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이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웃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이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그간 방송사들에서 많은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지만,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자면 아무래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이 대표적일 것이다.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된 <스케치북>은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의 뒤를 잇는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 <스케치북>이 23일 200회를 맞이한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수 유희열은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온 것을 보니 '이게 작은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처럼 빨리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게 소중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유희열은 그를 유재석·강호동과 비교했던 이효리의 말에는 "그런 대단한 분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죄송하다. 카메라가 들어왔기 때문에 한 '영혼없는 멘트'였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스케치북>의 인기 비결이 정말 유희열의 외모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외치는 재치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아이돌이라도 상관없다…다만 음악은 제대로 해야 한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재형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최재형 PD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앞서 방송됐던 다른 음악프로그램과 비교해 <스케치북>이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아이돌에게도 그 문을 비교적 활짝 열었다는 것. 유희열은 "한 주에 두 팀이 나오거나, 여러 주에 걸쳐 (아이돌이) 나오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자기의 음악을 갖고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스케치북>밖엔 남아 있지 않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 지금 현재 가장 핫한 아티스트는 다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맨 처음 <스케치북> 진행을 제안 받았을 땐 저도 가장 먼저 이소라·윤도현 등을 떠올렸고, 그 때의 색깔을 지켜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환경이 바뀌었더라고요. 예전엔 음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음원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억하고 아끼는 분들의 요구와 지금 한국 가요를 움직이는 흐름이 상충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내부에서는 균형감을 갖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자고 이야기하죠." (유희열)

그래서 <스케치북>의 출연자 섭외 원칙은 단연 '균형'이다. 현재 <스케치북> 공동 연출을 맡고 있는 최재형 PD 또한 "가장 중요한 섭외 원칙은 '균형'"이라며 "더 이상 음악을 주류/비주류, 언더/오버로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와 성향을 가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균형'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출연하고자 하는 이들이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유희열은 "아이돌이냐 아니냐, 음악성이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돌이라고 해도 음악과 함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한다"며 "다만 기계적으로 말을 하거나 음악을 보여주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조금 더 의미부여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재형 PD 또한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라이브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가끔 실수로 그런 팀이 나올 순 있겠지만, 그런 팀은 다시 나오지는 못한다"고 강조한 최 PD는 "아이돌이라고 해서 꼭 <스케치북>에 못 나오는 건 아니다. 단지 나오기 위해선 <뮤직뱅크>나 <인기가요>에서 찍어내듯이 보여주는 무대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의 '스케치북'이 되었으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MC유희열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MC유희열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유희열을 비롯한 제작진의 바람은 앞으로도 <스케치북>이 오래도록 시청자의 곁에 남는 것. "이젠 방송을 만들어 결과를 받고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받을 만큼의 시청률이 아니다"라고 말한 유희열은 "다만 오늘 녹화가 우리들의 마음에 들게 나왔냐, 그렇지 않냐가 중요하다. 내가 하고 있어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스케치북>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잘은 몰라요. 그런데 간혹 어떤 프로그램에서 음악이 나오거나 하면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보시다시피 지금 남아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오디션을 보거나 순위를 매기죠. 그것도 어떻게 보면 큰 역할을 하겠지만, 순수하게 작은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왜 이렇게 안 될까'하는 생각을 하기보단 '계속 버텨야겠다'고 생각해요. 심야 라디오를 하면서도 그랬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악이 가진 힘이 점점 떨어지는 세상이에요. 그런데 그 음악을 에둘러 접근해 전달하기보다, 꼭 제가 진행하지 않더라도 지금 <스케치북>을 녹화하는 스튜디오의 마룻바닥과 공간이 클래식처럼 남아서 이런 음악 프로그램이 살아남았으면 해요." (유희열)

최재형 PD도 앞으로의 <스케치북>을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음악 본연의 힘을 강조했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없어진 데 비해 우리가 가진 강점은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뗀 최 PD는 "그간 위기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하려 했다. 평소 유희열이 무대 위에서 농담도 하지만 음악적인 기본에 충실한 특집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케치북>에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도 '음악에 충실한 프로그램'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로도 그런 쪽이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유희열은 "문턱이 높지 않은 음악방송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수들에게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며 "균형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확고하게 하는 아티스트들을 출연시키겠다. 2015년, 2020년에도 그 때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자기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제목 그대로 '스케치북'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3일 방송되는 <스케치북> 200회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합동 무대를 꾸미는 '더 팬' 특집으로 방송된다. 이효리·윤도현·박정현·장기하·김태춘·로맨틱 펀치·이이언·김대중·선우정아 등이 출연 예정이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MC 유희열(왼쪽에서 네번째)과 최재형 PD,  문성훈 PD, 이연 작가 등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MC 유희열(왼쪽에서 네번째)과 최재형 PD, 문성훈 PD, 이연 작가 등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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