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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의 본사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 말 숭제법사(崇濟法師)가 창건하고 고려 공민왕 때 나옹(懶翁)이 중수했다고 하며, 일설에는 신라 진평왕 21년에 지명(智命)이 창건하고 원효(元曉)가 중수했다고도 전해지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수덕사 대웅전
 수덕사 대웅전
ⓒ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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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대웅전은 지은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국보 4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 밖에 보물 1263호인 '노사나 불괘불탱', 등록문화재 473호인 만공탑 등 다수의 지정 유물과 용봉사, 개심사 등 인근 사찰의 유물들을 보관 중인 수덕사는 가히 문화유산의 보물 창고라 할 만 하다. 때문에 유물의 도난·분실, 훼손을 막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1997년부터 성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수덕사 근역성보관
 수덕사 근역성보관
ⓒ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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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근역성보관은 수덕사 인근에서 출토된 괘불, 판각 등의 유물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박물관 시설을 갖출 수 없는 수덕사 관내 말사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도 이전 관리되고 있다. 규모는 총 부지 3천 평, 연면적 700여 평으로 그중 수장 시설 90여 평, 자료실 61평, 상설전시관 130평을 갖추고 있다. 상층부에서 보기에는 지하 시설로 보이지만, 하층부에서 보았을 때는 지반의 표고 차 때문에 1층으로 보이기도 한다. 총 유물 종수가 3천 점이 넘고, 하루 관람 인원도 300~400명이 넘는다. 사찰 박물관으로서 제법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근역성보관은 시멘트로 지어져 최조 개원당시부터 유물 보관 장소로 부적합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우선 유물 별로 특정하여 보관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 습기에 대한 통기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유물은 그 종류에 따라서 보관 온도를 달리해야 한다. 목조는 목조대로 서책은 서책대로 다른 보관방식이 필요한데 수장 시설이 겨우 60여 평이다 보니 모든 유물이 한곳에 몰아넣어진 채로 보관되고 있다.

수장고 보관 상태
 수장고 보관 상태
ⓒ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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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물 1263호로 지정되어 있는 괘불탱은 높이만 해도 7.3m 넓이가 10.6m인데 도저히 펼쳐 놓을 수가 없어서 늘 한 구석에 방치되고 있다. 괘불탱은 수시로 걸어놓아야 안료끼리 서로 뭉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유물인데 이미 훼손이 상당히 진행되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수덕사 노사나불괘불탱
 수덕사 노사나불괘불탱
ⓒ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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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니다. 수장고는 보관 유물을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출처를 알 수 없는 철제 빔으로 겨우 칸막이를 쳐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방수 시설은 이미 박물관 개원 때부터 논란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 빗물이 들이쳐서 박물관 여기저기에 물받이를 받쳐 놓고 있는데 어떻게 유물이 제대로 보존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수장고 천정 및 전시장의 누수 흔적
 수장고 천정 및 전시장의 누수 흔적
ⓒ 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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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측에서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고 있기는 하나 습기와 통풍에 애초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던 수장 시설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지분만 빼놓고 모조리 시멘트로 마감한 유물관은 자연건조가 힘들고, 더군다나 자연 통풍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다. 수덕사 지운 주지스님과 박물관장 정암 스님은 이런 박물관 형태로는 유물을 도저히 보관할 수 없다고 몇 차례 예산시에 자문을 구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은 국민들의 것이다. 사찰에 있다고 스님들의 소유가 아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는 소중한 국민 모두의 자산이다. 문화재청에서는 뒤늦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는 19일 관련 학계 교수들과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조사팀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탁상행정이 아닌, 사찰과 민간, 정부가 함께 사찰의 유물보관 방식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방송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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