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25일) 위령제가 열리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63년 전 바로 오늘이 사천지역 보도연맹 학살 날짜입니다. 오늘이 바로 우리 아버지가 죽은 날입니다. 많은 분들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그날입니다."63년 전 오늘, 사천 곳곳에서 군과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임이 잇따랐다. 사천지역 보도연맹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정현호 사천유족회장은 63년 전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63년 전 여름 공권력에 의해 부모를, 형제자매를 잃어야 했던 이들은 백발의 노인이 됐고 여전히 가슴 속 한을 삭히며 살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사천 지역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던 사천문화원 대강당은 떠나간 이들을 떠올리며, 눈물 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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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전후 사천지역 민간인희생자 제4회 합동위령제가 25일 오전11시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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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사천 지역 민간인희생자 제4회 합동위령제가 25일 오전 11시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정만규 사천시장, 최갑현 사천시의회 의장, 박의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각 지역 유족회원 등이 함께 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로 네 번째 맞는 합동위령제는 1950년을 전후해 일어난 보도연맹사건, 미군 폭격, 형무소 집단학살 등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날 위령제는 고유제와 추도식, 종교의식, 추모곡 공연, 추모굿,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정현호 사천유족회장은 위령제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법치국가가 전시라는 이유로 범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을 절차 없이 집단학살해 매장 또는 수장했다"며 "진실화해위 추산으로 희생자만 100만명이다. 그 중에서 사천지역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수백명이 희생됐으나 진실규명 결정문을 받은 유족은 26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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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호 사천유족회장은 63년 전 오늘(7월25일)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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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근혜)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 정부는 진실화해위와 같은 기구를 하루 빨리 설치해 지금까지 결정문을 받지 못한 유족들을 성실하게 조사해 과거사를 청산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국민 대통합'은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참석한 정만규 시장은 "오늘의 위령제가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 여러분의 가슴에 맺힌 한을 푸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분열과 대결의 불행했던 과거를 넘어 진실을 재조명해 또다시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길 기원한다. 억울하게 희생되신 영령들께 12만 시민들과 함께 함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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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도사를 하고 있는 정만규 사천시장과 전국유족회 박의원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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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유족회 박의원 의장은 "전국 방방 곳곳에서 공권력이 자행한 백만명에 이르는 민간인학살 만행에 대해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남겨야 한다. 힘들더라도 모두가 힘을 합해 이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자. 살아남은 우리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몫이자 책무"라고 전했다.
한편, 보도연맹사건 등 한국전쟁을 전후해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 관련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사천에서는 현재 희생자 유족들도 소송 중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