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현 멤버. (좌측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종민, 이수근, 유해진, 차태현, 주원(현재 하차), 성시경, 엄태웅.

▲ <1박2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현 멤버. (좌측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종민, 이수근, 유해진, 차태현, 주원(현재 하차), 성시경, 엄태웅.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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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이 8일 녹화를 마지막으로 시즌2를 끝내고 시즌3를 새롭게 기획할 것이라는 보도가 지난 7일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소문으로만 돌던 현 멤버 6인의 하차는 지금으로선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며, 새로운 시즌은 서수민 CP가 총괄을, 유호진 PD가 메인 연출을 맡는다. 새 시즌에 원년멤버 강호동, 은지원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사실무근임이 밝혀진 상태다.

간판예능 <1박2일>, 다양한 위기 겪고 시즌2 이르기까지

<1박2일>은 2007년 8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모토로 대한민국 각지에서 1박 2일 동안 다양한 체험과 함께 흥미진진한 미션과 게임을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1박2일>은 지상렬 대신 김C, 노홍철 대신 이승기, 김종민 대신 MC몽이 투입되면서 멤버 구성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제작진, 시청자들 모두가 기억하는 <1박2일>의 최전성기는 바로 그때다. 하지만 <1박2일>의 처음은 굉장히 초라했다.

사실 <1박2일>이 지금의 포맷을 갖기 전에 강호동의 '흑역사'라 불릴만한 <준비됐어요>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강호동 버라이어티'라 불릴만한 MBC <천생연분>, SBS <연애편지>와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자기 복제의 늪에 갇히면서 이 프로그램은 급히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그 당시 멤버 구성 그대로 심기일전해 다시 만든 프로그램이 지금의 <1박2일>이다.

 6개월 뒤인 2012년 2월 기존 멤버가 모두 하차하기로 최종 결정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팀.

2012년 2월, <1박2일>은 시즌1의 이수근, 김종민, 엄태웅을 제외한 기존 멤버가 모두 하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KBS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1박2일>에는 적잖은 위기가 있었다. 2008년 7월 6일 방송분에서 MC몽이 버스 안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아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2009년 10월 4일 '인천 연평도' 방송분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개막식에서 굴렁쇠를 굴려 화제가 된 일명 '굴렁쇠 소년'(윤태웅 분)의 출연이 연출된 상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정이 <1박2일>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지난 2010년 9월 19일 MC몽(현재 고의 발치 혐의 무죄판결)이 병역 문제로 하차했고, 2011년 9월 25일에는 세금 과소 납부 논란에 휩싸인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하는 동시에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 했었다. 프로그램의 중심이었던 강호동마저 하차하자 <1박2일>은 2012년 3월 4일 시즌1 멤버인 엄태웅, 이수근, 김종민에 새로운 멤버 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을 투입하여 새로운 <1박2일>을 시작한다.

<1박2일>의 PD로 유명세를 얻은 나영석PD, 이우정 작가는 프로그램을 최전성기에 올려놓고 시즌2가 시작하기 전에 KBS를 떠났다. 이후 최재형 PD(일명 새PD)가 새로 시즌2를 맡아 한동안은 흔히 말하는 '오픈빨 효과'를 얻으며 선전했으나 타 방송국이 변화를 시도할 때 <1박2일>은 매주 비슷한 방송 내용을 고수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기 시작했다. 젊은 시청 층은 MBC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로 옮겨간 지 오래이며, 현재의 <1박2일>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시청률, 인기 예전 같지 않지만...붙잡고 있는 이유

KBS가 <1박2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세 가지 정도로 꼽아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앞서 말한 대로 적절하게 나와 주는 '시청률'이다. 최근 11월 3일 방송된 <1박2일>의 시청률은 12.1%(닐슨코이라 전국기준), 같은 시간 방송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17.4%에는 5%가량 뒤지지만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11.5% 보다는 높다. 최근 경향은 <진짜사나이>의 독주 속에 <1박2일>과 <런닝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현재 <1박2일>이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10%대 시청률은 KBS의 <1박2일> 포기를 주저하게 하는 구실을 한다. 게다가 <1박2일>의 주 시청 층이 다른 경쟁 프로그램들과 확연히 다른 만큼 이 고착화된 시청률에 기대고 싶은 심리도 한 몫 할 것이다. 여기서 KBS가 <1박2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가 드러난다. 바로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태도.

지상파 3사 중 유독 KBS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햇수로 34년이 됐고, KBS 2TV <연예가 중계>는 30년, KBS 1TV는 <가요무대>는 29년째 순항 중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즌제'라는 이름을 방패삼아 재 가공되는 프로그램들에는 안일한 속내가 비친다.

부부사이의 문제를 다루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지난 2009년 4월, 내용의 선정성과 광고가 잘 붙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폐지됐다가 2011년 11월부터 '시즌2'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구성에서는 법정에서 펼쳐지는 조정 장면을 없앴지만 내용에서는 크게 달라진 사항이 없다.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에서 적절히 8~9%의 시청률을 뽑아내고 있으니 KBS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1999년 시즌1을 시작해 조성모, 이상인 등을 스타로 발굴했던 <출발 드림팀>도 마찬가지다. 2003년 폐지됐다가 2009년, 슬그머니 '시즌2'를 붙여 돌아왔다. MC 역시 시즌1의 이창명을 그대로 기용했으며 전체적인 구성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해피투게더3>는 시즌마다 변화를 준 선례에 해당되지만 지금 MC들이 입은 찜질복과 머리에 쓴 가발은 거의 7년이 다 돼 간다. 간간이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참신하지 못해 다시 사우나 복을 입은 것이 지금의 <해피투게더3>다.

KBS가 <1박2일>을 버리지 못하는 마지막 이유는 '자존심'이다. KBS는 자신들이 독보적으로 히트 쳤다고 생각한 프로그램은 쉽게 폐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자존심이라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옹고집이라 할 것이다. 최근 KBS는 그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스타 PD들 떠나간 KBS...자존심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배낭여행 프로젝트 제1탄' tvN <꽃보다 할배>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배낭여행 프로젝트 제1탄' tvN <꽃보다 할배>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10월 2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미방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길환영 KBS 사장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공방을 벌였다. 최민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KBS가 수신료 인상을 말하기 전 제작 자율성과 보도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KBS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적한 '스타 PD'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PD라면 <1박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PD,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 PD, <추노>를 연출했던 곽정환 PD, <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신원호 PD 등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CJ E&M으로 이적했다.

KBS의 스타 PD들은 왜 KBS를 떠났을까? 비단 PD뿐만이 아니라 기자, 아나운서 등 다수의 구성원들이 회사를 옮겼다. 나영석 PD는 이적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BS도 좋은 직장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를 했지만 그보다 CJ E&M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라는 말에 더 끌렸다는 것이 나영석 PD의 말이다.

먼저 이적한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가 지금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드라마PD로 변신에 성공했으니, 당시 CJ E&M의 약속은 거짓이 아닌 것이다. 나영석 PD 역시 예능에서는 보기 힘든 할아버지 4인방(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을 데려와 <꽃보다 할배>로 새로운 예능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길환영 KBS 사장은 국감에서 "방송계의 상업화 물결 속에 (그들은) 공영방송보다는 개인적인 측면을 택한 것 같다"며 "모두 높은 스카우트 비용과 보수를 받고 떠났는데, KBS는 그들을 붙잡을 만큼의 임금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그것보다 최민희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제작 자율성을 간섭받는 느낌 등이 이들을 떠나게 한 진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KBS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것은 스타 PD들의 이적뿐만이 아니다. 최근 KBS가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었다. <마마도>는 tvN의 <꽃보다 할배>를 따라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를 살짝 변형한 프로그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곧 공영방송 KBS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래서 KBS는 <1박2일>을 더더욱 포기하지 못한다. <1박2일>은 그들이 손수 일궈 낸 순수창작물이며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정말 <1박2일> 시즌3의 성공을 바란다면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지금의 <1박2일>을 시청할 매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또 다시 <1박2일>을 선택한 KBS. 변화보다 안정이 아닌 더 큰 변화로 시청자를 맞아주길 바란다. 그래야 마음 떠난 시청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박2일 강호동 이수근 나영석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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