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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본에 길가에 풀을 걷어내고 심은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피었어요.
▲ 시골집앞 코스모스, 해바라길 올본에 길가에 풀을 걷어내고 심은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피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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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집 앞 길가에 풀을 걷어내고 해바라기 씨앗과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손님이 집 앞에서 환하게 웃음 지으며 길손을 반깁니다. 농촌의 길가에는 콩이나 옥수수를 심어 놓은 풍경이 종종 보이는데요. 코스모스나 해바라기를 심어서 지나는 나그네들이 잠깐 행복한 미소를 짓고 갈 수 있게 아름다운 마을길을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는 버릴 게 없습니다. 해바라기 줄기·해바라기씨 껍데기·화판을 햇볕에 말려 분쇄한 뒤 가루로 만들어 사료와 함께 섞어 돼지에게 먹이면 돼지 비육에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성장도 빨라진답니다. 헤어리베치와 함께 논밭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녹비작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시골집에서는 가을에 아름다운 꽃도 보고 씨앗이 영글면 닭과 토끼 사료로 사용합니다. 오래전에는 농촌에서 어르신들이 겨울에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해바라기 씨앗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있어서 병에 대한 저항력과 피부를 곱게 한다고 합니다.

귀촌 5년 만에 일군 집앞에 코스모스길입니다. 길가에 쓰레기나 풀을 수시로 뽑아내고 만든 길이라 고생끝에 수고로움의 기쁨을 길가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화답합니다. 서양에 노인들은 나이들어서 동네 길가에 꽃을 가꾸는 걸 낙으로 삼고 산다죠. 저도 나이들어감에 따라 내 집 앞을 지나는 나그네들이 미소짓고 갈수 있도록 꽃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리태와 멧돌 호박이 익어가고 취나물꽃이 하얗게 피었어요.
 서리태와 멧돌 호박이 익어가고 취나물꽃이 하얗게 피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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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에는 닭장 위의 멧돌호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서리태가 영글어가는 풍경이 있습니다. 맛있는 나물 반찬을 제공하던 취나물꽃이 가을 햇살 아래 함박 웃음을 터드리고 있네요. 취나물꽃이 지고나면 씨방이 형성돼 내년 봄에도 계속해서 취나물이 올라온답니다. 이렇 듯 생명을 영속하는 자연 앞에 서면 마음이 경건해짐을 느낍니다.

감이 익어가고 단호박 밥을 짓고 서리태 껍질콩쪄서 먹는 시골집
 감이 익어가고 단호박 밥을 짓고 서리태 껍질콩쪄서 먹는 시골집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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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감이 가을햇살을 받아 조금식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기침·천식에 좋다는 수세미와 노란꽃이 있는 가을입니다. 여름내 입맛을 돋우던 청양고추가 빨갛게 익고 가지는 쉬임없이 보라 꽃이 열매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올해 풍성한 가지 덕분에 이웃에게 나누는 즐거움도 누렸어요. 가지는 안토시안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고 더러는 잘라서 햇볕에 발리기도 하고 효소도 담는다고 합니다. 특히 가지를 납작하게 썰어서 계란 입혀서 구운 가지 전은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한달된 시골집 강아지들
 한달된 시골집 강아지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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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출산한 강아지가 무럭무럭 자라서 입양할 때가 돼 갑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강아지 곰 인형을 동행해 강아지 자세를 잡아가며 사진을 열심히 찍습니다.

보름달이 두둥실 훤하게 뜨는 저녁에 시골집에서는 타샤튜더 할머니의 삶을 동경하는 17살 소녀가 엄마가 농사지은 유기농 산물로 깜찍한 스프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가면 요리 연구를 하더니 감자와 양파·마늘·당근들을 믹서기에 갈아서 버터를 녹여가며 근사한 스프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줍니다. 집 앞 화단에서 키우는 허브 잎사귀를 넣어 향긋한 허브향이 감돕니다. 그 맛을 말로 표현하기란 참 힘드네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 후에는 텃밭에서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아이가 어른들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아이들이 찾아서 응용하고 창의력까지 겸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덕분에 가족을 챙기는 효심도 생기고 창의력 발달에도 도움이 되네요.

제가 농사지은 단호박을 썰어서 밥을 짓는 모습도 보고 놀랍니다. 어른들은 단호박을 그저 쪄서 먹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단호박 파이 등 다양한 요리를 개발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아직 알이 덜 영근 서리태를 수확해서 쪄서 저녁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이렇듯 농촌은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축복이 가득합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농가의 땔감이 가지런히 있는 곳 농촌은 행복의 보금자리입니다. 나이 들어도 몸만 건강하면 부지런히 움직여서 건강도 지키고 먹거리도 만들어서 자손들과 이웃과 나눔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귀농·귀촌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내에 있는 귀농지원센터로 문의하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 댁의 자제분이 센터 소장님이 되었다는 동네 기쁜 소식 플랭카드가 마을 입구에 걸려 있어요.
 동네 어르신 댁의 자제분이 센터 소장님이 되었다는 동네 기쁜 소식 플랭카드가 마을 입구에 걸려 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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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저만치 플랭카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소식이네요. 저도 5년 전에 농촌으로 이사 올 때 가장 걱정 되는 부분이 자녀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농촌에 살아보니까 오히려 농촌이라는 정서적 자연 공간이 자녀들의 인성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이제 자녀 교육 때문에 귀농·귀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제가 귀촌하던 해에 반갑게 맞이해 주던 분의 자녀분이 기술센터 소장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친의 온유한 품성과 평소에 부지런히 일하고 사는 모습이 자녀를 귀하게 키우게됨을 알게 됐습니다.


태그:#귀농귀촌, #자녀교육걱정, #해바라기, #코스모스, #감자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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