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차명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형준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천호선 정의당 대표,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금태섭 안철수 측 공보담당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차명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형준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천호선 정의당 대표,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금태섭 안철수 측 공보담당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SBS가 2013년 창사특집으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최후의 권력> 시리즈는 그간 아마존, 툰드라, 태평양 등 자연을 탐구해 왔던 다큐멘터리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현실과 맞닿은 문제인 '정치'를 다뤄보자는 제작진의 발상에서 출발했다. 때마침 2013년은 한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권력을 맞이했다.

박기홍 SBS 시사다큐팀장은 "지금 이 시대의 국민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왜 항상 저 모양일까'라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정작 '바람직한 권력의 모습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에 대한 탐구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마련된 2부작 '7인의 빅맨'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치인판 <정글의 법칙>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7인의 빅맨'은 안철수 의원의 최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비롯해 BBK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차명진·정봉주 전 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수행했던 박형준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천호선 정의당 대표,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이하 직위 생략)이 차례로 우두머리 격인 '빅맨'(Big man)이 되어 그루지야의 험준한 코카서스 산맥을 횡단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장경수 PD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재미보다는 진정성을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정글의 법칙>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7인의 정치인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해발 3천 미터에 육박하는 산을 GPS 하나에 의지해 하루 13시간씩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행군으로 몸이 지칠 대로 지친 후에는 다음 날 오전까지 정치적 화두를 두고 토론을 이어갔다. 제작진은 가끔은 갈등하고, 그러다가도 타협하면서 여정을 이어나가는 7인의 '민낯'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

7박 8일의 생고생이 이 정치인들에게 가져다 준 '놀라운 변화'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과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과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이정민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이 7박 8일간의 여정을 같이하며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을 알게 됐다며 촬영소감을 말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정은혜 민주당 전 부대변인이 7박 8일간의 여정을 같이하며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을 알게 됐다며 촬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정민


각자 출연을 결정하며 생각했던 목표는 달랐지만, 이들은 정치적 이념과 위치를 떠나 7박 8일간 함께 고생하며 깊은 감정적 교류를 나눴다. 그 결과는 흥미롭다. 서로를 잘 몰랐거나, 편견을 갖고 있던 이들이 오해를 풀고 새로운 시각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손수조는 "지금은 새누리당의 그 어떤 분들보다 정봉주·천호선이 편하다"고 말했고, 정은혜는 "손수조가 없었으면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을 정도로 서로 사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차명진의 변화가 수차례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천호선은 "(당시) 험한 표현을 많이 쓰는 분이었는데, 얼마 전 나를 만나 '그런 말을 했던 게 후회된다' '봉하마을에도 함께 가보고 싶다'는 말을 진심으로 했다"고 전했다. 차명진 또한 "요즘 천호선 대표가 농성하는 곳에 가서 격려도 하고 싶어졌고, 내가 속한 새누리당 정부가 진보당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며 "다녀와 보니 이 정도로 변했다"고 고백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서로 민낯으로 얼굴을 대하다 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선 권력 투쟁의 소재에 거품이 많더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과거에 지나간 것, NLL(북방한계선) 같은 것을 갖고 왜 지금 국가의 큰 주제로 삼는지….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 '거품'을 갖고 사생결단을 하는구나.(싶었어요) 거품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인 '민생'을 갖고 권력투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이번 '7인의 빅맨' 출연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차명진)

무엇보다 이들이 고행 끝에 얻은 소득은 정치 개혁에 대한 뜻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같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말하는 '새로운 정치'란 바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를 말한다. 7인의 정치인들은 표현은 달라도 결국 새로운 정치의 형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뜻을 같이 했다.

정봉주는 "가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입장을 갖고 권력을 추구했던 사람들끼리 얼마나 충돌이 벌어질까 고민이 컸는데, 같이 고생하다 보니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형준 또한 "정치인들이 민낯으로, 벌거벗고 만나본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지금의 현실정치도 대립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지만, 민낯으로 대화하다 보면 분명 통할 길이 있고 공감이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진영 논리에 안주했던 우리에 대한 문제제기, 의미 있을 것"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박형준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박형준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제작진은 극한의 상황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담았다 자부하지만, '7인의 빅맨'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반응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최근 국정 현안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정치인들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정치판을 향한 회의적인 시각을 잘 보여주는 예다. '카메라'를 통해 한 번 걸러진 이들의 모습이 브라운관에 등장했을 때, 그것이 어느 정도 진실 되어 보이느냐는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운을 뗀 천호선은 "정치를 하면 갈등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기에 우리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는 것"이라며 "상대를 공격하고, 공수를 주고받을 때 자신의 진영에 들이대는 잣대와 타 진영에 들이대는 잣대를 일치시키려는 변화가 7명의 마음속에는 조금씩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봉주 또한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이념이 바뀌었다는 게 아니라, 그 포장지를 갈등이 아니라 화합의 포장지로 바꿀 마음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그동안 진영 논리와 이념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안 하려고 했던 건 아니냐, 게을리 살았던 건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혜는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나중에 작은 권력이라도 갖고 있을 때 (말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과연 이들의 말처럼, 그리고 "이들이 성찰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7인의 빅맨'은 지금의 정치판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일단 "늘 우리 쪽이 '간본다'는 말을 많이 들어 과감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는 금태섭의 말이나 "몸을 던져서라도 당을 알리고 오라는 말에 '정의당'이 TV에 이틀 동안 나오는 걸 목표로 갔다"고 공언한 천호선이 정작 정봉주의 '깔때기'에 얼굴을 찌푸리고 마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는 대목에서, 이들이 그간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7인의 빅맨'을 통해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을 갖기엔 충분해 보인다.

한편 총 5부작 <최후의 권력>은 오는 11월 16일과 17일 오후 11시에 1부와 2부 '7인의 빅맨'을 방송하며, 그 후 3주간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 15분에 3부부터 5부를 방송한다. 배우 이병헌이 내레이션을,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 개론>의 음악감독 이지수가 음악을 맡아 영상에 힘을 보탠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안철수 측 공보담당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SBS 창사특집대기획 <최후의 권력>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안철수 측 공보담당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7인의 빅맨 최후의 권력 정봉주 천호선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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