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이용주, 송영재,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이장훈(왼쪽부터)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이용주, 송영재,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이장훈(왼쪽부터)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모든 것은 국장의 단 한마디 말에서 시작되었다. "나 <푸른거탑> 진짜 재밌게 보고 있거든. 뭐 없냐?"

이 말에 황급히 케이블 방송 담당인 기자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재미있고, 새로운 것, 뭐 없나. 그러던 중 떠오른 건 <푸른거탑> 제작발표회 당시 김재우가 툭 던진 말 한 마디였다. "시간나면 한 번 놀러오세요. 카메라가 안 돌 때 더 재밌어요."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드디어 갈 수 있었다. 카메라가 안 돌때 더 재밌다는, 그리고 실제 군대만큼 '빡세다'는, tvN <푸른거탑> 촬영장으로. 그리고 그때까진, 누구도 이 결정의 '끔찍한' 결말을 알지 못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 이정민


#1. 3월 22일 오후 2시~2시 30분 : '푸른거탑' 촬영장에 들어서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부대. 실제 전국 각지에서 독수리 훈련이 벌어지던 이날, <푸른거탑> 출연진들은 자신의 실제 이름과 같은 배역이 수놓아진 군복을 차려 입고 다음 주 촬영 분량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개 제작진은 방송 전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몰아서 촬영을 하고, 수요일까지 정신없이 편집 작업을 마친다. 강행군이다. 이를 전해들은 기자는 내심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이러다가 촬영만 방해하고 소득 없이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잠시 출연진이 쉬는 시간, 짬을 내어 인사를 건넸더니 다들 반가워한다. 이병 정진욱이 악수를 권하는가 싶더니 금세 가위를 냈다. "아하하! 이겼다!" 알고 봤더니 그 주(20일) 방송분에서 최고 시청률을 찍었단다. 이를 전하는 이병 이용주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지금은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혹한기 훈련 때는…어우, 생각하기도 싫어요."

이용주는 이날 출연분이 별로 없다며 한가하게 촬영장을 거닐었다. 하지만 <푸른거탑> 속 그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극의 전반을 이끄는 내레이션은 물론, 선임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며 신병의 고충도 표현해야 한다. 그 덕에, 억울하면서도 처량한 표정은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실제론 <푸른거탑> 덕에 '개그감'이 충만해졌다고. 그는 "호창이 형이 '멜로 안 할 거냐'고 묻기도 한다"며 으쓱해 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최종훈과 백봉기, 김호창, 김재우가 촬영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배우 최종훈과 김민찬이 촬영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위) 배우 최종훈과 백봉기, 김호창, 김재우가 촬영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아래) ⓒ 이정민


#2. 3월 22일 오후 2시 30분~3시 30분 : "군대 촬영? 이제는 집 같다"

하릴없이 촬영장에 섞이기로 했다. 일단 내무반. 여기서 '관물대의 비밀'을 발견했다. 말년 최종훈부터 신병 이용주까지 모든 이들의 목표가 같은 것은 아닐 텐데, '군대에서의 목표: 토익 700점' '특급전사' '20년 후 목표: 다정한 아빠 되기'라니. 똑같다. 알고 보니 소품으로 비슷한 것을 붙여 놓았다고.

물론 내무반은 실제 군의 촬영 허가를 얻은 것이다. 한 쪽에서 군화에 광을 내고 있던 스태프는 "옛날 생각나고 좋죠"라며 웃었다. 또 다른 스태프도 "군대라면 남자들에겐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인데, 이제는 집 같고 좋다"며 멋쩍어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스태프들이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배우 백봉기가 동료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리허설을 하던 배우 김재우가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장난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위) 스태프들이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배우 백봉기가 동료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아래) ⓒ 이정민


이 때 <푸른거탑>의 수장, 민진기 PD가 리허설을 시작했다. 최종훈과 김재우, 그리고 김호창이 복도를 걷다가 정체불명의 물줄기를 발견하는 신이다. 민 PD가 한 스태프에게 "요 정도부터 물을 뿌리면 될 것 같다"고 말하자, 군복을 입은 젊은 스태프가 쪼르르 물을 따른다. (이를 두고 이용주는 "스태프들이 군복을 입고 있다가 사람이 부족하면 엑스트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분에선 SBS <유령> OST가 흘러나오면서 자못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이날 현장은 분주하면서도 화기애애했다.

분위기를 이끈 것은 역시나 선임들이었다. 최종훈의 경우 물을 따르는 스태프에게 "너 미대 나왔니? 잘 그린다"며 칭찬을 건네 웃음을 자아냈고, 김재우와 김호창의 클로즈업을 찍는 와중에도 혼신의 표정 연기를 펼쳤다. "실제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낸다"는 평을 들은 김재우 또한 백봉기가 여자친구 자랑을 하는 뒤에서 다림질을 하며 깨알 같은 디테일을 표현하는가 하면, 카메라가 멈췄을 땐 멤버들과 함께 실제 군 얘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백봉기와 김재우가 휴가를 나가기 위해 군화를 닦는 장면을 리허설 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백봉기와 김재우가 휴가를 나가기 위해 군화를 닦는 장면을 리허설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리고 한 시간쯤 흘렀을까.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민진기 PD가 크게 "오~케이!"를 외쳤다. 스태프들의 손길이 분주해졌고, 어느새 홀딱 젖은 백봉기가 얼굴을 훔치며 내무반에서 나왔다. "1신이요! 밖입니다!"

#3. 3월 22일 오후 3시 30분~4시 : '불꽃 애드리브'의 향연

이제는 야외 신이다. 진지공사를 하던 <푸른거탑> 장병들이 라면을 먹다가 대대장을 만나는 신을 촬영할 순서다. 이동하는 중에 슬쩍 최종훈에게 따라붙었다. "인기를 실감하기도 하지만, 그보단 더 부담이 되고 긴장이 되죠. 더 채찍질이 돼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라고 한다. 당장이라도 "이런 젠장!" "말년에 진지공사라니!"를 외칠 것만 같은 최종훈의 입에서 진지한 고민이 새어 나왔다. 그 신선함은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질 기세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이용주,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등이 야외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김민찬과 김재우가 라면을 끓이는 장면을 리허설하고 있다.(위) 배우 이용주,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등이 야외촬영을 하고 있다.(아래) ⓒ 이정민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다른 촬영장엔 라면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배우들에게 민 감독이 "중간에 먹다가 잘 뿜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재우는 "다 죽었어"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됐다. 배우들은 군모에 나무젓가락을 꼽거나, 대본에 없던 대사를 넣으며 '불꽃 애드리브'를 선사했다. 몇 번을 반복해 찍으면서도, 정말 맛있다는 표정으로 라면을 반복해 흡입했다.

그 중 카메라 앵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까지 라면을 우겨넣는 김호창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실제론 '막내'지만 극중에서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코'다. "나 때문에 내무반의 희노애락이 생긴다"는 김호창은 "대신 너무 일반적인 연기를 하면 정말 나빠 보일 것 같아서, 일부러 연극적 표현을 통해 과장해서 연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나름의 노하우' 덕분에, 김호창의 팬들도 나날이 늘어간다고. 얼마 전 팬클럽 모임에 다녀왔다는 그는 "동네에서 '초통령'이 됐다"며 "모자를 쓰고 다녀도 다 알아본다"며 미소 지었다.

어느새 촬영장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끝까지 이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배우들은 그 때까지 불어터진 라면을 후후 불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시청자의 하루를 웃기기 위해 일 주일간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이 찡해져 왔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더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더니… 아무래도 <푸른거탑>은 예외가 될 것만 같다. 이런 젠장, 20대 후반에 '덕후'가 되다니!

"군대라는 소재가 회를 거듭할수록 공감대를 얻으며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생활했던 예비역과 현역들 덕에 더 사랑받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몸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시청자가 일상에서 잠시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더 치열하게 이야기를 만들겠습니다." (민진기 PD)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이용주, 정진욱, 김민찬, 백봉기가 사진기자의 카메라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이용주, 정진욱, 김민찬, 백봉기가 사진기자의 카메라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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