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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시민기자 입장에서 글을 올리고 그 글이 채택될 때까지 많이 조마조마합니다. 편집부에서 전화가 오면요? 아, 내 글이 뭔가 부족하구나, 잘못된 부분이 있는가 싶어서 가슴이 쿵 내려 앉아요."

이 글은 땀나는 편집 6편에서 '콩알콩알'님이 남긴 댓글입니다. 전화를 거는 제 가슴만 두근두근한 게 아니었군요. 전화를 받는 시민기자들도 더러는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한다는 사실, 새삼 새겨 듣게 됩니다.

기사 보완 요청을 하러 전화를 걸면, 내 의도(좀 더 완성도 있는 기사를 만들려는)와 달리, 시민기자와 필요 이상으로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습니다. 편집기자의 보완 요청에 "꼭 보완해야 하나요? 별로 필요없을 것 같은데… 그냥 처리하시죠?", "반론을 받으라고요? 시민기자인 제가 어떻게요? 편집부가 하시죠" 등의 반응이 나올 때가 그렇습니다.

그럴 때면 '잘해 보자고 하는 제안인데 왜 모나게 받아들일까?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했는데…' 하는 생각에 다소 억울하기도 합니다. 물론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보니 상대방은 제 의도를 달리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의 1차적인 역할은 '뉴스'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하루 100여 건의 생나무 기사 가운데 '뉴스가 된다'고 판단되면 정식기사로 채택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고 최종 생나무로 남습니다. "내 기사가 왜 생나무죠?" 궁금하신 분들, 당연히 있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생나무클리닉을요. 오마이광장에 안내 글을 한번 볼까요?

생나무 클리닉은 모든 시민기자가 좀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 2006년 4월, 문을 열었습니다. 생나무 클리닉은 시민기자 스스로 생나무 기사가 가진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기사를 쓸 때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지 도움말을 주는 곳입니다(더 자세한 안내를 보시려면 클릭!).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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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나무클리닉 의뢰가 들어온 기사는, 1차 검토 당시 생나무 처리한 기자가 재검토하지 않습니다. 생나무클리닉 담당자 등이 편견 없이 기사를 보고 1차 편집기자와 의견을 나눕니다. 더러는 이 과정에서 잉걸 처리가 되기도 합니다. 편집기자의 판단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니까요. 어찌보면 생나무클리닉은 시민기자뿐만 아니라, 편집기자도 배우는 곳이란 생각도 듭니다.

생나무클리닉 의뢰하면 다 잉걸 처리 되나요?

그렇다면, 생나무클리닉에 의뢰만 하면 무조건 다 잉걸 처리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그 여부는 시민기자분들에게 달렸습니다. 본인 기사가 생나무 처리된 소견을 보고, 수정·보완해 주시는 경우에만 재검토를 거쳐 정식기사로 채택됩니다. 생나무 처리된 기사와 똑같이 재송고하거나, 제대로 보완하지 않을 경우는 다시 생나무 상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왜 생나무인가'를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떨어지는 대답(보도자료 무단 전제, 표절, 시의성을 벗어난 현장기사 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주장성 기사나 사실 관계가 엇갈리는 기사 등이 그런 예인데요. 이 경우는 생나무클리닉 담당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편집기자들이 낸 의견을 가지고 최종 답변을 달거나, 전화 통화를 합니다.

사실 힘들게 공들여 쓴 기사에 대한 평가를 받아들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배움의 기회로 삼고 재도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생나무클리닉의 소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돌발상황이 너무 다양해서 생나무클리닉은 힘든 업무 중 하나인데요. 

서로에게 힘들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생나무클리닉 의뢰 두세 번 만에 정식기사로 되는 그날의 기쁨은 느껴본 사람만 알 테지요. 그렇게 해서 기사가 으뜸 이상 걸리는 날엔, 생나무클리닉 담당자들도 보람을 느낍니다. 

"선배, '최기자(가명)' 기자가 생나무클리닉 의뢰했네요."

아,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어찌 이렇게 다를까요. 막상 생나무클리닉 의뢰가 들어오면 편집기자 생활 만 10년인 저도 갑자기 가슴에 돌멩이 하나가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듭니다. 머릿속에서는 답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쥐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압니다. 나중에 최 기자의 기사가 메인 화면에 걸린다면, 내 기사인 것마냥 뿌듯해할 것을요. 기사쓰기가 어려운 이 땅의 모든 시민기자님들, 생나무 종결 그날을 위해 모두 파이팅입니다요.


태그:#땀나는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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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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