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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분실·도난·파손의 위험으로 휴대전화를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험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보험 상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지요(관련기사 : 스마트폰 보험처리 이렇게 해야 손해 안본다).

지난 14일 새벽, 저는 휴대전화(아이폰4)를 분실했습니다. 하여 통신사에 보험처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통신사 직영대리점에 방문해 확인해보니 제가 2년 전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분실·도난·파손 등의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했고, 매달 4000원씩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분간 전에 사용하던 피처폰(일반폰)을 사용하려고 집에 굴러다니는 낡은 휴대전화기를 들고 대리점에 찾아갔는데, 막상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했습니다.

보험 보상받는 게 새로 사는 것보다 더 손해

출시 1~2년이 지난 스마트폰 판매 가격
 출시 1~2년이 지난 스마트폰 판매 가격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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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직원은 제게 "2년 약정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기기 변경을 하면 새 기계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며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나온 새 스마트폰 구입을 권유했지만, 저는 나중에 신형 아이폰을 구입할 계획이어서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통신사 직원은 제게 사용 중이던 스마트폰을 분실로 보험 처리하는 경우의 보상 내역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듣고 나니 보험으로 보상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 직원에 따르면 2년 약정기간을 열흘 정도 남겨둔 저의 경우, 분실을 사유로 보험처리를 하면 32만6000원(유심칩 5500원 제외)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그동안 제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새로 사면 36만3000원인데 말입니다(2년 동안 60만 원 정도 값이 떨어졌습니다).

24개월 동안 4000원씩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 처리를 하는데도, 기기 출고 가격 94만6000원에서 보험 보상한도 70만 원을 뺀 나머지 24만6000원에 자기부담금 8만 원을 포함, 총 32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보험처리하는 것과 같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는 것의 차액은 겨우 3만7000원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 보험 보상내역과 새폰 구입 비용 비교
 스마트폰 보험 보상내역과 새폰 구입 비용 비교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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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낸 보험료가 바로 그것인데요. 24개월 동안 매월 4000원씩 낸 금액의 총합은 9만6000원이니 스마트폰을 보험처리하는 것은 같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5만9000원 손해입니다.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의 경우, 몇 달에 한 번씩 신제품이 쏟아집니다. 또 아이폰의 경우에는 매년 신제품이 나오면 구형 제품의 가격이 급락하기 때문에 결국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사들이 스마트폰(휴대전화) 보험 약관을 일방적으로 통신사에 유리하게 만들어놓고 약관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를 분실하면 보험 처리를 다 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기값 내려가면, 소비자만 손해보는 스마트폰 보험

스마트폰 보험 보상 기준
 스마트폰 보험 보상 기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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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출시 2년이 지난 휴대전화를 지금 구입하면 36만3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보험처리를 하는 경우 초기 출고 가격인 94만6000원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입니다(아이폰4의 경우).

만약 기기 가격을 2년이 지난 현재 판매가격(36만3000원)으로 적용할 경우 보험 한도가 70만 원이니 소비자는 자기부담금 8만 원만 내면 보험을 통해 동일 기종 스마트폰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보험 처리를 할 때 2년 전 기기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 소비자들이 사실상 보험 처리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리점 직원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기 변경을 권유, 최신폰을 또 다시 할부로 구입해 2년 약정의 노예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스마트폰의 경우 자동차 보험과 달리 현금 보상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보험회사의 보상수리 대신 폐차를 선택하고 현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현금 보상을 해주지 않고 현물로만 보상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선택권을 빼앗긴 것과 다름없습니다. 말 그대로 불리한 계약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분실, 완전 파손의 최고 보상한도가 70만 원이기 때문에 기기로 보상받는 대신 현금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똑같은 폰을 36만3000원에 구입하고도 33만 원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보험에 가입할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잃어버리는 경우 자기부담금(저의 경우 8만 원)만 내면 동일 기종 스마트폰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상을 받으려 하면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손해를 보면서 부담을 져야 하니 소비자들은 보험 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애플은 미국서 아이폰5를 출시하면서 구형 기종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습니다. 미국에서 아이폰4S(16G)는 99달러, 이번에 제가 보험 처리를 하려고 했던 아이폰4(8G)는 무료로 풀렸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마트폰 보험 처리를 할 때는 이미 미국에서 '공짜폰'이 된 스마트폰의 2년 전 단말기 출고가격 94만6000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스마트폰 분실·완전파손 보험 약관을 공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마트폰, #아이폰, #갤럭시, #분실보험,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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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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