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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날의 손녀딸 표정
 100일 날의 손녀딸 표정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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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여기 좀 볼래? 까꿍~~"
"어머머~ 아기 웃는 표정 좀 봐? 아유~ 귀여워!"
"어허~ 그 녀석 참 예쁘기도 하지, 천사다 천사~."

집안이 온통 웃음꽃으로 가득하다. 아기를 보는 어른들의 표정이 모두 싱글벙글했다.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아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태어난 아기는 갑자기 우리 집안의 스타가 되었다. 모두들 아기와 눈 맞춤을 해보려 하고, 안아 보려했다.

아기가 어쩌다 웃거나 미소를 지을 때면 어른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직 걷지도 못하고 재롱도 부릴 줄 모르는 아기가 식구들의 시선과 관심을 몽땅 독차지 하고 있었다. 아기가 집에 올 때마다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기 아빠인 막내아들이 올해 32세다. 필자의 직계로는 무려 30여년 만에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아기를 좋아하는 건 노처녀인 아기의 고모들도 마찬가지다. 아기를 안아보고 어르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출생 2시간 후 모습
 출생 2시간 후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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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지난해 12월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태아의 자세가 거꾸로 서있는 자세여서 자연분만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실에 보호되었다. 태어난 첫날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아기의 엄마 아빠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아야 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에도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아기 할머니인 아내는 갓 출산한 아기치곤 정말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며 참으로 좋아했다. 그러나 유리창 너머로 잠깐씩만 면회가 허용되어 몹시 아쉬워했다. 당연히 몇 번이나 면회를 하게 되어 신생아실 간호사들을 귀찮게 했었다.

집안의 스타가 된 귀엽고 예쁜 아기 손녀딸

그리고 아기와 산모는 퇴원한 후에 병원 부속의 산후조리원에서 10일 동안 몸조리를 했다. 산후조리원에는 아기 아빠만 출입이 허용되었다. 다행이 산후조리원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루에 1시간씩 세 번 집에서 컴퓨터를 통하여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출생 20일 후 배냇짓 표정
 출생 20일 후 배냇짓 표정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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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50일 후 할머니 품에서
 출생 50일 후 할머니 품에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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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건강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 퇴원한 아기와 산모는 집으로 돌아갔다. 한동안 아기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수시로 드나들며 산모와 아기를 돌봐주었다. 아들부부는 아기를 모유로 기르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모유의 양이 조금 부족했다.

그런데 부족한 모유를 보충하려고 우유를 먹이려고 하자 아기가 우유병 젖꼭지를 입으로 밀어내며 거부했다. 억지로 조금씩 우유를 먹던 아기는 며칠이 지나 모유의 양이 조금 많아지자 우유 먹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아기는 결국 모유만 먹으며 자랐다.

아기 할머니는 날마다 아기가 보고 싶었지만 분가하여 살고 있는 아들의 집을 날마다 찾아갈 수는 없었다. 더구나 겨울철이어서 감기가 기승을 부려 발길을 붙잡았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게 감기를 옮기게 될까봐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감기 때문에 3주 만에 아기를 보러 갈 때도 있었다.

▲ 꾀를 부리며 떼쓰는 아기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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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랐다. 2개월이 가까워지질 무렵부터 아기는 제법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혼자 누워있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때는 응애~ 하고 울음소리를 냈다가 누가 안아주지 않나 하고 잠깐 기다렸다가, 또 다시 응애~ 하고 한 번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누가 어르기라도 하면 싱긋 웃기도 하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그땐 응애! 응애! 하고 정말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러다가 누가 안아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아기는 그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자랐다.

아기를 만나러 가지 못할 때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아기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동안 아기를 만날 때마다 카메라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가끔씩 아들이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통해 아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3월 하순 아기 출생 100일 기념일에 아들의 집을 찾았다. 감기 때문에 뜸하다가 2주 만에 아기를 만나게 되었다. 아기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도 함께한 자리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조촐하게 차린 음식상과 함께 아기 100일 기념 이벤트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아기는 만나지 못한 2주 동안 놀라울 만큼 성장해 있었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더욱 예뻤다. 이젠 어른들이 어르는 표정을 보며 즉시 반응을 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자리에 혼자 눕혀 놓는 것은 싫어했지만 그네의자에 앉혀 놓으면 아주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100일 기념 예쁜 드레스를 입고
 100일 기념 예쁜 드레스를 입고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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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아기 좀 봐요, 내가 얘기 하니까 대답을 하네, 호호호"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고모가 호들갑을 떤다.

"하하 아기 엄마는 하루에 열 번씩은 거짓말을 한다더니만, 당치 않게 고모가 거짓말을 대신 하는구나"

아내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아기의 배냇짓과 무의식적인 표정을 엄마들이 웃었다거나 반응했다고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아기의 옹알이가 정말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른과 빤히 눈을 맞추고 어르는 표정에 반응하며 옹알이를 하는 모습이 정말 어른과 대화라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은 하루를 아기와 함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어르는 할아버지를 보며 반응하는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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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딱한 보육현실, 아기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우리 아기 귀엽고 예쁜 얼굴이 눈에 선하네, 당신은 안 보고 싶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한 말이다. 조금 전까지 안아주고. 업어주고, 팔베개를 해주고 함께 낮잠까지 잤는데, 헤어져 돌아서자마자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들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귀엽고 예쁜 손녀딸, 세상의 어떤 꽃이 그만큼 예쁘고 귀여울 수 있을까?

"그나저나 아기 첫돌 지나면 누가 돌봐주지? 아기엄마는 직장에 복직해야 할 텐데"
"그 귀엽고 어린 것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안쓰럽고. 더구나 요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어린이집 이야기들도 많아서."
"더구나 어린이집들이 맞벌이 가정의 아기들은 받아주기를 꺼리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데."

아기엄마인 며느리는 손녀딸 첫돌에 맞춰 휴직했던 직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아기 외할머니가 아기를 돌봐 줄 형편도 아니다. 오히려 친할머니인 아내가 돌봐줘야 할 터인데 건강이 썩 좋지 않은 아내는 선뜻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근래 말썽 많은 보육시설에 아기를 맡기는 것도 썩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더구나 맞벌이부부 가정의 아기는 보육시설에서도 받아주기를 꺼린다니 참으로 난감하지 않은가. 극히 낮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때문에 인구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요즘이다. 확실한 대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태그:#손녀딸, #배냇짓, #아기, #맞벌이부부, #보육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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