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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MBC 신임 보도본부장(자료사진).
 이진숙 MBC 신임 보도본부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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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체제'의 핵심 인물들이 MBC 보도·편성·제작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앉았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상징하는 '김재철 체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신임 임원을 선임했다. 안광한 사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이 신임 부사장과 보도본부장 자리를 꿰찼다. 백종문 신임 경영기획본부장과 김철진 신임 편성제작본부장도 영전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노조)는 이에 대해 "듣는 귀가 의심스럽고, 보는 눈을 믿을 수 없는 참담한 소식이다, 안광한 사장은 그에게 주어진 막중한 3년 임기의 첫 단추를 어처구니없는 인선으로 꿰고 말았다"면서 "내용과 절차 모두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사장 이름만 바뀐 김재철 체제의 완벽한 부활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9명의 이사진 중 3명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임원 선임안에 반발해, 모두 퇴장했다. 청와대·여당 추천 이사 6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장 공모 고배' 이진숙, 보도본부장으로 화려하게 귀환

이진숙 신임 보도본부장은 지난달 MBC 사장 공모에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진숙 본부장은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김재철 전 사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노조 파업을 정치적인 불법 파업을 규정해, 큰 반발을 샀다. 그가 사장 공모에서 떨어진 이유도 노조 탄압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보도본부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노조 파업 당시 MBC 기자회로부터 불공정보도의 주범으로 지목당해 기자회에서 퇴출된 그를 두고, 보도본부장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보도부문의 앞날이 암담하다"면서 "선후배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인물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한 건 기자 양심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권재홍 부사장은 '할리우드 액션'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12년 5월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머리기사로 "권 보도본부장이 퇴근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박성호 기자회장이 보도본부장이 퇴근 저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하지만 노조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면서 "노조를 탄압할 명분을 찾기 위해 노조원들을 폭도로 몰아간 악의적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법원 역시 권 부사장과 노조의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면서 "<뉴스데스크> 보도가 허위였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권 부사장을 두고 "스스로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음은 물론 MBC의 품격까지 땅에 떨어뜨린 인물이 사장의 최측근 인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철진 편성제작본부장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노조는 김 본부장에 대해 "<PD수첩> 부장 시절 'MB 무릎기도 사건', '남북경협 중단' 아이템을 중단시키면서 <PD수첩>의 잔혹사를 개시했고, PD들의 취재수첩과 책상을 뒤지던 민망한 순간이 CCTV로 공개돼 망신을 샀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김재철의 길을 가려 한다면, 같은 최후 맞을 것"

MBC 노조는 "안광한 사장은 '도로 김재철'이라는 악수를 두고야 말았다, 특히 사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 이진숙을 보도본부장에 앉힌 건 방문진의 집요한 요구에 스스로 굴복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진숙을 중용하라는 방문진의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음을 듣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한 "이들은 MBC 구성원들의 가슴에 커다란 대못을 박은 불구대천의 이름들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증오와 보복의 광풍이 몰아치더라도 우리는 김재철 체제로의 퇴행을 온 몸으로 막을 것이다, 망가진 MBC의 위상을 되찾는 길을 우리가 앞장 서 걸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도 "53년 MBC 역사에 최대 오욕으로 남을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사장 안광한이 더 이상 노조와는 대화할 의지가 없음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선전 포고를 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면서 "김재철 체제에 맞서 투쟁했던 대로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MBC 경영진을 향해 "기어이 김재철의 길을 가려 한다면 기필코 김재철과 같은 최후를 맞게 하겠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응당한 죗값을 물리고, 임기 도중 해임돼 쫓겨나게 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MBC 등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과 방문진의 구조를 반드시 바꿔내겠다"고 전했다.


태그:#이진숙 신임 본부장의 MBC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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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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