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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기계에 의한 자동화나 대량 생산으로 계승, 발전되기 보다는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전통은 기계에 의한 자동화나 대량 생산으로 계승, 발전되기 보다는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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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버지와 아들 부자가 짚신을 삼아 내다파는 것으로 생활을 하는 집이 있었습니다. 같은 재료로 같은 장소에서 삼아 내다파는 짚신이었지만 이상하게 아들이 삼는 짚신보다 아버지가 삼는 짚신이 훨씬 잘 팔렸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이따금 물었지만 아버지는 "스스로 그 비법을 알아보라"며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돌아가시기 직전,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자신이 삼은 짚신이 더 잘 팔렸던 이유를 일러주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삼은 짚신과 네가 삼은 짚신이 달랐던 점은, 나는 짚신을 다 삼은 후 꺼끄러기를 하나하나 제거 해 매초롬하게 보이고 촉감이 좋게 했지만 너는 그 꺼끄러기를 떼어내지 않아 좀 더 거칠게 보였을 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아들이 삼은 짚신보다 아버지가 삼은 짚신이 잘 팔렸던 것은 꺼끄러기를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꺼끄러기 자체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손님들이 짚신을 선택하는 마음을 읽고 있었고 아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알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잘되고 못되는 데도 이유가 있고, 흥하고 망하는 데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쇠퇴해 가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망할 기업도 흥할 수 있겠지만 당장 잘되고 있다고 거들먹거리며 게을리 하거나 현실에 안주한다면 당장은 흥철 거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 할 것입니다.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백년의 가게>

100년, 222년, 362년, 413년, 546년, 1200년… 어느 나라의 역사쯤을 소개하는 세월 같지만 대를 이어온 가게들, 세월을 더해가며 100년을 넘긴 가게들 나이입니다.

100년 된 스페인 정육점 '솔로부예', 222년 전통으로 빗는 도자기를 파는 폴란드 도자기 명가 '치미엘루프', 362년의 역사가 흐르는 프랑스 직물명가 '장 로스', 413년 간 시대를 이어온 울림을 기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전통 종 '그라스마이어' 546년 전통의 체코 하우스 맥주 '우 메드비쿠' 1200년을 이어온 일본 주물 명가 '덴라이 코보'…. 

하루에도 수많은 가게들이 개업을 하거나 폐업하는 걸 봐야하는 우리네 현실, 신장개업을 알리는 화환이 즐비하던 식당에,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신장개업을 알리는 화환이 세워져 있는 걸 봐야하는 요즘의 우리네 현실에선 정말 꿈같은 세월입니다.

100년에서 1200년까지의 세월, '솔로부예'니 '덴라이 코보'니 하는 이름들은 <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과 <백년의 가게 노포의 탄생>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계적 장수 가게 중 몇몇 가게의 나이와 그 가게들 이름입니다. 

<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노포의 탄생│지은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펴낸곳 ㈜샘터사│2013. 07.26│각 1만 5000원
 <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노포의 탄생│지은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펴낸곳 ㈜샘터사│2013. 07.26│각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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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은 2011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백년의 기업>과 <백년의 가게>라는 제목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취재·제작한 세계적 장수 가게, 100년 이상 된 116곳의 가게를 99회에 걸쳐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방영된 세계적 장수 가게 116곳 중에서 40곳의 장수 가게를 선정해 <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과 <백년의 가게 노포의 탄생> 두 권으로 펴내며 각각의 책에서 장수 가게 20 곳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게들이 최소 백년 이상 동안 이어 갈 수 있었던 기업 철학이나 비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이들 기업이 품고 있는 역사적 히스토리는 물론 성공비결 까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수 가게들이 품고 있는 성공 비결

"우리 가게의 사명은 규모를 키워 매출을 늘리고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지금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이나마 더 올리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것이 우리 가게의 사명입니다." - <명가의 비결> 65쪽

127년, 4대에 걸쳐 초밥만을 만들어 오고 있는 일본 초밥의 명가 '긴자 스시코 혼테'에서 밝힌 비결 중 한가지입니다. 

"내일 또 고생할 텐데 여러분 덕에 가게가 잘 운영되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오늘 이 자리도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 <명가의 비결> 155쪽

이 말은 터키 구리공예 명가,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카슬란 바크르즐륵'의 무랏 사장이 식사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전한 감사의 말입니다.

"우리의 철학은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종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성장만 생각하면 가게에도 좋지 않아요. 가게가 너무 커지기만 하면 언젠가는 망한다고 생각해요." - <명가의 비결> 199쪽

무려 413년 동안 오스트리아 전통 종을 만들어 온 '그라스마이어'의 요하네스 사장이 들려 준 기업 철학입니다.

"이익만을 생각하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사용하는 분들의 요구와 만족을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명가의 비결> 330쪽

182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 침구 회사 '이와타' 아리치카 사장이 취재진들에게 들려 준 말입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좋은 제품이 나오고 그러면 매출에도 영향을 미쳐요. 이런 연쇄반응이 성공을 가져오죠. 단지 그뿐입니다." - <노포의 탄생> 275쪽-

독일 넥타이 명가 에드소어 크로넨 슈투케 사장은 가게의 장수 비결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이들 가게들이 가훈처럼 대물림하고 있는 성공 비결이 네댓 가지씩 제시되어 있습니다. 좋은 재료, 신념, 신뢰감, 창조, 미래에 대한 도전, 장인 기술, 근면, 품질, 능력, 전통, 교육 등등이 이들 가게들이 내세우는 성공 비결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비결 중 가장 자주 눈에 띄거나 마음이 끌리는 부분은 좋은 재료에 대한 신념과 직원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직원을 부리거나 고용한 사람쯤으로 생각하지 않고 함께 가야할 동반자로 생각하는 정신, 당장의 이문 보다는 장기적인 발전을 우선으로 하는 이런 정신들이 다사다난하고 우여곡절 많은 기업 환경에서도 전통과 발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20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 덴라이 코보가 만드는 종, 문틀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장수한 기업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입니다.
 120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 덴라이 코보가 만드는 종, 문틀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장수한 기업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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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산상속을 하듯이 피붙이 세습을 하다 보니 '3대 넘기는 부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3대를 넘기는 기업이 보기 힘들 정도로 단명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일본 주물 명가, 천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덴라이 코보'가 이토록 장수 할 수 있었던 건 어찌 보면 덴라이를 계승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덴라이 집단은 수제자에서 수제자로 기술을 계승하며 전통 공방 형태를 유지했고, 가장 기량이 뛰어난 제자가 덴라이를 계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공신력 있는 저자의 글, 더 정확해야

글을 쓰는 이 치고 오자나 탈자로부터 자유롭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탈자와 잘못된 설명(내용)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전문서적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전문서적이 아니기에 더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저자의 글이나 설명은 독자들에게 무조건 믿게 되는 지식이나 정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KBS처럼 공신력을 전제로 하고 있는 기관이나 팀이 저자로 되어 있다면 더더욱 정확해야 할 것입니다.   

<노포의 탄생>에서 '일본 주물명가 덴라이 코보(285쪽)'와 '미국 스테인드글라스 코코모 오펄레슨트 글라스(318쪽)'에 대한 내용 중 알루미늄이나 유리 재료를 녹이는 로를 용광로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닙니다.

방앗간에는 정미기도 있고 제분기도 있습니다. 정미기는 벼를 찧어서 쌀로 만들어 주고, 제분기는 쌀을 빻아서 쌀가루로 만들어 줍니다. 정미기와 제분기는 이렇듯 넣는 재료와 나오는 생산품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정미기에서 나온 쌀은 그대로 사용되지 않고 다른 과정을 거쳐 밥이 되기도 하고 떡이 되기도 합니다.

용광로와 용해로의 구분(역할)이 이와 비슷합니다. 용광로(鎔鑛爐)는 벼를 찧어서 쌀을 만드는 정미기처럼 돌덩이처럼 보이는 광석(鑛石, 금속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돌)을 녹여서 선철(銑鐵)과 같은 조금속으로 만들어 줍니다. 정미기에서 나온 쌀이 다른 과정을 거쳐 밥이 되거나 떡이 되듯이 용광로에서 나온 조금속 역시 정련이나 재용해 등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금속으로 가공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신라시대에 성덕대왕 신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신라시대에 성덕대왕 신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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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떡쌀을 빻는 떡방아기계(제분기)를 정미기라고 하지 않습니다. 밥솥을 정미기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 용도가 분명하게 구분되고 있는 용광로를 무분별하게, 재료를 녹이는 것이면 무조건 용광로라고 설명함으로 독자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제공하고 있으니 정정되어야 합니다.

백년의 가게에서 찾을 수 있는 성공 비결

<백년의 가게>들이 소개하고 있는 성공비결이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적중할 수 있는 만병통치의 성공비결이 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비결을 통해 실패하고 있거나 단명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가는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들의 성공비결에서 답을 찾고 그들의 성공비결을 닮으려 노력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가게들 중에서도 백년을 넘기는 백년가게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날도 시나브로 다가올 거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짚신을 삼던 아버지의 성공비결이 아주 사소하지만 꺼끄러기를 제거하는 것이었고, 백년의 가게들이 전하는 성공비결 역시 실현불가능한 일들이 아니니 우리가 찾아야 할 성공비결 역시 아주 사소한 꺼끄러기, 직원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마인드를 확립하는데서 시작되리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노포의 탄생>│지은이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펴낸곳 ㈜샘터사│2013. 07.26│각 1만 5000원



백년의 가게 : 노포의 탄생 - 전 세계 장수 가게의 경영 비결을 추적한 KBS 초특급 프로젝트

KBS 백년의 가게 제작팀 지음, 샘터사(2013)


태그:#백년의 가게, #명가의 비결, #노포의 탄생, #샘터사, #덴라이 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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