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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 새로 놓인 자전거길. 강변을 따라 국도와 철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섬진강변에 새로 놓인 자전거길. 강변을 따라 국도와 철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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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 철쭉이 많이 피었다. 영산홍도 흐드러지고 있다. 섬진강변이 떠오른다. 증기기관차와 어우러지는 섬진강변의 철쭉은 얼마나 피었을까 궁금하다. 섬진강변으로 간다. 지난 4월30일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녹색이 더 짙어졌다. 봄의 생명력이 묻어난다. 들녘의 못자리 준비도 시작됐다. 두런두런 해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섬진강변이다. 봄햇살을 받은 철쭉이 활짝 피었다.

강변 레일바이크를 타는 침곡마을이다. 차에서 내려 강바람을 호흡해 본다. 얼굴에 와 닿는 강바람이 달콤하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강바람이 스치는 것 같다.

강변에 그동안 없었던 길 하나가 보인다. 섬진강변을 잇는 자전거길이다. 아직 개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강 건너편 도로는 걷기 좋았는데, 17번 국도가 달리는 강변도로는 그렇지 못했다. 걷는 길이 따로 없어 위험했다. 강변을 끼고 이쪽저쪽으로 오가면 좋겠다.

섬진강변길. 곡성 호곡마을에서 두계마을 쪽으로 가는 길이다.
 섬진강변길. 곡성 호곡마을에서 두계마을 쪽으로 가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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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공원.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작은 도깨비작품도 많다.
 도깨비공원. 섬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작은 도깨비작품도 많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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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강변을 걷는다. 강변을 따라 두계마을을 거쳐 가정마을까지 갔다가 다시 자전거길을 따라 오면 그만이겠다. 강 건너편에 있던 줄배를 끌어당겼다. 줄배가 강물살을 가르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줄배는 오래 전 강변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지금은 여행객들이 가끔 이용한다.

섬진강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니 고달면 호곡마을이다. 마천목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하늘나라 신이 강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어살을 만들어 준 덕분에 겨울인데도 물고기를 잡아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는 전설이다.

호곡마을 강변길도 달라졌다. 예전의 흙길과 자갈길이 아니다.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고 길도 넓어졌다. 강가에 가드레일도 설치됐다. 4대강 사업에 끼어 정비되고 있는 섬진강의 모습이다. 예전의 멋스러움이 많이 사라졌다.

섬진강 도깨비상. 오래 전부터 섬진강변을 지키고 서 있다.
 섬진강 도깨비상. 오래 전부터 섬진강변을 지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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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 서운함을 안고 걷는데 금세 도깨비공원이 나타난다. 섬진강에 전해지는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에 얽힌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놓은 공원이다. '도깨비박사'로 통하는 아동문학가 김성범씨의 공력이 배어있다. 거대한 도깨비상이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큰 덩치에 비해 인자한 모습이다. 그 옆에는 귀엽고 깜찍한 도깨비들이 조각작품으로 서 있다.

강에 낚시꾼들이 보인다. 야트막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누치를 낚고 있다. 다슬기를 잡는 아낙네도 보인다. 도깨비공원을 지나 두계마을 쪽으로 간다. 뿌-우우웅-. 강 건너에서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들려온다. 섬진강변을 찾을 때마다 듣는 소리지만 매번 마음 설렌다. 강변의 국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가는 풍경도 정겹다.

섬진강변 자전거길. 강변을 따라 놓여 있다.
 섬진강변 자전거길. 강변을 따라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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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여행객들이 강변을 따라 뉘엿뉘엿 걷고 있다.
 섬진강변. 여행객들이 강변을 따라 뉘엿뉘엿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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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의 나무의자에 앉아 여유도 부리면서 한량처럼 걷다보니 어느새 두계마을이다. 마을입구에 세워진 솟대가 멋스럽다. 흙으로 빚은 장승도 익살스럽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따라 길이 굽어진다. 허름한 옛집을 보듬은 돌담도 애틋하다.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강변마을이다.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도 놓여있다. 여기서부터 길은 강변의 자전거도로와 나란히 간다. 그 사이 강폭이 많이 넓어졌다. 강물결은 여전히 느릿느릿 흐른다. 강물 속을 들여다보며 먹이를 찾는 왜가리도 강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강변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시원하다. 지금까지와 달리 여행객들도 만난다. 자전거 시합이라도 하는지 어린이들이 페달을 신나게 굴린다. 2인용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에 시샘도 난다.

섬진강 출렁다리. 자전거도로와 나란히 놓여 있다.
 섬진강 출렁다리. 자전거도로와 나란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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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섬진강천문대. 강변에 위치해 있다.
 곡성섬진강천문대. 강변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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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마을은 여전히 북적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와서 강바람을 쐬는 여행객도 부지기수다. 자전거도 여기서 빌려준다. 해진 다음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는 곡성섬진강천문대도 한쪽에 있다. 산중턱이 아닌 강변 천문대가 이색적이다.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너니 가정역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을 떠나온 증기기관차가 멈춰 있다. 그 틈을 이용해 레일바이크가 철길을 달리고 있다. 페달을 굴리는 여행객들의 얼굴이 환하다. 17번 국도와 섬진강을 따라 나란히 가는 철길도 느긋해 보인다. 걷기에 힘이 부치거나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여기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강변을 거슬러가도 된다.

섬진강변길. 강변을 따라 이어져 운치가 있다.
 섬진강변길. 강변을 따라 이어져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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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레일바이크. 강변을 따라 활짝 핀 철쭉 꽃길을 따라 달린다.
 섬진강변 레일바이크. 강변을 따라 활짝 핀 철쭉 꽃길을 따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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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루나무 숲 사이로 놓인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미루나무 아래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가 보인다. 길은 두계마을 건너편에서 새로 놓인 자전거길과 이어진다. 아직 공식 개통되지 않아 다니는 자전거도 없다.

자전거길을 걷는 게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국도를 걸을 수도 없는 일. 그냥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길이 침곡마을을 거쳐 섬진강변과 나란히 간다. 길을 다질 수 없었던 곳은 나무 데크로 연결해 놓았다.

풍광도 좋다. 섬진강과 자전거길, 17번 국도,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철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보기 드문 경물이다. 철길과 국도를 왼쪽에 두고 오른편으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간다. 그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다. 강물의 색깔도 점점 짙어진다. 섬진강변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섬진강변 자전거도로. 강변을 따라 최근에 놓였다.
 섬진강변 자전거도로. 강변을 따라 최근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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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기차마을 풍경. 꽃잔디가 활짝 피어 있다.
 섬진강기차마을 풍경. 꽃잔디가 활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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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으로 나가 우회전, 도림사 입구와 곡성읍 전통시장을 지나면 섬진강기차마을이다. 여기서 17번 국도를 타고 구례구 방면으로 가면 레일바이크를 타는 침곡역, 증기기관차가 멈추는 가정역과 만난다.



태그:#섬진강변길, #섬진강자전거도로, #도깨비공원, #곡성, #섬진강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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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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