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경주 뮤지컬계에서 남경주라는 이름 석 자는 ‘원조 뮤지컬 배우’, 혹은 ‘1세대 뮤지컬 배우’로 통한다. 그만큼 관록 있는 배우이자, 동시에 대중에게 뮤지컬이 대중화하기 이전부터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온 배우이기에 이러한 칭호로 불리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대배우다

▲ 배우 남경주 뮤지컬계에서 남경주라는 이름 석 자는 ‘원조 뮤지컬 배우’, 혹은 ‘1세대 뮤지컬 배우’로 통한다. 그만큼 관록 있는 배우이자, 동시에 대중에게 뮤지컬이 대중화하기 이전부터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온 배우이기에 이러한 칭호로 불리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대배우다 ⓒ 남경주,악어컴퍼니


뮤지컬계에서 남경주라는 이름 석 자는 '원조 뮤지컬 배우', 혹은 '1세대 뮤지컬 배우'로 통한다. 그만큼 관록 있는 배우이자, 동시에 대중에게 뮤지컬이 대중화하기 이전부터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온 배우이기에 이러한 칭호로 불리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대배우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예부터 지금까지 줄곧 변하지 않는 열정 하나로 달려온 배우다.

인터뷰를 통해 깨달은 것이 많았다. 한 줄의 질문에 답변하는 그의 대답은, 인생이라는 무대를 통해 깨달은 다양한 관록이 녹아 있는 답변이었다. 인터뷰어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귀중한 답변이 주옥처럼 곳곳에 녹아 있는 인터뷰였다.

뮤지컬 <라카지>는 1983년에 만들어진 공연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뮤지컬이 처음 만들어진 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관객과 만나는 공연이다. 한국 초연의 뮤지컬을 준비하는 가운데 어떤 노고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라카지> 미국 토니어워즈 3번씩이나 석권...동성애 소재로 국내에선 초연

"처음에는 연습하는 것이 퍼즐 맞추듯이 조각조각 들어맞질 않아서 다들 고생하잖아요. 이번 연습은 다른 라이선스 공연에 비해 약간 더 힘들었어요.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색했다고는 하지만, 내용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연출자가 각색을 많이 한 작품이에요.

배우는 이를 무대에서 소화해야 하니까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동선이 있다면 무대 위에서 제가 고생하게 되어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소화하기 위해 애를 많이 먹었죠. 하지만 이렇게 관객 분들이 무대 위에서 호응해 주시니까 보람도 크고 성취감도 큰 거 같아요."

뮤지컬 <라카지>는 아들 장미셀이 결혼으로 인연을 맺는 예비 사돈이 극우 보수주의자다. 아들이 원만한 결혼 승낙을 예비 사돈으로 받아내기 위해서는 조지-앨빈 부부가 동성애 부부라는 사실을 반드시 숨겨야만 한다. 원만한 상견례를 위해서는 남편인 조지가 아내 앨빈을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한다. <라카지> 속 조지의 어떤 모습이 남경주 배우의 어떤 모습과 닮았는지가 궁금했다.

"아내 앨빈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조지의 모습이, 결혼하고 제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거 같아요. 일편단심으로 아내 앨빈만 사랑하는 조지의 모습도 실생활 속의 제 모습이고요. 극 중 아들인 장미셀에 대한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은 제 사랑스러운 딸에게 느끼는 감정과 똑같이 느껴졌어요. 남경주가 조지를 맡았지만 저인지 조지인지 모를 정도로 동일시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1984년과 2005년, 2010년 세 번에 걸쳐 미국의 토니어워즈를 석권하였건만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간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던, 동성애라는 특별한 소재를 다루는 <라카지>를 준비함에 있어 어떤 애로점이 있었을까.

"게이 커플을 다룬 작품인지라 관객 분들이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염려스러웠어요. 하지만 제가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어요. 왜냐하면 관객은 게이라는 정체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들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니까 예를 들어 고민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하고 살아갈까 하는 모습을 관객이 보기를 원하는 것이지 게이에 초점을 맞추고 관람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최근에 했던 작품들 가운데서 <라카지>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가졌던 작품은 <아이 러브 유> 이후 오랜만인 것 같아요. 당시 <아이 러브 유>는 중극장 규모의 공연이었어요. <라카지>처럼 대극장 규모의 공연에서 폭발적인 피드백은 처음이에요. 처음엔 당혹스러울 정도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가만 보니, 주인공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서 진실되게 애를 쓰는 모습이 관객에게 재미있게 비춰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경주 남경주가 출연한 최근의 작품들은 <넥스트 투 노멀>과 <시카고>,<라카지>다.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인 <시카고>를 제외하고는 두 작품 모두 한국 초연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만일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려고만 하고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한국 초연작을 연거푸 선택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남경주는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 남경주 남경주가 출연한 최근의 작품들은 <넥스트 투 노멀>과 <시카고>,<라카지>다.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인 <시카고>를 제외하고는 두 작품 모두 한국 초연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만일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려고만 하고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한국 초연작을 연거푸 선택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남경주는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 악어컴퍼니


남경주의 연속 초연작 출연...매너리즘에 대한 경계

남경주가 출연한 최근의 작품들은 <넥스트 투 노멀>과 <시카고>,<라카지>다.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인 <시카고>를 제외하고는 두 작품 모두 한국 초연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만일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려고만 하고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한국 초연작을 연거푸 선택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남경주는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짚었네요. 저는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결혼하고 나서 한동안, 제가 늦게 결혼을 했기 때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아내를 위해, 아기를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고 느껴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약간이나마 늦췄죠.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좀 천천히 가자.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감격스러운 일들이 배우 생활하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가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가정이 안정되고 아이도 자라면서, 머물러만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 싫어 '다시 한 번 용기를 가져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그래서 <넥스트 투 노멀>과 <라카지>라는 새로운 두 작품에 도전을 했는데, 역시 확실한 작품보다는 불확실한 작품에 도전을 했을 때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도전인 거 같아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작품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자신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이 고이면 언젠가는 썩는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뮤지컬 연기에 있어서도 그는 물이 고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새로운 작품에,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건 부담이 컸다. 그래서 그는 때를 기다렸다.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야 할 '때'를 말이다. 배우 남경주는 익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되 가정이 안정될 때를 기다렸던, 참다운 '때'를 아는 배우였다.

아들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뮤지컬 속 조지-앨빈 부부도 아들인 장미셀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아들의 원만한 상견례를 위해 애쓴다. 남경주도 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와이프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일었을까.

"당연히 있죠. 아이가 떼를 쓸 때 내가 볼 땐 괜찮을 거 같은데 와이프는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왜 그러냐, 내가 옆에서 지켜볼 테니까 허락해라. 만약에 위험하면 내가 막아줄 테니 아이의 요구대로 해 주자'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뮤지컬 <라키지> 남경주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①]'때'를 아는 배우 남경주..."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인터뷰②]배우 남경주 "생의 파도를 넘기위한 신념이 내 힘"

남경주 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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