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돌아왔다. 1년 남짓한 시간을 이른바 '자숙의 시간'으로 삼았던 그였다. 지난 10일, 첫 복귀 프로그램 <스타킹>을 필두로 이제 29일에는 <무릎팍 도사>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그의 <무릎팍 도사>의 복귀에는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미 유세윤과 광희, 두 사람이 보조진행자로 내정되어 있다. 그러나 강호동이 쉬었던 지난 1년여 동안 예능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그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려면 어떤 것들을 생각해야 할까.

 1년 여만에 방송가에 복귀하는 강호동이 29일 오후 1시 40분부터 SBS <스타킹> 녹화에 들어갔다.

1년 여만에 방송가에 복귀하는 강호동이 29일 오후 1시 40분부터 SBS <스타킹> 녹화에 들어갔다. ⓒ sbs


1년 여의 휴식, 그 자신과 대중들, 양쪽에 득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감한 연예인들의 복귀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때가 있었다. 빠른 복귀가 여러 면에서 자신들에게 유익하지 못하다는 판단이었을까. 그런 현상은 가수, 배우, 진행자 등 어느 영역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완전히 바뀌었다. 연기자들을 예로 들면, 화면노출이 적은 조연급 연예인들의 무리한 겹치기 출연은 이제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 과다한 이미지 소모를 우려해 몸을 사려왔던 주연급 연기자들도 다시 얼굴을 내미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강호동의 지난 1년은 그에게 득이었을까. 또한 대중들은 그를 잊었을까. <스타킹>의 첫 복귀 성적만으로 본다면 그의 휴식은 대중들의 기대감을 부풀게 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첫 회의 시청률로는 동시간대의 <무한도전>을 꺾은 쾌거를 이루었기 때문.

그러나 2회에는 다시 예전의 시청률로 복귀했다. 1회만에 급락한 시청률로 대중들의 변덕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휴식 중 그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올라가 있었던 것. 그것이 꺼지지 않으려면 그 뒤를 받쳐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스타킹>에서 하차한 이특이 강호동의 복귀 신고식을 응원하기 위해 29일 녹화 현장에 참석했다. 붐(왼쪽)과 이특은 강호동의 잠정 은퇴 이후 박미선과 함께 <스타킹>의 진행을 맡았다.

1년 여의 휴식, 그 자신과 대중들, 양쪽에 득이었음을 증명해야 ⓒ SBS


답습 피하고 조급한 마음은 버려야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곳에 있어도 특정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소리를 추려서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소리를 더 크게, 혹은 더 감미롭게 들을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같은 사람의 목소리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강호동의 목소리는 그를 규정하는 몇 가지 캐릭터 중에서도 독특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임엔 틀림없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의 원인이 되기도. 때로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들린다는 것.

그러나 이제 그의 강한 캐릭터와 개성강한 목소리를 조금 다르게 사용할 때가 왔다. 그가 없는 동안 <힐링캠프> 등의 1인 게스트 프로그램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무릎팍 도사>가 누려왔던 '독특한 포맷'이라는 찬사는 더 이상 없다. 초빙할 게스트 또한 정치계와 연예계를 망라해 기근을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1년 휴식 후 복귀'라는 호재를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된 것.

방법은 있다. 게스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풍부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저 곁다리 식으로 추임새를 넣는 식은 피하고, 풍부한 리액션과 더불어 게스트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가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일견 쉬워 보이지만 대부분의 예능들이 놓치는 부분.

또한 시청률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복귀 후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은 초기에는 부침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바로 식을 수 있기 때문. 그 원인을 차분히 분석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 빠르고 안정된 정착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강호동이 다시 MC를 맡은 10일 <스타킹>의 첫 출연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리틀싸이'라는 별명을 얻은 황민우 군(7)이었다.

답습 피하고 조급한 마음은 버려야, 라이벌 구도는 적절히 활용 ⓒ SBS


라이벌은 필요하다. 선의의 경쟁이 예능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그를 이야기할 때 유재석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이른바 '유-강 체제'의 한 축이 무너졌어도 승승장구해왔다. 복귀하는 강호동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육상이나 수영 등 개인기록 경기에서는 옆에서 뛰는 사람의 활약 여부가 중요하다. 실제로 마라톤 등에서 라이벌 없이 독주하는 경우 기록이 현저히 낮아지기도. 그런 의미에서 강호동, 유재석 두 사람의 경쟁은 역설적으로 매우 '행복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두 사람은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일지라도.

강호동의 복귀를 바랐던 대중들은 아마도 그가 없던 방송계가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세상에 재능은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넘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의 경쟁은 그것을 지켜보는 대중들에게도 활력을 가져다준다.  

천편일률적 프로그램이 판치는 현재의 예능계에 신선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강한 자존심은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 예능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호동 유재석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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