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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메이데이 기념 행사가 열린 가운데,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부터 유니온스퀘어까지 행진을 하고 있는 월가 점거 시위대.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메이데이 기념 행사가 열린 가운데,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부터 유니온스퀘어까지 행진을 하고 있는 월가 점거 시위대.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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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미국 월가 점령시위를 촉발한 동기는 소득불균형이었다. 실업자는 넘치고 생계를 위협당하는 극빈자가 거리로 쫓겨났지만 떼돈을 버는 사람은 여전했으며 상위 소득자의 전체 소득 점유율은 높아만 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휩쓴 '점령하라' 시위가 한국에서는 미미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돈 부자들의 소득점유율은 어떨까? 작년에는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2006년의 경우 16.6%라고 했다. 오이시디(OECD) 주요 19개국 평균 9.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농민계층 내 소득불균형이다. 놀라지 마시라. 지난 5월 8일자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에 실린 장상환 선생의 분석에 의하면 2010년 118만호 농가의 상위 1.4%의 소득은 전체 농업소득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확대일로의 도농 소득 격차에다 농업 내 소득 격차가 이 정도라니 끔찍한 수준이다.

도-농, 농가 간 소득격차 심각

이는 고소득농가 중심의 농정 때문이다. '2015년까지 매출 1억 원 이상 경영체 10만 개 육성'이라는 정책은 농업계층 내 소득격차를 더 키울 것이 뻔하다. 소득불균형이 심해지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사회복지제도의 발달은 기실 그 뿌리가 사회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래서 복지제도를 사회안전망이라 부르며 영세민이라는 말 대신에 기초생활수급자라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민기본소득제는 무엇인가? 또 다른 농민복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복지제도는 약자의 삶을 대단히 방어적·시혜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농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월급처럼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는 그렇지 않다. 복지제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농민들의 생활 안정성을 높이고 시장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제도다. 농민의 소득 수준에 따라 수급여부와 수급액이 달라지는 '기초생활소득보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해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이다.

귀농인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귀농인 영농교육 모습
 귀농인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귀농인 영농교육 모습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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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여타의 소득수준과는 상관없이 모든 농민에게 일정액을 월급처럼 지급하는 것이다. 아직 한 번도 공론화 된 바가 없으니 그 개념에 대한 이해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개념은 사회신용론(Social Credit)을 제기 한 영국의 학자 클리포드 더글러스에게서 처음 나왔다.

사회신용론은 현대 금융자본주의 하에서의 가장 진보적인 경제이론으로서 신용의 사회화와 국민배당, 그리고 정당가격이라는 논리로 되어 있는데, 당장 우리 농민들에게 적용을 고려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시장가격이 고전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은행신용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에서 이 이론이 출발했다. 화폐는 상품이 아니라 분배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에 기초한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농민기본소득보장제를 우선 실시하자는 것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중화학공업화 된 화학농업을 빼고 농민들의 농사행위 자체는 사회공익 행위이다. 농업의 유지와 존속은 인간의 삶, 나아가 도시의 유지에도 절대적이다. 붕괴되어가는 농민들의 삶에 긴급수혈이 필요한 때다.

지난 4월부터 일본에서는 일종의 '농부월급제'를 도입했다. 올해만 총 130억 엔(약 1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매년 1만 명 수준인 신규 취농자수를 2만 명 수준으로 늘리며, 예산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45세 미만인 사람이 귀농을 하면 웬만한 도시 근로자 연봉과 맞먹는 연간 150만 엔(우리 돈 약 2170만 원)씩 7년간 모두 1050만 엔(약 1억5188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일본의 농업붕괴에 대한 긴장과 대응이 짐작할 만하다. 농업인구 감소와 노령화의 진척이 우리보다 심각하다고 하지만 가히 혁신적인 조치다.

다시 정리하자면, 농민기본소득제는 긴박한 소득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서이며 농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농업, #기본소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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