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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어
 석쇠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어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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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면서 전어 인기가 연일 상한가다. 전어는 8월 중순부터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고 뼈가 연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전어는 씨알도 굵고 고소한 맛도 더한다. 가을의 별미로 통하는 전어에는 '가을 바다의 깨소금'이란 애칭도 따라다닌다. 오죽하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전어(錢魚). 1950~60년대에는 9월이 시작되기 전부터 포구(죽성포·설애포·궁포·서포 등)가 발달한 금강 하류에 전어가 지천이었다. 주로 기수 지역에서 잡히는 생선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어는 먼 바다보다 육지와 가까운 해안에서 잡히는 놈일수록 맛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전어는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이 즐겨 먹던 생선으로, 소금을 뿌려가며 연탄불에 구워먹었다. '어두일미'요, 숙취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애주가들은 머리까지 통째로 먹었다. 피부 미용에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에는 젊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전어는 요새 먹어야 제맛"

싱싱한 전어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싱싱한 전어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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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군산시 해망동 수산물센터를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니 씨알이 통통한 전어 무더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참 물이 오를 때여서 은백색 몸체에서 누런 황금색 윤기가 돋는다. 요즘에는 비싼 광어나 농어보다 전어가 맛이 더 좋다니까 아내가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인다. 의견은 금방 하나로 모아졌다.

살아서 파닥거리는 전어 2kg를 구매했다. 생선가게 아주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얇게 썰어 얼음을 채운 스티로폼 상자에 얌전하게 포장해주면서 "전어는 요새 먹어야 집나간 며느리가 들어온대유, 한참 땡게!"라며 웃음 섞어 인사한다. 전어 회덮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은 여기까지.

시장에 들러 깻잎과 상추를 2000원어치씩 샀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많은 종류의 양념이 들어가면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감소하기 때문에 꼭 들어가야 할 채소만 구입한 것. 수많은 채소 중 생선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깻잎. 알려진 것처럼 깻잎은 성인병 예방과 항암 작용·피부 미용 등에 효능이 탁월한 채소로 알려진다. 상추는 상큼한 맛으로는 채소 중 으뜸이어서 빠지면 안 될 재료다.

손목 아프도록 비벼 한 입 넣으니... 환상적이구나

전어 2kg가 스티로폼 상자에 가득하다
 전어 2kg가 스티로폼 상자에 가득하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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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스티로폼 상자를 열어보니 얼음 위에 싱싱한 전어회가 가득. '흐무지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어 회덮밥을 식당에서 사 먹으려면 한 그릇에 8000~1만 원을 줘야 하는데 얼추 짐작으로 열 명이 비벼 먹어도 남을 양으로 보였기 때문. 가족의 화목을 위해 외식도 좋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 또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때. 고슬고슬한 밥 한 공기에 채소와 전어를 한 주먹씩 넣고 초장을 듬뿍 부었다. 마늘 한두 개를 다져 넣고,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오래도록 느끼기 위해 고명으로 통깨를 넉넉히 뿌려줬다. 전어는 그 자체가 고소하고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어서 참기름은 치지 않았다. 다진 마늘은 초장과 함께 비린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상추, 깻잎, 마늘 등 최소한의 양념이 들어간 전어회덮밥
 상추, 깻잎, 마늘 등 최소한의 양념이 들어간 전어회덮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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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전어회덮밥.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전어회덮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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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아프도록 쓱싹쓱싹 비벼서 한 수저 입에 넣으니 초장의 새콤달콤한 맛과 깻잎 특유의 고소한 냄새, 사각사각 씹히는 전어회 맛의 조화가 가히 환상적이다. 적어도 전어 회덮밥을 먹는 순간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어쩌다 하나씩 걸리는 통깨를 톡톡 터뜨리면서 오래오래 씹어 먹는다. 소화에도 좋고 먹는 즐거움도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은 지난해 돌아가신 장모님의 첫 번째 추모일이어서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는데, 비싼 갈비찜보다 전어 회덮밥 인기가 훨씬 좋았다. 가을의 별미요, 요즘이 제철이기 때문일 것이다. 벼들이 여물어가는 십자들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전어 맛을 더욱 돋워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어회덮밥, #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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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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