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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산 정상 팔각정 은평정에 오르니 사방팔방 전망이 압권이다.
 백련산 정상 팔각정 은평정에 오르니 사방팔방 전망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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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련, 안산 동영상 서울의 백련산 안산 산행을 하며 찍은 동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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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묻혀버린 '백련산·안산'을 찾아서

지난 11월 26일 60년지기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는 12월 2일 시간 나면  어오랜만에 친구들끼리 가볍게 등산하고 식사나 하자고 그런데 마침 특별한 약속이 없어 흔쾌히 그러자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산행 3일 전 우리산내음 카페 '일요산행' 방장인 나에게 '파랑새'님으로부터 문자가 온다. '아니 형님 방장님이 이번 주가 산행인데 왜 참가 여부 댓글을 안다시냐'고 말이다. 아뿔싸! 내가 매월 둘째 주 일요산행이 12월부터 첫주 산행으로 바뀐 것을 까맣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이놈의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70여 평생 살아오며 누구와 약속 안 지킨 기억이 없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나저나 어차피 한 곳은 약속을 펑크를 내야 할 판이니 그래도 60년지기 불알친구들이 좀 더 이해가 쉬울 거란 생각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여차여차 한 일로 부득이 산행에 빠지게 되었다고.

그리고 12월 2일 아내와 함께 일요산행에 참가해 녹번역에서 10시에 일행들을 만나 백련산 산행을 시작한다. 녹번역 3번 출구를 나와 잠시 인도를 따라 걷다 좌측으로 백련산 들머리 안내판도 없는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 허름한 정자 터에서 산행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마찬가지로 등산로 표시가 없는 좌측 채소밭 둑길을 따라 오른다.

그 옛날 생활하수가 흐르던 홍제천이 자연생태천으로 탈바꿈한 모습이 아름답다.
 그 옛날 생활하수가 흐르던 홍제천이 자연생태천으로 탈바꿈한 모습이 아름답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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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오름길에 만나는 너와집과 물레방아 겨울철이라 물레방아든 돌지 않고 있지만 그 운치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도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니다.
 안산 오름길에 만나는 너와집과 물레방아 겨울철이라 물레방아든 돌지 않고 있지만 그 운치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도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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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이면 들머리 초입부터 암릉 구간이 나타나자 한동안 산행을 안 했던 아내가 아무래도 자신이 산행하기 버거울 것 같다며 산행에 참가한 것을 후회하는 눈치다. 하지만 일행들의 도움을 받으며 첫 번째 암릉 구간을 오르고 나니 그때야 안심이 된 듯 얼굴에 화색이 돌며 일행들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능선길을 걷는 조망이 압권이다.

날씨 좋고, 조망 좋고, 코스 좋고, 그야말로 어디 한 군데 흠 잡을 데 없는 하이칼라 산행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아내가 '여보 오늘 당신 따라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하고많은 날 나 홀로 산행을 즐기며 "요산요수, 유유자적"했던 일들이 그렇게 아내에게 미안할 수 없다.

그 사이 어슷비슷 모여 있는 삼형제 바위도 지나고 백련산 정상인 은평정 전망대 2층에 오르니 여기서 보는 조망 또한 "일망무제"다. 바로 건너 북한산 족두리봉과 비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국회의사당, 양화대교를 비롯한 한강 다리는 다 보이고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월드, 컵 경기장, 행주산성, 관악산, 계양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안산 오름길에 만난 "메타쉐콰이어숲"
 안산 오름길에 만난 "메타쉐콰이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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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홍제천 모습
 자연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홍제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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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마치 산이라기보다 편안한 둘레길처럼 이어지는 등으로 주위엔 웬만한 헬스장 못지않게 많은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시민 시민이 운동을 즐기는 모습도 아름답다. KBS 중계탑과 통신사 안테나가 모여 있는 봉우리를 내려서 맞은편 안산이 빤히 건너다보이는 전망처에 도착해 안산을 건너다 보며 시간을 보니 11시 40분인데 안산까지 가서 점심을 먹자니 늦고 에라 모르겠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편한 쉼터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명지대 방면 백련산을 내려서 서대문문화체육센터 방면으로 가야 하는 것을 앞서 가던 선두가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며 돌아서는 바람에 다시 점심 먹던 조망처까지 되집어 올라 좌측 소나무 계단 길을 따라 내려섰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낙엽과 철조망에 쌓인 미로에 빠져 약 20분여 분간 가시 덩굴을 헤치며 고생 끝에 겨우 주택가 골목을 빠져나와 홍제천에 도착한다.

생활하수 방류 홍제천이 "자연생태 하천"으로 탈바꿈해

그런데 옛날엔 홍제천이 코를 찌를 듯 악취가 날 정도로 생활하수가 방류되던 곳인데 그 홍제천이 자연생태천으로 탈바꿈해 물레방아, 폭포가 설치되고 갈대, 억새가 우거져지고 그 홍제천 따라 걷는 둘레길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일요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걷기 운동을 하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안상 정상인 봉수대에서 건너다 본 인왕산
 안상 정상인 봉수대에서 건너다 본 인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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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전경
 안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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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다. 징검다리 홍제천을 지나는 '안산 자락길' 오름길은 웬만한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웰빙 낭만 등산로가 이어지며 겨울이라 지금은 꽃을 볼 수 없지만 '벚꽃마당, 허브원' 안산공원관리사무소 길이 환상이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여보 우리 내년 봄 되면 손자 아이 데리고 한 번 더 옵시다' 할 정도로 편안하고 아름답고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뿐 아니다 이어지는 봉수대 방향 자락길을 따라 오르다 '연희숲속쉼터' 오르막 계단길 우측엔 울창했던 잎이 다 떨어졌지만,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오른 메타쉐콰이어 숲이 얼마나 싱그럽던지…. 게다가 곳곳에 웬 약수가 그리도 많은지 차마 아까워 두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안산 정상 255.9미터 봉수대에 올랐다. 바로 맞은편 인왕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고 한산성을 복원한 성벽 또한 인상적이다. 서울에서 구파발 쪽으로 가려면 거치게 되는 무악재. 이 무악재에서 왼쪽을 올려다보면 제법 높고 위엄을 갖춘 바위봉우리가 바로 서대문구의 배꼽에 해당하는 안산으로 이 산은 북한산과 인왕산의 명성에 눌려 시선을 끌지 못해왔다.

안산 하산길에 올려다 본 안산 전경
 안산 하산길에 올려다 본 안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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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건물에 내 걸린 대형 태극기
 서대문 형무소 건물에 내 걸린 대형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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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행들과 봉수대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바로 저 아래 일제의 만행이 서려 있는 서대문 형무소 방향으로 하산길에 들어 아슬아슬 암릉길 구간을 지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저 높이 쌓아올린 서대문형무소 붉은 벽돌 철조망 담을 에돌아 서대문 형무소 담벼락에 일제의 만행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애국 지사분들을 가슴에 새긴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는 1919년 3·1운동 시위관련자 1600여 명을 포함해 3000여 명이 수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 허위·유관순·강우규 등 수많은 애국지사가 수감되었던 민족수난의 현장을 돌아보며 '2012년 한 해 무탈 안전 산행'을 서대문 독립문공원에서 마치게 되어 더욱 뜻깊다.

서대문공원에 자리잡은 "독립문"
 서대문공원에 자리잡은 "독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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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련산, #안산, #홍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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