 시스템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수도권전철에서 사용중인 폐쇄형 자동개집표기. 역 구조 건설과 시스템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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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경의선, 경원선 통근열차가 운행되는 역들은 임시승강장이나 직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이 있는 등 규모가 작으므로, 이렇게 역내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동개집표기를 이용한 영역 구분보다는 차라리 승강장 한 가운데에 버스에서 쓰는 것 같은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두고 승객이 이를 스스로 태그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이렇게 역내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승객이 스스로 태그하도록 하는 방법은 경춘선 좌석형 2층 급행열차인 ITX-청춘이나, 공항철도의 용유차량기지 임시역 내부 등에서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공항철도나 경춘선에서 쓰는 승강장 단말기를 쓸 수도 있고, 더욱 간단하게는 승강장에 설치된 버스용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열차에 올라타면 된다
 공항철도나 경춘선에서 쓰는 승강장 단말기를 쓸 수도 있고, 더욱 간단하게는 승강장에 설치된 버스용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열차에 올라타면 된다
ⓒ 한우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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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산역이나 동두천역처럼 역의 규모가 크고, 승객의 동선제한이 가능한 곳에서는 기존 수도권전철과 같이 자동개집표기를 설치하여 교통카드를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

아울러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고 이용하는 무임승차자들은 차내에서 기동검표를 하여 단속이 가능하다. 승무원이 휴대용 교통카드 인식기를 지참하여 열차에 탑승한 뒤, 의심 가는 승객에게 교통카드를 요구한다. 그리고 승객이 교통카드가 없거나 태그가 안 된 교통카드일 경우, 부가금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수도권전철과 마찬가지로 30배의 부가금을 받아낸다면, 무임승차자 30명 중 1명만 잡아내도 운임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하철 회사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교통카드 정산기와 기동검표 신분증
 지하철 회사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교통카드 정산기와 기동검표 신분증
ⓒ 서울시, 부산교통공사,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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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의선, 경원선 통근열차로는 전동차가 아닌 디젤동차가 운행되고 있어서, 교통카드를 쓸 수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교통수단은 차량시스템이 아닌 기능에 의해 구분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지하철과 버스도 전혀 다른 시스템을 쓰고 있지만 요금이 통합되어 있는데 이는 도시교통수단이라는 기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경의선의 경우 서울역부터 문산역까지는 전동차, 문산역부터 임진강역까지는 디젤동차이지만, 기능적으로는 똑같이 도시 간을 연결하는 광역철도이므로 동일한 교통카드 시스템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를 벗어난 춘천이나 신창까지도 수도권전철의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차량시스템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경기도 파주시의 임진강역까지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갈 수 없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경의선과 경원선에 사용되고 있는 디젤동차는 무궁화호 같은 특급형이 아니라, 애초에 도시통근형으로 만들어진 차량이다. 차량이름부터 CDC(Commuter Diesel Car)라고 하여 통근기능을 강조하고 있으며, 차내에도 지하철과 같은 롱시트가 절반정도 설치되어 있다. 결국 전기가 아닌 디젤엔진으로 동작할 뿐 기능적으로는 광역철도 차량인 만큼 교통카드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경의, 경원선 일반열차는 디젤동차이지만 통근형에 가깝게 제작되었다
 경의, 경원선 일반열차는 디젤동차이지만 통근형에 가깝게 제작되었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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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디젤동차는 전기모터가 아닌 내연기관을 사용하므로 동력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운임체계를 차별화시킬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광역전철 전동차를 타다가 문산역이나 동두천역(소요산역)에서 디젤동차로 갈아탈 때는 기본요금을 500원 더 내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요금이 더 비싼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때 추가 요금을 내는 방식은 현재 수도권의 광역급행버스나 신분당선 전철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광역버스와 신분당선은 갈아탈 때 기본요금을 추가로 받는 형태이다
 광역버스와 신분당선은 갈아탈 때 기본요금을 추가로 받는 형태이다
ⓒ 경기도, 신분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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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하나의 교통카드로 전국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통카드 전국호환(One Card All Pa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된 표준도 만들어지고 있고, 호환작업도 상당부분 진척되어, 서울의 교통카드를 가지고 지방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교통수단이 교통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교통카드 전국 호환사업도 무용지물이다. 경의선 문산~임진강 구간과 경원선 동두천~신탄리 구간은 차량시스템만 따지고 들면 일반철도 구간처럼 보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수도권전철과 다름없는 광역철도 구간이다. 하나의 광역철도에서 차량 시스템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오히려 해당 지역에 최적화된 저비용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여 승객이 하나의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계속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의 교통 편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선입견과 달리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으며, 요금정책은 시스템 단위로 제어할 수 있으므로 철도운영자 입장에서 운임손실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디젤동차의 높은 동력비는 환승시 기본요금을 추가로 받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노인들도 기차표를 구입해서 이용하였지만, 교통카드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고 해서 노인을 무조건 무임으로 수송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현재 부산김해경전철은 교통카드 시스템을 쓰고 있지만, 노임무임수송 제도가 없다.

코레일의 현행 종이승차권들과 새로 개발중인 코레일 전국호환 교통카드(좌측 하단)
 코레일의 현행 종이승차권들과 새로 개발중인 코레일 전국호환 교통카드(좌측 하단)
ⓒ 한우진,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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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업자인 코레일 입장에서도 경의선, 경원선 외곽 구간의 교통카드 시스템 도입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다. 현재 이 구간은 기존의 기차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서 지속적인 자원(종이)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간이역에서는 승객들이 매번 차장에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따라서 승객은 미리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열차에 오르고, 차장은 일일이 승차권을 발매할 것 없이 무임승차 기동단속만 하는 식으로 한다면 업무가 훨씬 간편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코레일에서는 정부의 교통카드 전국호환 정책에 발맞추어 전국교통카드(일명 코레일패스) 기술개발을 마치고 이를 상용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교통카드를 쓰던 곳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카드 소외지역이던 곳에 저비용 고효율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코레일에서는 광역철도 기능을 가지면서도 차량시스템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통카드 체제에 포함되지 못하여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어왔던, 경의선(문산~임진강), 경원선(동두천~신탄리) 구간에 교통카드 체제 도입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승객의 편의 개선, 기존 시스템의 고도화, 타 교통수단과의 원활한 환승 등 많은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wo.to),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코레일, #통근열차, #교통카드, #노선도,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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