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선데이-1박 2일>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 K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KBS의 간판 주말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1박2일>)의 시즌3 멤버 모집이 떠들썩하다. 22일 첫 촬영을 앞두고 여러 연예인들이 새 멤버로 거론된 가운데 <1박 2일> 제작진은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다"며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멤버 모집 과정이 너무 요란하고 시끄럽게 진행되었단 사실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옛 속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국민 예능' 소리를 들으며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던 <1박2일>은 시즌2로 접어들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수근, 김종민 등 원년 멤버들이 고군분투했지만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 결과 동시간대 경쟁작인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일밤-진짜 사나이>에 차례로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기엔 현실이 너무 각박했던 셈이다.

특히 시청률은 시즌1에 비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다반사고, 운 좋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때도 10%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KBS 예능국 내부에서는 <1박2일> 폐지론이 솔솔 피어오르기도 했었는데, <1박2일>을 대체할만한 코너가 전무하다는 점과 함부로 폐지하기엔 여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잔류 결정을 얻어냈다.

요란하고 떠들썩하지만 오리무중인 시즌3

이처럼 사실상 실패작에 가까운 시즌2로 인해 시즌3를 맡게 된 새 제작진 입장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KBS는 어떻게든 <1박2일>을 살리기 위해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서수민 PD를 총괄책임 프로듀서(CP)로 임명하고, 과거 이명한-나영석 PD 밑에서 <1박2일>의 전성기를 함께한 유호진 PD를 메인 프로듀서로 발령했다. 한 마디로 시즌1 체제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KBS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서수민 CP와 유호진 PD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물갈이'였다. 차태현, 김종민을 제외한 이수근, 유해진, 엄태웅, 성시경 등 나머지 멤버들이 하차한 공석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멤버 발탁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샤이니 민호, 장미여관 육중완, 가수 존박 등이 캐스팅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불발됐다. 현재까지도 김주혁, 데프콘, 정준영, 이준기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

게다가 제작진의 의사와 상관없이 KBS 예능국장 등 고위급이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 현장으로 달려가 강호동에게 <1박2일> 진행을 부탁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즌3 멤버 현황은 더더욱 안개 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멤버 교체 과정치고는 너무 복잡하고 요란하다.

유호진 PD는 "첫 촬영 콘셉트가 기존 멤버와 새 멤버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기존 멤버들에게조차 캐스팅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정확한 정보와 사실은 사라지고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은 피로감마저 유발하고 있다. 물론 덕분에 제작진은 시즌3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콘텐츠'...초심 찾으려는 노력 필요

1박2일 1박2일

시즌1 당시 <1박2일> 멤버들. ⓒ KBS


물론 제작진의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다. 멤버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이 과정 속에서 멀어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는 분명 프로그램에 득이 되는 일이다. 방송가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시청률'이라는 숫자로 표시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떠들썩한 멤버 교체 과정, 그럼에도 "방송으로 확인하라"고 공식 발표를 늦추며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고수하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 멤버 교체 이슈로 모인 관심이 떠나간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끌어 들이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1박2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콘텐츠'의 힘이다. <1박2일>은 여행과 리얼 버라이어티를 잘 버무려 추억과 감동, 재미와 웃음을 함께 이끌어 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장점이 시즌2에 들어서면서부터 게임과 경쟁에 매몰되기 시작했고, 결국 시청률 하락과 장기 슬럼프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즌3가 성공하고 싶다면, 초심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멤버 교체는 분위기를 일신하는 일종의 수단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1박2일>이 여행이라는 주제를 얼마만큼 유려하게 소화해 내느냐, 그 속에서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고 살려내느냐다. 멤버 교체만 떠들썩하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실을 쌓으려는 노력을 더욱 '요란하게' 시도해야 할 때인 셈이다.

이명한과 나영석의 성공 신화를 지척에서 지켜보며 성장한 유호진 PD는 과연 캐스팅 과정의 논란과 내홍을 무사히 수습하고 <1박2일>에 새로운 전성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 시즌3가 부디 빈 수레만 요란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를 애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1박 2일 유호진 서수민 강호동 이수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