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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추석명절 때 전남 순천의 시댁에 다녀온 미경씨가 어설픈 삽질로 텃밭에 퇴비를 넣고 있었다.

"시댁은 지금부터 마늘을 심더라고요. 씨마늘 얻어왔는데 지금 심어도 되나요?"
"지금 심었다가는 싹이 올라와서 겨울에 얼어죽거나 이상한 마늘이 나올 수도 있어요. 인천은 한 달 뒤에 심으면 됩니다."

농사초보 미경씨에게 이유를 설명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 작물인 마늘은 지역적인 환경, 즉 기후와 토질의 특성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통마늘을 한쪽씩 쪼개서 껍질채로 심는다. 폭이 넓은 이랑에 골을 만들어서 한뼘간격으로 깊이 심어준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통마늘을 한쪽씩 쪼개서 껍질채로 심는다. 폭이 넓은 이랑에 골을 만들어서 한뼘간격으로 깊이 심어준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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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한지형과 난지형이 있다"

국내산 마늘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품종이 있다. 지역적인 기후에 따른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충북 단양을 기준으로 한 중부지역이 한지형이며, 경북 의성을 기준으로 한 남부지역의 마늘이 난지형이다.

'벌마늘(마늘쪽이 벌어지는 특징)'이라고 부르는 난지형의 남해마늘은 염분이 있는 흙에서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씨마늘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종자로 쓰는 것이 가장 좋으며 기후에 따른 한지형과 난지형을 선택한다. 생육조건을 무시하게 되면 발육이 불량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마늘을 수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늘은 대부분 육쪽이지만, 품종에 따라서 여섯 쪽이 넘는 품종도 있다.

한지형은 10월 중하순경에 심어서 겨울내내 흙 속에 뿌리만 내린 채 월동을 하다가 봄이 오는 3월쯤에 싹을 틔우고 6월경에 수확을 한다. 난지형은 9월 중하순경에 심어서 한 뼘 정도로 싹을 키운 채로 겨울을 지내다가 4월경에 수확을 한다.

또한 난지형은 벼수확이 끝난 논에서 이모작으로 키우는 '논마늘'도 있다. 이처럼 기후와 토질에 따른 생육 방식의 차이가 있으며 한지형은 추위를 이기려고 땅 속으로 뿌리털을 많이 달려서 깊게 땅 속으로 내리는 반면에 난지형은 뿌리털이 적고 짧은 것이 특징이다.

"품종에 따라 크기와 맛이 다르다"

지역적인 특성과 품종에 따라서 모양과 크기도 다른 것이 마늘이다. 한지형은 크기가 작고 모양은 길쭉하지만 저장성이 높고 마늘 고유의 맛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지형은 크지만 저장성이 떨어지고 모양은 둥근 형태를 갖춘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구별법으로는 줄기에 붙은 마늘의 윗부분이 빈틈없이 밀착되어 있으면 한지형이고 조금 벌어지는 것은 난지형이다. 벌마늘은 쪼개지듯이 크게 벌어진다. 마늘껍질에 붉은색이 있으면 한지형, 하얀색은 난지형으로 구분되는 특징들이다.

마늘은 수확하기 한 달 전쯤에 줄기 속에서 '마늘쫑'이라고 하는 꽃대를 길게 올려서 '주아'라고 하는 꽃을 피운다. 마치 쌀밥 한 숟가락을 올려 놓은 것처럼 작은 마늘 씨앗이 모여있다. 마늘의 씨앗인 주아를 낱알로 심으면 한 쪽짜리 작은 통마늘이 자라며 그것을 다시 심으면 여섯 쪽의 마늘이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늘농사는 주아를 심어서 한 개짜리 통마늘을 수확하고 다시 심어 다음해에 육쪽마늘을 수확하는 2년짜리 농사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없어서 짓지 않는다. 대부분 씨마늘을 보관하여 한쪽씩 쪼개서 심는 1년짜리 농사를 짓는다. 주아가 달리는 마늘쫑을 뽑아주면 영양분이 뿌리쪽 마늘로 집중되어 통마늘이 커진다. 마늘쫑은 반찬으로도 좋으며 텃밭농부들에게는 최고의 막걸리 안주가 되기도 한다.

뿌리만 내리고 월동을 하는 마늘은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자라기 시작하여6월경에 수확을 한다. 통풍이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뿌리만 내리고 월동을 하는 마늘은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자라기 시작하여6월경에 수확을 한다. 통풍이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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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은 뿌리만 내린 채 월동을 한다"
 
마늘은 기온이 높거나 햇볕을 장시간 받게 되면 끝부분에 초록의 싹이 트면서 마늘의 양분과 수분을 빼았아 껍질만 있는 빈마늘이 생긴다. 통마늘로 보관할 때는 햇볕이 없고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을 하며, 깐마늘을 장기간 보관할 때는 냉동보관하는 것이 좋다.

10월말 미경씨에게 농장에서 수확하여 보관했던 씨마늘을 나눠주고 관리 방법도 알려주자 이랑 폭을 1미터 정도로 해서 호미로 한 뼘 간격으로 길게 고랑을 파낸 후 10cm 간격으로 씨마늘의 뿌리 부분을 아래로 하여 세워서 심고 마늘의 길이만큼 흙을 덮어주었다. 겨울에 추위를 견디고 싹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햇볕을 막을 수 있게 풀과 낙엽 등으로 흙 위에 두껍게 덮어주는 작업까지 끝냈다.

얼었던 땅이 풀리고 봄이 오면 동면을 끝낸 개구리처럼 마늘도 뿌리만 내린 채 웅크리고 있다가 힘차게 흙 위로 싹을 밀어올리는데 이때, 봄볕에 반짝이는 새싹을 보고 있노라면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마늘에 대한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한지형은 뿌리털이 많고 길며 껍질에 붉은색이 있다(좌측) 마늘의 꽃 주아는 숟가락에 담긴 쌀밥같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면 한개짜리 통마늘이 자란다.
 한지형은 뿌리털이 많고 길며 껍질에 붉은색이 있다(좌측) 마늘의 꽃 주아는 숟가락에 담긴 쌀밥같다. 씨앗을 하나씩 심으면 한개짜리 통마늘이 자란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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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늘, #한지형, #난지형, #주아, #벌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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