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한 장면. 서판석(차승원 분)과 은대구(이승기 분).

7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한 장면. 서판석(차승원 분)과 은대구(이승기 분). ⓒ SBS


터졌다. 차승원과 이승기, 고아라와 안재현 등의 캐스팅만으로 입소문과 기대를 모았던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첫 방송부터 호평일색으로 등장했다.

비록 1회에서는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던 요소들이 초반과 후반에 적절히 배치되며, 시청률 12.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고 수목극 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동시간대 KBS 2TV <골든크로스>가 7.2%, MBC <개과천선>이 9.3%를 기록한 걸 보면 그 차이는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2회는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며 14.2%를 기록, 8%대를 기록한 나머지 두 드라마와 여유롭게 격차를 두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전작인 SBS <쓰리 데이즈>의 후광효과도 배제할 순 없으나, 무난한 스토리의 매끄러운 도입부와 매력적인 스타 캐스팅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사실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매력을 제하고도 흥행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개과천선>이 김명민이라는 히든카드를 내세웠으나 자칫 진부하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로, <골든크로스>가 배우들의 호연에도 그 내용이 주는 불편함과 이질감 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비록 서판석(차승원 분)과 은대구(이승기 분)의 과거와 관련한 어두운 이야기가 기저에 깔려있긴 하지만, 청춘 로맨스 성장 서사는 흥미를 느낄 법하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차승원과 이승기의 조화가 절실해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서판석 역의 차승원.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서판석 역의 차승원. ⓒ SBS


하지만 앞서 축배를 들기에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갈 길은 멀다. 이제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 우리는 <신의 선물-14일>과 <쓰리 데이즈>를 통해 SBS 드라마의 용두사미화를 이미 지켜봤기 때문에, <너희들은 포위됐다>에게 거는 기대감만큼 걱정도 크다.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이전의 드라마들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시청률과 함께 작품성도 챙길 수 있는가의 여부는 이승기라는 배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드라마 방영에 앞서 차승원과 이승기의 캐스팅은 분명 화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극 초반이라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그 조화가 아직은 의심스럽다.

차승원은 개성과 존재감에 있어 그 어떤 배우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스토리가 서판석과 은대구의 과거 풀기만이 아니라, 서판석을 중심으로 어수선(고아라 분), 박태일(안재현 분), 지국(박정민 분) 등 어리바리한 신참 형사들의 팀 성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차승원의 존재감은 그렇기에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이승기가 난감하다. 은대구의 캐릭터가 유난히 섞이지 못하고 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2006년 <소문난 칠공주> 이후, 꾸준히 그 연기력을 안정시켜가며 인정받아왔다. 문제는 이승기의 연기력이 안정되는 만큼 그 존재감 역시 커졌으며, 개성 또한 짙어졌다는 데 있다.

<찬란한 유산>부터 최근 <구가의 서>까지 이승기는 원톱 주인공으로서 대중에게 나서왔고, 그만큼 존재감에 대한 확신 또한 주게 되었다. 그렇기에 과연 이승기가 개성 강한 존재감의 차승원과 섞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물론 극 초반, 캐릭터의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주고자 하는 장치일 수 있으나 1, 2회 전개에 있어서 아무래도 이승기가 떠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차승원과의 조화가 안정화되지 않았으며, 이승기의 색깔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아라가 전작인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집단 성장 서사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승기의 톤다운, 작가와 배우의 쌍방향적 노력 필요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은대구 역의 이승기.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은대구 역의 이승기. ⓒ SBS


아무리 스토리가 서판석과 은대구의 대립을 중심에 놓고 있다고는 하나, 팀의 성장이라는 전체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이승기의 돋보이는 존재감은 다소 부담스러우며, 차승원이라는 배우와의 시너지에 대해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는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승기는 자신의 연기를 해나가되, 차승원과의 조화, 그리고 집단 성장이라는 작품의 성격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며, 작가는 은대구라는 캐릭터의 톤 조절을 해가며 인물별 비중을 신중히 분배할 필요가 있다. 안재현과 박정민이 이승기와 고아라에 비해 시청자들에게 아직 대중적 어필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배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조절은 더욱더 필수적이다.

이것이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이다. 이 드라마가 차승원과 이승기라는 두 배우의 시너지가 아닌 마이너스를 산출해내서는 안 된다. 이 지점을 현명하게 잘 건너갈 수 있다면, 아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올해 SBS가 수확할 드라마 농사의 수확물 중 풍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려와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며,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신선하고 따뜻한 성장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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