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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연둔리 숲정이. '아름다운 마을숲'이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아름다운 마을숲'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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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참 좋다. 가을바람의 유혹에 몸과 마음이 흔들린다. 차를 몰아 시외로 나간다. 그냥 쌩- 달리기엔 너무 아쉽다. 차창을 내렸다. 가을바람이 달콤하다. 얼굴에 와 닿는 감촉도 좋다. 마음속까지 느긋해진다.

남녘의 단풍도 절정을 향하고 있다. 황금빛 들녘의 수확작업도 어느새 막바지에 와 있다. 황량해진 들녘을 곤포 사일리지가 지키고 서 있다. 볏짚을 모아놓은 이것도 가을 들녘의 풍경이 된다. 겨울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연둔리 숲정이로 가는 다리.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옛 다리다.
 연둔리 숲정이로 가는 다리.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옛 다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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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으로 물든 연둔리 숲정이. 앞으로 동복천이 흐르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연둔리 숲정이. 앞으로 동복천이 흐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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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이 눈길을 끈다. 그저 감탄하며 지나칠 수준이 아니다. 발길을 쉬어가라 한다. 속도를 늦춰 찬찬히 보니 마을숲이다. 산 아래에 마을이 형성돼 있고, 그 마을을 숲이 감싸고 있다. 숲 앞으로 하천이 흐르고 들녘이 펼쳐져 있다. 숲의 길이가 1㎞ 남짓 돼 보인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하천을 건너는 다리다. 겉보기에 허름해 보인다. 하지만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 다리 가운데에 버팀목이 가로막고 서 있다.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라는 의미다.

차에서 내려 바라본 숲이 정말 아름답다. 방죽이 온통 숲으로 덮였다. 그 숲이 물속에 그대로 반영된다. 땅 위의 풍경도, 물 아래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다. 물안개라도 끼는 새벽이면 더 몽환적이겠다.

땅 위도, 물 아래도 한 폭의 그림인 '연둔리 숲정이'

 화순 연둔리 숲정이. 하천에 비친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하천에 비친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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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연둔리 숲정이. 동복천과 어우러진 가을 풍광이 아름답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동복천과 어우러진 가을 풍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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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보니 연둔리 숲정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다. 10년 전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됐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면적이 3200㎡나 된다. 마을숲 치고 꽤나 넓다. 1500년 경에 조성됐단다.

"각별한 숲이당께. 마을사람덜한테는. 썩은 나무까정 맘대로 못하게 했응께. 숲을 지킬라고. 옛날부터 그렇게 내려왔어. 그렁께 마을의 전통이제. 6·25때도 국군이 나무를 없앨라고 했는디. 빨치산을 잡을라고. 마을사람덜이 죽어라고 반대했제. 그렇게 지킨 숲이여. 이 숲이."

숲에서 만난 김점칠(82·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할아버지의 말이다. 수많은 곡절을 겪어온 숲이라는 얘기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숲길에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숲길에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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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둔리 숲정이의 나무의자. 사뿐히 내려앉은 낙엽의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연둔리 숲정이의 나무의자. 사뿐히 내려앉은 낙엽의 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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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는다. 숲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동복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길이 오롯이 예쁘다.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부지기수다. 서어나무와 왕버들도 보인다. 수백 그루는 거뜬해 보인다. 세월도 몇 백 년씩 묵은 것 같다.

고목이 물들인 단풍이 아름답다. 색깔도 그윽하다. 나뭇잎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숲길도 호젓하다. 강변을 따라 난 길에 낙엽이 수북하다. 강바람에 낙엽이 하나둘 나뒹군다. 숲향도 코끝을 간질인다.

강변 숲에 나무의자도 간간이 놓여있다. 그 위에 낙엽이 몇 자락 앉아있다. 나무의자에 살포시 앉아본다. 잔잔하던 강물결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며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마을풍경도 소박하다. 느긋한 가을 한낮이다.

 연둔리 숲정이는 고목들이 많다. 최소 몇 십년에서 몇 백년까지 묵은 것들이다.
 연둔리 숲정이는 고목들이 많다. 최소 몇 십년에서 몇 백년까지 묵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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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연둔리 숲정이의 나무들. 자동차가 다니는 새 다리에서 본 모습이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의 나무들. 자동차가 다니는 새 다리에서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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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가 보(洑)여. 옛날 농사지을라고 만들어 논 것인디, 여그서 아그덜이 많이 놀았어. 물살도 약허고 수심도 적당했제. 여름이믄 피서객들이 얼매나 많이 왔는디. 올 여름에도 솔찬히 왔어."

김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계속 숲길을 걸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가 또 있다. 진입을 막는 버팀목도 없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다. 겉보기에 최근 놓은 다리다. 낡고 허름한 옛 다리에 견줘 새 다리다.

숲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젊은이도 있다. 저만치 보이는 옛 다리 위로 오토바이 한 대 지나고 있다. 연둔리 숲정이가 보듬고 있는 가을풍경이다.

가을의 서정이 김삿갓의 방랑과 어우러져 애틋

 화순 연둔리 숲정이. 마을숲에 가을이 내려앉아 아름답다.
 화순 연둔리 숲정이. 마을숲에 가을이 내려앉아 아름답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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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정이를 뒤로 하고 돌아선다. 화순 남면과 동복면을 이어주는 도로다. '삿갓문학동산' 표지판이 보인다. '삿갓'이라면 조선팔도를 방랑했던 난고 김병연(1807-1863)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둔리 숲정이 바로 건너편 마을이다.

찾아가서 보니 김삿갓이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금강산 유람으로 시작된 팔도유람의 종착지인 셈이다. 그의 첫 무덤도 여기에 있었단다. 지금은 강원도 영월로 옮겨가고 없다.

말끔히 단장돼 옛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첫 무덤 자리에 표지석과 시비가 서 있다. 그가 머물던 집도 복원돼 있다. 상상만으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의 서정이 김삿갓의 방랑과 어우러져 애틋하다.

금강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남도에 내려와 방랑하고 있다. 140여 년 전 김삿갓이 그랬던 것처럼.

 삿갓문학동산. 연둔리 숲정이 맞은편, 구암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삿갓문학동산. 연둔리 숲정이 맞은편, 구암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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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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