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쁜 조개를 고르고 있어요.
 예쁜 조개를 고르고 있어요.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요즘이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평소 시원하던 에어컨 바람마저도 시원한 느낌이 없다. 매사 무기력해진다.

시원한 산이 그리워진다. 탁 트인 바다가 그리워진다.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와 파도소리,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랑 같은 마음일까. 요 며칠사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고 있다.

아빠께서 섬에 가신다고 했다. 귀가 솔깃했다. "따라가도 되냐"고 여쭸더니 아빠께서도 반기셨다. 난 시원한 바다를 생각하며 친구 둘이랑 함께 아빠를 따라 나섰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신안 증도다.

증도는 예전에 몇 번 가본 곳이었다. 염전이 많았고 갯벌이 넓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해수욕장도 있었다. 난 친구들이랑 해수욕장을 떠올리며 즐거웠다.

바다도 더위를 먹었을까

바닷가 풍경이에요.
 바닷가 풍경이에요.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따끈따끈한 바다~~
 따끈따끈한 바다~~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증도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다짜고짜 바닷물을 향해 달려갔다. 맨발에 와닿는 모래가 불에 달궈진 온돌처럼 느껴졌다. 너무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참고 달렸다. 저기서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를 보면서. 우리는 모이를 본 참새처럼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그런데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바다도 더위를 먹었을까. 아니면 누가 불이라도 지펴서 바닷물을 데워 놓았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닷물이 시원하지 않았다. 내가 정녕 바닷물에 발을 담근 게 맞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서남해안의 바닷물이 미지근해서 해수욕하기 좋다지만  이건 미지근한 정도가 아니라 따뜻했다. 시원한 바닷물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우리는 금세 바닷물에 적응을 했다.

이게 제가 원한 각도~!!!><
 이게 제가 원한 각도~!!!><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하나! 둘! 셋!  폴짝!!!
 하나! 둘! 셋! 폴짝!!!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친구들과 나는 바닷물을 첨벙첨벙 뛰어다녔다. 더위도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조개도 찾아보고 조개껍데기도 모았다. 그 모습을 저만치서 아빠께서 카메라에 담고 계셨다.

나는 아빠를 불러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아빠는 흔쾌히 응하셨다. 우리는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다 잡아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백사장 한쪽으로 가서 한적한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바닷가에서 흔히 찍는 포즈인 친구들과 함께 뛰어오르는 장면도 연출했다. 우리는 한번 뛰고, 또 뛰고...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을 뛰었다. 그리고 또 뛰었다. 처음에는 힘든 줄 몰랐는데, 나중엔 힘이 들었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함께여서 재미있었다.

침범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갯벌

어디어디 있나~!?
 어디어디 있나~!?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빼꼼~~~
 빼꼼~~~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아빠께서 "이제 그만 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더 뛸 수 있었는데... 우리는 이번에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갯벌로 달려갔다. 갯벌에서 짱뚱어라도 잡아볼 생각으로 슬리퍼를 벗어던진 채 맨발로 그냥 뛰었다.

하지만 갯벌은 우리의 침범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보기와 달리 발이 푹-푹- 빠졌다. 우리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서로 끌어안았다. 그러자 셋이서 함께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갯벌에 넘어지고 말았다.

짱뚱어도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새 갯벌에 난 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보이는데, 잡을 수는 없었다. 농게와 칠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짱뚱어나 게 잡는 것을 포기하고 머드팩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벌의 옷을 준비해오지 않아서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전신 머드팩은 하지 못하고 팔과 다리만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진흙을 발라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갯벌에서 놀다 지쳐 고개를 들어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해서일까. 괜스레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피부도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실망을 준 바다였지만 지나서 생각해 보니 즐거움을 준 바다였다. 모처럼 하루 재미있게 보냈다.

짱뚱어 다리 위에서~
 짱뚱어 다리 위에서~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짱뚱어 다리를 내려가고 있어요~
 짱뚱어 다리를 내려가고 있어요~
ⓒ 이슬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7월 29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우전해수욕장, #짱뚱어다리, #증도, #신안, #슬로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