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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남들 다 쉬는 공휴일에 농구장에 나와 몸을 풀고 경기를 하려니 그럴 수 있었겠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팀이 경기를 못한 지난 3주간, 특집이다 연말 시상식이다 모두 바쁜 일상을 보냈으니, 그래, 훈련도 소홀히 했을 수 있었겠다.

때마침 이정진의 빈자리에 신입 멤버로 신용재가 들어왔으니 이미 붕 뜬 마음 공연히 더 들떴을 테고, 어떻게든 매주 방송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반드시 경기는 치러야만 하니 덜 풀린 몸만큼 정신적 긴장도 느슨해졌을 것. 하지만 이러저러한 예체능 팀의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21일 방송은 '예능'도 '체능'도 모두 함량 미달 수준이었다.

 21일 방송된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예체능 팀 멤버들이 경기 시작 전 새해 첫 날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21일 방송된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예체능 팀 멤버들이 경기 시작 전 새해 첫 날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 KBS


이날 대전 드림 농구팀과 예체능 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전, 예체능 멤버들은 차례대로 대기실에 들어와 담소를 나눴다. 그들이 나눈 대화의 주된 내용은 새해 첫 날 경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 당장 치를 경기를 걱정하기보단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볼멘소리를 하는 멤버들을 다독이며 이끌어가야 할 맏형 강호동 역시 새해 첫 날 경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동조했다. 이때부터 <우리동네 예체능>은 이날 경기의 패배의 전운을 조심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 어수선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바꿔 신입 멤버 신용재가 소개됐다. 지난 연예인 팀과의 경기에서 가드로 활약하며 좋은 패스를 선보였던 그가 예체능 팀에 합류한 것이다. 이때부터 예능 분량을 뽑기 시작했다. 일단 강호동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신용재를 신입 멤버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다. 강호동은 신용재에게 자기소개를 하도록 시켰고, 이어 노래를 시켰다. 거기에 무반주 댄스까지.

강호동은 MC 내공을 십분 발휘해 간만에 예능 진행을 해봤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판에 박힌 그만의 진행 스타일은 익히 예상 가능한 그림을 만들며 큰 웃음을 만들지 못했다. 예능이 없었다. 웃음이 없었다.

실망스런 대기실 토크가 끝나고, 존박을 VJ로 위장시켜 상대팀의 연습 현장으로 투입시켰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 꼭지의 목표는 염탐을 통해 상대팀의 전략을 간파하라는 것이지만, 사실 이 꼭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웃음'이다. 제작진은 상대팀이 VJ로 위장한 존박을 의심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강제로 존박의 실체를 드러내는 등의 그림을 예상하며 이 꼭지를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팀은 농구에 집중하느라 존박의 존재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결국 존박 스스로 후드를 벗고 상대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상대팀이 알아보는 그림이 완성됐다. 이렇다 할 전략을 알아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웃음을 뽑아내지도 못했는데 제작진은 이 꼭지를 편집하지 않았다.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 내용으로 모자란 방송 분량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예체능 팀' 최인선 감독 질책 "이런 농구 필요 없다"

21일 방송된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에이스 김혁이 서지석에게 패스 미스를 해 아쉬워하고 있다.

▲ 21일 방송된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장면 에이스 김혁이 서지석에게 패스 미스를 해 아쉬워하고 있다. ⓒ KBS


이날 경기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예체능 팀은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1쿼터 초반에는 양 팀 모두 적절하게 공수를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한 그림을 연출했지만, 이후 예체능 팀의 과다한 의욕과 3주간의 공백으로 헐거워진 팀워크가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면서 여러 번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줘야 했다. 더구나 신용재가 신입 멤버로 합류한 첫 경기여서 이들의 호흡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 체력과 함께 잘 맞아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기 운영은 급해졌고 실책은 잦았다.

'골밑의 지배자'라 불리던 줄리엔 강은 상대팀 선수들의 철벽 수비에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했고, 에이스 김혁과 서지석은 개인기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치며 무너진 팀워크를 보완하지 않았다. 존박과 박진영만이 팀워크에 의해 경기를 풀어나가면 나름 선방할 뿐이었다. 코치진은 목소리를 높였고, 상대팀은 예체능 팀을 깔봤다. 최인선 감독은 "이런 농구는 필요 없다"며 선수들을 질책했다. 예체능 팀의 패색은 짙어질 대로 짙어졌다. 결국 예체능 팀은 패배했다.

중요한 것은 예체능 팀이 패배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스포츠는 태생적으로 승패를 가르는 경기이기에 한 쪽이 이기면 다른 한 쪽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스스로도 진단한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내용이다. 주장 박진영은 "다들 자만했던 것 같다. 연말이라 술도 마시고 몸 관리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며 "운동은 속일 수가 없다"고 자책했고, 최인선 감독 역시 "지금까지 경기 중 최악이었다"고 말하며 연습 부족, 연승으로 인한 자만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경기 시작 전, 상대팀은 철저히 경기 전략을 세우고, 서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며 본 경기를 대비했다. 하지만 예체능 팀은 새해 첫 날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에 불만 섞인 소리를 내뱉고, 경기 시작 직전에도 코치진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들었을 뿐 스스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상의하지 않았다. 실제로 예체능 팀이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음에도 제작진이 이를 편집한 것이라면, 이 역시 이날 예체능 팀의 패배에 나름 합당한 핑계거리를 제시하기 위한 의도로 밖에 비치지 않아 아쉬운 대목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체능도 함량 미달이었던 셈이다.

현재 <우리동네 예체능>은 대기실 토크 장면과 경기 장면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간간이 상대팀 전략을 연구하는 장면을 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같은 방송사의 일요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시즌2는 MC 이창명이 전적으로 진행을 맡고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친다. 확실한 역할 분담이 이뤄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출발 드림팀>은 연예인 출연자들과 상대 출연자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기자랑' 형식의 꼭지로 예능적인 재미도 만들어내고 있으며, 경기를 시청자들에게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맛깔난 해설도 곁들이며 노력을 꾀하고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제2의 <출발 드림팀>이 되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프로그램 구성으로는 예능과 체능 모두 놓칠 수 있겠다는 우려를 전하고 싶다. 조만간 최강창민의 하차로 고정 패널은 강호동 혼자가 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프로그램 구성을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예능과 체능 모두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연출을 꾀하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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