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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열의 스케치북> 연말특집 광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연말특집 광고 ⓒ KBS


자, 셀프 테스트가 필요한 시간이다.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물론 남성에 한 해서다. 순서대로 답해 보자.

"나는 미친 듯이 외롭다."
"나는 모태솔로다."
"내가 모태솔로인 이유는 얼굴 때문인 것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유희열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

여기까지 통과했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이 인증하는 '솔로왕'에 근접했다. 그러나 여기서 다가 아니다. 좀 더 난이도 높은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27일 방송된 솔로 남성들을 위한 <스케치북> '오빠 한번 믿어봐' 특집은 두 가지 난제를 더 제시했다.

"오늘 '스케치북'에 혼자 왔다", 그리고 "내일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낼 계획이다."

'솔로왕'들이여, 크리스마스이브 행복하셨나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오빠 한 번 믿어봐' 특집 중 한 장면. 솔로왕의 탄생.

<유희열의 스케치북> '오빠 한 번 믿어봐' 특집 중 한 장면. 솔로왕의 탄생. ⓒ KBS


위 문제를 다 통과한 방청객에게 '솔로왕'만이 가질 수 있는 왕관 등을 수여한 <스케치북> 솔로특집. 이날 방송은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낼 솔로 남성들을 초대해 그들만을 위한 맞춤형 공연을 선사한 꽤나 특별하고 특이한 특집이었다.

군부대 공연을 연상케 하는 짐승의 포효가 들끓는 객석의 반응은 분명 <우정의 무대>이후 오랜만이요, <진짜 사나이>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종종 놀랄만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케치북>의 진가가 발휘된 순간이랄까.

더욱이, 이번 특집은 크리스마스 특집을 빌미로 야외촬영에 나섰으나 꽤나 어색한 편집 리듬으로 본연의 재미를 반감시켰던 한 주 전 <스케치북>의 실망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마녀사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성시경의 깐족거림 충만한 상담이랄지, <개그콘서트> '안생겨요' 팀의 '솔로왕' 공감대 100%의 콩트도 분명 신선했다.

미스에이의 수지, 포미닛의 현아, 에이핑크의 멤버들이 모두 '삼촌'도 아닌 "오빠~"를 연호하고, 100% 수컷 관객들이 후렴구를 굵은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화답하는 이 훈훈한(?) 광경은 자칫 단순할 수도 있는 기획이 오히려 전에 볼 수 없던 이색적인 그림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불행하게도, 마지막 장면이 연출되기 전까지 말이다.

'식스센스'급 반전을 이끌어낸 <스케치북>의 검은 계략

 싱글남들을 초대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싱글남들을 초대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


진행자 유희열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객석을 향해 "2014년엔 다시 이런 모습으로 만나지 말자는 뜻에서"라며 "나는 할 수 있다"를 복창하자고 권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엔딩 곡은 다름 아닌, 군가 '진짜 사나이'. '좌우로 반동 준비. 반동 간에 군가 한다, 진짜 사나이!'가 다름 아닌 <스케치북>에서 울려 퍼지고, 군필자, 미필자 모두 떨떠름하게 이를 따라하는 전에 없던 광경이라니!

'식스 센스'급 반전을 연출한 <스케치북> 제작진은 분명 빵 터지는 폭소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일정 정도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소위 '디스'도 아니요, 훈훈한 도닥거림도 아닌 이 반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태솔로를 비롯한 '싱글남'들을 기껏 초대해 (군인)아저씨로 되돌려 버리는 제작진의 이 '크리스마스 선물'에 고개를 끄덕일 이가 얼마나 될까. 만약 이 '떼창'이 '군사문화가 너희를 아저씨로 만들리라'란 경고였다면, 그야말로 싱글탈출의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제작진의 진심어린 충정이라 이해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해 할 이가 있다면, 별수 없다. <스케치북>와 유희열의 검은 계략에 넘어간 걸 자책하는 수밖에. 이날 <스케치북>이 걸그룹의 이름을 연호하며 한껏 즐겼던 '싱글'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도 않으니까. 이랬거나 저랬거나,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싱글녀' 특집에 대한 기대가 벌써 들려오니, '오빠 한 번 믿어봐' 특집은 대성공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미쓰에이 에이핑크 포미닛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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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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