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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벼랑에서 한적한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는 것은 여수 금오도 비렁길의 묘미다.
 해안 벼랑에서 한적한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는 것은 여수 금오도 비렁길의 묘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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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비렁길을 또 찾아갔다. 올해만도 지난 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여수에서 연도교로 연결된 백야도에서 배를 탄다. 비렁길의 출발점인 함구미 마을로 곧장 데려다주는 배를 타기 위해서다.

비렁길로 널리 알려진 금오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속한다. 황장목이 나는 섬으로 예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황장목은 궁궐을 짓거나 고칠 때 쓰던 나무다. 덕분에 원시림이 잘 보존됐다. 지금은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지역 사투리. 비렁길은 들쭉날쭉한 금오도의 해안절벽 벼랑을 따라 이어진다. 주민들이 땔감을 얻고 이웃 마을로 마실 다니던 길이다.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이후 함구미 마을에서 두포, 직포, 학동, 심포, 장지 마을까지 5개 코스가 18.5㎞에 이른다.

비렁길 걷기의 출발점인 함구미마을과 함구미항. 1코스 쉼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비렁길 걷기의 출발점인 함구미마을과 함구미항. 1코스 쉼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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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벼랑을 따라 섬의 허리춤을 도는 길이다.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벼랑을 따라 섬의 허리춤을 도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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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 밭에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길옆 밭에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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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구미항에 세워진 비렁길 안내도를 훑어보고 1코스로 들어선다. 돌담 정겹고 풍경 다소곳한 마을을 지난다. 멀리서 들려오는 뱃소리가 섬마을의 정적을 깬다. 가을 바람도 살랑살랑 살갑다.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길옆 밭에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방풍나물은 생채나 나물로 무쳐먹는다. 중풍과 산후풍, 당뇨에 특효가 있다. 바람기를 잡아준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는 남새다.

길이 섬의 옆구리를 끼고 돈다. 오른편이 바다고 왼편은 숲이다. 생강나무와 잰피나무, 다래나무, 꾸지뽕나무, 황칠나무가 보인다. 길섶에 고란초와 마삭줄도 널려있다. 길도 평탄하다. 숲이 주는 푸르름과 향기에 눈과 코가 호사를 누린다. 올망졸망 다도해를 품은 바다 풍광도 매혹적이다.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미역널방. 금오도 비렁길의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미역널방. 금오도 비렁길의 경관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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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올라와 놀았다는 수달피벼랑. 금오도 비렁길 1코스 풍광이다.
 수달이 올라와 놀았다는 수달피벼랑. 금오도 비렁길 1코스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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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앞에 깎아지른 절벽이 우뚝 서 있다. 미역널방이다. 마을 사람들이 지게에 짊어지고 온 미역을 널었다는 곳이다. 비렁길의 대표적인 풍광 가운데 하나다. 볼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발길이 오래 머문다.

길은 여기서 수달피벼랑으로 이어진다. 수달이 올라와 놀았다는 곳이다. 벼랑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길을 걷다 뒤돌아 본 미역널방이 더 아찔해 보인다. 해안풍광 멋진 수달피벼랑을 지나니 송광사 터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전설 속의 절집이다. 바다 풍광도 더 멋스럽다. 발걸음이 절로 더뎌진다. 영화 <인어공주>, <혈의누>, <하늘과바다>의 배경이 된 풍경이다.

두부와 막걸리.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의 쉼터에서 맛볼 수 있다.
 두부와 막걸리.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의 쉼터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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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을 하늘거리다 쉼터를 만난다. 함구미항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이다. 두부 한 모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적신다. 길을 걷다 쉬어가는 묘미다. 주변 방풍나물 밭에서 나는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전시용 초분(草墳)도 이 길목에서 만난다. 초분은 오래 전 섬에서 행해졌던 장례 풍습이다.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가묘를 만들어 2∼3년 뒀다가 뼈만 추려 본장을 한다. 오래된 비자나무를 감싸고 있는 콩란도 눈길을 끈다.

신선대도 발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신선도 쉬어갔다는 곳이다. 아찔한 절벽 위의 바위에 걸터앉아 또 쉰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가을 바람에 식는다. 풍광도 거칠 게 없다. 저만치 고흥의 나로우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두어 시간 만에 닿은 곳은 두포(斗浦)마을. 금오도에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는 곳이다. '첫개'로 초포(初浦)로도 불린다. 조선시대 경복궁을 지을 때 필요한 나무를 베는 연장을 만들던 풀무간(대장간)이 있었다. 마을이 아늑하다. 여행객들도 여기저기서 쉬고 있다.

비자나무에 붙어 사는 콩란. 금오도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식생이다.
 비자나무에 붙어 사는 콩란. 금오도 비렁길 1코스에서 만나는 식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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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금오도 비렁길 2코스에서 만나는 경물이다.
 촛대바위. 금오도 비렁길 2코스에서 만나는 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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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2코스가 여기서 시작된다. 해찰하며 뉘엿뉘엿 걸은 탓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 점심을 예약해 놓은 식당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걸음을 조금 재촉한다.

굴등전망대로 가는 길의 전망이 일품이다. 절벽 아찔하고 풍광도 빼어나다. 밤에 달빛과 별빛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전망대다. 밤하늘의 별빛이 쏟아지는 몽환적인 상상을 잠시 해본다. 마을 주민의 안녕을 기원했던 촛대바위를 뒤로 하니 2코스의 도착점인 직포 마을이다.

직포(織浦)는 옥녀봉의 선녀 옥녀가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베를 짰다는 곳이다. 해안쪽으로 깊숙이 파인 포구와 마을을 마전등산이 감싸고 있다. 남쪽으로 매봉이 우뚝 솟아 바다와 기암절벽도 절경이다. 200년 넘은 노송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백야도를 출발한 배도 포구로 들어오고 있다.

직포항 풍경. 금오도 비렁길 2코스의 도착지점이다.
 직포항 풍경. 금오도 비렁길 2코스의 도착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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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숲길. 금오도 비렁길 3코스에서 만난다.
 동백나무 숲길. 금오도 비렁길 3코스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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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3코스로 들어선다. 풀과 동백나무 우거진 산길이다. 비탈을 한참 올라서 만난 동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연인과 함께 왔더라면 더 낭만적이겠다. 길섶에 다 자란 곰취도 무성하다.

숲을 벗어나자 깎아놓은 듯한 기암괴석과 해안이 눈부시다. 1, 2코스도 아름다웠는데 그보다 더 매혹적이다. 비렁길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절경들이다. 갈바람통 전망대에 잠시 서 있는데 유람선 한 척이 바다를 가르고 있다. 유람선에 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마주한 바다와 절벽 풍광에 반해 한동안 마음을 빼앗겼다.

금오도의 해안 벼랑을 따라 유람선이 바다를 가르고 있다. 금오도 비렁길 3코스 갈바람통전망대에서 본 풍경이다.
 금오도의 해안 벼랑을 따라 유람선이 바다를 가르고 있다. 금오도 비렁길 3코스 갈바람통전망대에서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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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에 우뚝 선 매봉전망대. 금오도 비렁길 3코스 풍광이다.
 기암괴석에 우뚝 선 매봉전망대. 금오도 비렁길 3코스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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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쉰 탓일까. 걸음걸이가 팍팍하다. 길도 계속 오르막이다. 솔방솔방 걷는 트래킹이라기보다 등산에 가깝다. 숨소리도 거칠어진다. 하지만 곧이어 만날 경물을 생각하니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땀을 뻘뻘 흘려 닿은 곳은 매봉 전망대다. 아찔한 풍광에 내 몸이 금세 바다로 곤두박질칠 것만 같다. 소름까지 돋는 풍광이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탐방로도 단정하다. 비렁길 으뜸의 풍광이다. 여기저기 바위에 부처손도 다닥다닥 붙어있다. 언뜻 이끼를 닮았지만 항암에 특효가 있다는 산야초다.

이제부터는 마음이 급해진다. 막배를 타고 금오도에서 나가려면 서둘러야해서다. 갯내음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갠자굴통 삼거리를 지나니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3코스의 종점인 학동 마을은 동쪽 산의 생김새가 학을 닮았다고 이름 붙은 마을이다. '원학'이라 부르다가 해방 이후 '학동'이 됐다.

비렁길은 여기서 사다리통 전망대를 거쳐 심포마을(4코스)과 장지마을(5코스)로 이어진다. 망망대해와 깎아내린 기암절벽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일상의 스트레스까지 다 풀어버릴 수 있는 길이다.

금오도 해안과 데크길. 비렁길 3코스 매봉전망대 부근 풍경이다.
 금오도 해안과 데크길. 비렁길 3코스 매봉전망대 부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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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경. 비렁길을 걸으면서 보는 묘미 가운데 하나다.
 금오도 비경. 비렁길을 걸으면서 보는 묘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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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순천나들목으로 나가 여수까지 간다. 배는 백야도 백야항이나 돌산도 신기항에서 탄다. 백야항(여수시 화정면 백야해안길71)에서는 비렁길의 출발점인 함구미항을 거쳐 2코스 도착점인 직포항까지 간다. 오전 7시20분, 10시10분, 오후1시30분, 4시15분 4회 운항한다. 직포에선 오전 8시30분, 11시30분, 오후 2시50분, 5시35분 출항한다. 신기항(여수시 돌산읍 신기길27-1)에선 금오도 여천항으로 연결된다. 오전 7시45분, 9시10분, 10시30분, 12시, 오후 2시30분, 4시, 6시 7회 운항한다. 여수항여객터미널에서도 배편이 있다. 함구미항으로 3회, 여천항으로 2회 왕복한다. 소요시간 1시간20분.

여행 문의 : 여수시 남면사무소 061-690-2605
배편 문의 : 좌수영해운(백야항) 061-665-6565, 한림해운(신기항) 061-666-8092



태그:#비렁길, #금오도, #매봉전망대, #미역널방, #직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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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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