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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여
야여 / 야여
이살 저살 / 중살로 땡기라 / 야하여허
얼시구 좋다 / 우리 종사 / 소리도 잘하고 / 일도 잘하네
야여 / 야여
낙지하상 / 저문 날에 / 밥 짓는다고 / 연기 난다
야여
남녀북사 / 보리타작 / 방방곡곡이 / 농가로구나
야여
우리 배 사공님 / 신수가 좋아 / 새벽별 동트기 / 삼백 동 쌓았네
야여
우리 배 화장 / 정신이 들구로 / 아래 웃등 / 선등을 쳤다
어기여차 / 야여
논도 사고 / 밭도 사고 / 부모형제 / 처권자석
씨고 묵고 / 남거들랑 / 나라보양도 / 하여 주세
야여
우리 배는 / 만선인데 / 건너편에 / 상고선을 / 속히 불러 / 오라고 하소
어기야디야차 / 야여
우리 망자 / 사망망자 / 쉰 질 청수에 / 휘둘렀네
광지바다에 / 들어온 전어를 / 종자만 두고 / 다 잡아 낸다
야여 / 야여
이 소리 하고 / 그만 두자 - <삼천포 그물 당기는 소리-전어잡이 노래>

경남 삼천포에서 내려오는 전어잡을 때 부르는 전통 고기잡이 노래입니다. 배 두 척이 그물로 전어떼를 둘러싼 다음 그물을 끌어 올리면서 불렀다고 합니다. 고향이 삼천포 옆 동네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형님들이 노젓는 배와 돛단 배로 고기잡이를 하셨는데 함께 따라다니면 비슷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한 번은 작은 형님과 전어를 잡았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배가 가라앉을 정도였습니다.

정약전씨 쓴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전어를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이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 흑산도에 간혹 있는데 육지에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을전어'를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처럼 정말 맛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전어만 맛있을까요? 여름전어도 맛있습니다. 여름전어가 얼마나 맛있으면 MBC<뉴스데스크>는 국정원 국정조사도 더 중요하게 보도했겠습니까? 지난 24일 <뉴스데스>는  "구워서 먹어야 제맛인 가을 전어와는 조금 달라, 여름전어는 씨알이 작은대신 뼈까지 부드럽고 담백해 횟감으로 더 좋다"면서 "때문에 이맘때만 되면 싱싱한 전어를 찾아 전국의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모여든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보다 여름전어를 더 중요하게 보도한 <뉴스데스크>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여름전어가 맛있는 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을전어'를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전어'도 가을전어만큼 맛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을전어'를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전어'도 가을전어만큼 맛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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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 여름전어를 먹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에 간 아이들을 데리러 갔더니 전어가 있었습니다. 막내 동생 처가에서 주셨다고 합니다. 앞날에 잡은 것이라 횟감으로는 먹을 수 없어 구워 먹기로 했습니다. 회를 좋아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딸 아이는 회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회로는 못 먹어요?"
"응. 여름에는 바로 잡아 먹어야 하고, 살아 있을 때 먹어야 해."
"나는 회로 먹고 싶은데."

"오늘은 구워 먹고, 다음에는 회로 먹자."

노릇노릇 구운 전어. 입에 침에 고입니다.
 노릇노릇 구운 전어. 입에 침에 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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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구워지는 전어를 보니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냄새마저 고소합니다. 전어 굽는 냄새 맡아보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고소한지 모릅니다. 냄새만으로 배가 불렀습니다. 오늘은 밥 두 그릇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전어는 구운 그대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집은 양념장을 만들어 발라 먹습니다.

"전어는 구운 그대로 먹어야 하는 데 우리는 양념장을 만들어 먹자."
"우리도 양념장을 바르면 더 맛있어요."
"아빠 전어가 그렇게 맛있어요?"
"그럼. 맛있지. 가을전어라는 말이 있어. '집을 나간 며느리가 전어 냄새를 맞고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잘 모르겠어요."
"한 번 먹어보렴."

전어에 양념장을 발랐습니다. 더 맛있습니다
 전어에 양념장을 발랐습니다. 더 맛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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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잔가시가 많아 살을 발라 내기 힘듭니다. 아이들이 잘 먹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막둥이가 한 마리를 집어 들고서는 입안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빠 잔가시가 많아 먹기 힘들어요. 살을 발라 낼 수 없어요."
"전어는 힘들어. 방금 말했듯이 잔가시가 많아."
"그럼 어떻게 먹어요?"
"꾹 참고 입안에 넣어 베어 먹어야지. 조금 어려울 거야."
"진짜 잘 못 먹겠어요."
"아빠도 어릴 때 너처럼 잘 못 먹었어."
"전어는 맛있는 데 먹기 힘들어요."

전어를 먹는 막둥이
 전어를 먹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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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막둥이는 끝까지 먹었습니다. 하지만 큰 아이와 둘째는 결국 포기했습니다. 전어는 아빠가 다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을까봐 내심 걱정했는 데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여름 전어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한'이 '소한' 집에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처럼, 가을전어가 여름전어 앞에서 자랑하다가, 오히려 두 손을 들 것 같습니다. 여름전어 몇 마리 먹어면 이 무더운 여름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태그:#가을전어, #여름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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