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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한국미래발전연구원(원장 김용익)은 지난해 5월부터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에 의뢰해 매달 전국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정치지표조사를 실시해왔다. 조사방식은 국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유권자비례 무작위추출을 통해 ARS/RDD(Random Digit Dialing) 유선전화조사로 실시했다. 통상 표본수는 1000~1500명,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2.5%p였다.

 

리서치뷰는 한국통신(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전화 표집틀(Sampleing Frame)의 오차를 극복하기 위해 KT전화번호부 등재전화와 비등재전화의 비율을 각각 30~40% vs 70~60%로 할당해 조사해 왔다. 그럼에도 유선전화 표집틀을 사용하는 한 근본적 한계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리서치뷰는 이번 달부터 5270만 9084명에 달하는 휴대전화가입자(2012년 3월 말 현재)를 대상으로 ARS/RDD 방식의 정례조사를 실시했다.

 

'100% 휴대전화조사'는 현재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이 대체로 유선전화를 대표적인 표집틀로 사용하면서 부분적으로 패널 휴대전화조사를 가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조사기법으로,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은 대통령선거에 좀 더 적합한 여론조사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첫 휴대전화조사에서 나타난 주목할 만한 여론의 흐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산업화 세대가 가고 민주화 세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전/충청권의 민심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정치지도자에 대한 선호가 '선글라스'에서 '밀짚모자'로 바뀌고, 대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중원'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선글라스'는 한강다리를 건넌 박정희 소장을 상징하고, '밀짚모자'는 퇴임후 낙향해 농사를 지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산업화 세대가 가고 민주화 세대가 오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항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최초로 앞질렀다는 점이다.  "여덟 명의 전·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또는 조금이라도 더 호감가는 대통령이 있다면 누구입니까?"는 질문에 응답자의 33.8%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29.4%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김대중(13.1%) > 이명박(8.0%) > 전두환(5.0%) > 김영삼(1.4%) > 이승만(1.2%) > 노태우(0.8%) 순으로 나타났다(무응답은 7.3%).

 

18년간 통치한 박정희는 그동안 민주화 이후 직선으로 선출된 역대 5년 단임제 대통령 중에서 어느 누구도 넘지 못한 '벽'이었다. 역대 조사에서 두 사람의 호감도가 가장 근접한 것은 1년 전인 2011년 5월 9~10일 리서치뷰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했던 때로 '노무현 30.3% vs 박정희 31.9%'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대별로 20대에서 40대까지 고르게 노무현 전 대통령 호감도가 더 높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대 이상에서만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이러한 세대별 호감도의 차이는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세대들의 퇴조와 더불어 민주화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80년대 민주화 과정에 적극 참여했던 40대와 그리고 이후 민주화 시대를 경험하며 누리고 있는 20대에서부터 30대까지의 세대가 우리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 시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와 맞물린 배경도 있지만, 국민들의 인식에도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래연'이 같은날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별도의 '전·현직 대통령 평가조사' 결과를 보면, 역대 대통령들의 재출마시 지지 여부를 묻는 설문에 ▲ 노무현 '지지 47.7% vs 지지 안함 46.7%' ▲ 박정희 '지지 50.5% vs 지지 안함 45.7%'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듯, 노무현 대통령 직무평가도 '잘함 62.7% vs 잘못함 35.6%'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27.1%p 앞질렀다.

 

이러한 세대 변화는 다가올 한국 정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하겠다. 산업화를 이끌었고 정치적으로 보수를 지지한 세대가 갈수록 퇴조하는 반면, 민주화를 이끌고 진보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세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안일원 대표는 "이런 흐름으로 볼 때 한국 사회는 수구적 보수와 급진적 진보는 약화되고,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가 공생하는 시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선 전략적 요충지인 충청권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충청권의 변화다. 지난 16~17대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을 누가 탈환하느냐가 오는 12월 대선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충청권에서는 겨우 지역구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대전·충청권 25개 지역구의 과반에 육박하는 12명을 당선시켰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도 37.9%를 얻어 33.3%에 그친 민주통합당을 앞섰다. 그러나 이번 휴대폰조사에서는 충청권 표심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먼저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항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전국 평균(33.8%)보다 8.4%p 더 높은 42.2%의 지지를 받았다. 42.2%는 지역별로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지역별로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서울(35.9%), 인천(38.2%), 경기(31.7%), 충청(42.2%), 부산/울산/경남(31.6%), 강원/제주(33.3%)에서 모두 1위였고, 박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43.7%),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36.6%)에서만 1위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이명박 대통령 직무평가에서도 충청권(27.4%)의 긍정평가는 전국 평균(30.2%)에 비해 2.8%p 낮아진 반면, 부정평가는 전국 평균(65.9%)보다 6.6%p 더 높은 72.5%로 나타났다. 충청 민심이 광주/전남북(긍정평가 12.9% vs 부정평가 85.2%) 다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충청권의 정당지지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전국 평균(38.9%)보다 1.6%p 낮은 37.3%의 지지를 기록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전국 평균(32.4%)보다 11.7%p나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득표율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은 '37.9% → 37.3%'로 거의 변화가 없지만, 민주통합당은 '33.3% → 44.1%'로 10.8%p나 급상승한 것이다.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15.1%를 득표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9%를 기록했다.

 

이같은 충청 민심의 변화에 대해 안일원 대표는 "충청권을 대변할 수 있는 거물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충청권 정서와 맞물려 정치적 존재감이 현저히 약화된 선진당 지지층이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 지지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박정희와 함께 '거사'(군사쿠데타)를 기획해 집권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정계은퇴한 이후 움트기 시작한 '충청 정치인 대망론'이 민주당 지지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태그:#노무현, #박정희, #리서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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