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가수 지망생 리해랑 역의 배우 박기웅이 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가수 지망생 리해랑 역의 배우 박기웅이 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촬영하면서 배우 박기웅을 괴롭힌 것은 비단 북한 사투리 톤뿐만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내려와 가수 지망생으로 위장한 리해랑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 색깔을 주황빛으로 물들여야 했다. 탈색하고 염색하고 코팅하기를 수 차례. 나중에는 머리카락이 녹을 정도였지만 박기웅은 "배역에 맞는 분장은 아이템 같은 것"이라면서 "처음에만 좀 어색했지,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고 싱긋 웃었다.

개봉을 앞둔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박기웅은 "예매율이 80%가 넘었다는데 '좀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쉽더라"면서 "숙제검사 맡는 것마냥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사하게도 드라마 <각시탈> 이후 많은 작품이 들어왔다"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을 읽어봤는데 정말 재밌더라. 무엇보다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각시탈>의 슌지라는 인물이 악역이라, 나 역시 그런 작품(악역)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연장선은 아니었다. 내 복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싶었고, 배역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한 이미지가 딱 떠올라도 매력 있지만, 뭔가 고착되지 않는 그런 것도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주로 표현했을 때 재밌을 것 같은 역할에 꽂히는데, 리해랑이 딱 그랬다. 할 것도 많았고."


박기웅은 촬영 전, 김수현, 이현우, 손현주와 액션 스쿨에 다니며 특공무술을 기반으로 한 액션 연기를 익혔다. 직선적인 명령조라서 센 느낌을 주는 북한 사투리의 포인트를 모두 빼고,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극 중 "인민의 롹을 보여주갔어"라고 당차게 외치는 그는 처음으로 기타도 배웠다. 인터뷰 전, 사진을 찍으며 직접 기타를 치기도 한 박기웅은 "진짜 좋은 취미를 갖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김수현, 이현우와의 앙상블, 누구보다 잘 맞았다"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를 끌었던 지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부담감도 느꼈을 법했다. <두 사람이다> <각시탈> <풀하우스 TAKE2>까지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했던 박기웅은 "실보다는 득이 더 많았다"면서 "이전 작품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원작과 가장 흡사했다"고 전했다. 대본을 읽다 상상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보다 원작을 찾아볼 수 있어서 오히려 편했다고. 다만 너무 (원작에) 얽매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너무 얽매이면 만화적인, 1차원적인 표현만 하게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지면 상에 프린팅된 인물이 아니라 박기웅의 해랑이를 입혀내고 싶었다. 기본적으로는 (원작이) 많이 도움됐다. 원작의 팬들로부터 이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기웅의 해랑이를 표현하되, '저런 해랑이도 매력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원작과는 머리 색깔(원작에서는 노란색)도 다르지만 크게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수현, 이현우와 둘러앉아 멸치를 손질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마치 세 사람이 형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장난치면서 찍었다"고 밝힌 박기웅은 "셋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부분이 굉장히 적어서, 한 신이라도 허투루하지 말고 전부 다른 단단함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3살 차 김수현은 오히려 형 같을 때도 있었지만, 8살 어린 이현우와는 세대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박기웅은 "형 같아 보이지 않으려고 살도 찌웠다"고 고백했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늘 아쉽다"고 털어놓은 박기웅. 그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시리즈물로 제작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시간에 함축적으로 담아내려다 보니, 미처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도 있었다고. 하지만 관객들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많은 사랑을 보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개봉 2주차인 이번 주말에는 부산 등지로 무대인사를 떠난다. 이번주에 영화관을 찾는 부산 관객들은 박기웅과 김수현, 이현우의 미소를 볼 수도 있겠다. 

"빗 속에서 찍은 장면 중 편집된 부분이 있다. 혼자 못 낄 정도로 큰 특수렌즈를 끼고 고생스럽게 촬영했다. 심지어 정말 추웠다. 고생해서 찍은 작품이 많지만, 그 신만큼은 이때까지 연기한 것 중 제일 춥더라. 옷도 다 찢어지고. 나중에 관객이 많이 들면 이 장면을 공개하지 않겠느냐고? (웃음) 그럴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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