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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수도권 직행 좌석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인 16일 출근길은 어떤 모습일까?

정부는 이날부터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수도권 직행버스의 고속도로 입석운행을 금지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서울·경기·인천 3개 지역에 버스 222대를 증차하는 등 입석 금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출근하는 시민들을 안심 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평소 광역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던 시민들은 지하철을 타거나 광역버스 출발역과 가까운 정류장을 찾아가 일반버스를 이용했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는 한 달간 모니터링을 통해 대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책 시행 첫 날 시민들은 정부의 대처가 신뢰가지 않고, 당장 퇴근길이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경부고속도로행 머내기업은행 정류장] 관광버스 타고 출근

머내기업은행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머내기업은행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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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입석금지 시행 첫 날인 16일 오전 7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머내기업은행 정류장은 우려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건너편 횡단보도서부터 몇몇 시민들이 뛰어왔다. 정류장이 한산하긴 해도 혹시나 버스를 못 타게 될까봐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고 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출근시간(오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동안 이곳 머내기업은행 정류장에서 8201 버스에 승차한 고객은 270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머내기업은행 정류장은 이전처럼 많은 시민들이 찾지 않는다. 이곳에 정차하는 광역버스 중 하나인 8201번 버스(용인 수지초교~강남역)는 시발역에서 이미 5곳 이상의 정류장을 거쳐 온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정류장이어서 수요도 많다. 그래서 머내기업은행 정류소에 도착할 때는 버스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입석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시민들은 입석금지 정책 때문에 이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못 탈 확률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출근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두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미금역으로 가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멀리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8201번 버스가 오자, 모니터링을 하던 이홍직(54, KD운송그룹)씨는 한 시민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자리가 있어야지 탈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8201번 버스는 정차하지 않고 정류소를 그냥 지나쳐갔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 시민은 한 번 정도는 버스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분 뒤에 온 8201번 버스마저 '잔여좌석 없음' 푯말이 세워진 채 정류장을 지나쳐 가자 모니터링 요원에게 따져 물었다.

"아, 도대체 이러면 어쩝니까. 대책도 안 세우고 마냥 기다리라는 겁니까. 20분 동안 좌석이 남은 버스만 기다리라면, 난 서울역까지 언제 출근합니까. 저보고 차를 사라는 말입니까. 대책이 뭔가요"
"저희도 딱히 대책은 없습니다."
"참 사람 잡네."

증차를 한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평소대로 정류소에 왔다는 그는 씩씩거리며 결국 택시를 잡았다. 같이 8201번 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시민은 정부의 막무가내 정책에 더 이상 말씨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성남시청에 여러 번 전화해서 건의를 했지만 시청 관계자한테 죄송하다는 말만 들었다. 모니터링을 4주간 하고 대책을 다시 세운다고 하는데, 지금 보니깐 모니터링도 전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네요."

승차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머내기업은행 정류장에 사람들이 없는 대신 다른 역으로 분산돼 그만큼 붐빌 거라고 했다. 정부에선 그런 것은 파악 못하고 혼잡했던 역이 혼잡하지 않다고 시청에 보고 할 텐데 그저 답답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은 수지지역난방역, 현대아파트, 머내기업은행 등 평소에 승객이 많이 몰리는 일부 정류소에서만 시행한다.

엉터리 모니터링에 불만을 표시하던 시민은 정류소에 도착한 8201번 버스를 보고 멈칫했다. 평소 보던 광역버스가 아니라 관광버스에 8201번 딱지를 붙여 놓아 당황한 것이다. 똑같은 버스이니 타면 된다는 모니터링 요원의 말에 그는 쭈뼛쭈뼛 거리며 버스에 탔다. 그는 "2대나 그냥 보내고 결국 관광버스 타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몇몇 시민들이 모니터링 요원에게 화내는 것을 본 금준호(18, 고등학생)군은 괜히 불안하다며 아버지에게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전화를 했다고 했다.

"한 달 전부터 입석금지 정책을 알았지만 어제(15일) 학교에서 아무런 공고가 없어서 평소처럼 등교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막상 정류소 상황이 왁자지껄하고 몇몇 사람들이 화내는 걸 보니깐 저도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하지 못할 거 같아서 아빠 차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상당수의 시민이 이날부터 입석 금지가 시행되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정책만 홍보되고 시민들을 안심 시킬 만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로 "그래도 증차를 하고 배차간격을 좁힌다고 해서 믿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배차 간격과 낯선 전세 관광버스에 당황한 시민들은 현장의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우리도 버스 수를 늘리려 했지만 시에서 허가를 안 해주면 전세버스로 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민원을 많이 넣어서 시청이 대책을 세우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대책은 증차와 배차간격이 다냐고 묻자 모니터링 요원들은 "임시방편인 것을 안다"며 "3주 정도 모니터링을 더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탑승한 8시 10분 강남역행 8201 버스는 좌석이 반 정도 비어 있었다. 송민아(22, 대학생)씨는 "오늘따라 사람이 없다"며 "버스 안이 이렇게 조용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행 계룡리슈빌 정류장] "개강해야 금지효과 절감"

계룡리슈빌정류장에서 1300버스가 정차해있다
 계룡리슈빌정류장에서 1300버스가 정차해있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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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7시 경기도 부천 롯데백화점 옆 '계룡리슈빌' 정류장. 이 정류장에는 1300번(동막역-서울대), 1301번(인천대학교 공과대학-서울역), 1601번(인하대병원-서울역), 9800번(미주탕-시민의 숲, 양재 꽃시장) 4종류의 광역버스가 지나간다.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되면 버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류장은 한산했다. 1300번, 1301번 등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의 대부분은 자리가 많아 충분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시민들은 새치기나 실랑이 없이 질서 있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오전 7시 25분에 정류장에 도착한 1301 버스에 좌석이 없어 타지 못하는 승객이 처음 생겼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 2명은 앉을 자리가 없고 입석은 안 된다는 기사의 말에 당황하며 도로 정류장으로 내려왔다. 버스에 타지 못한 시민들은 다음 버스가 도착하기 전의 10여분 동안 초조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8시가 넘어서 도착한 일부 버스의 좌석은 대부분 비어 있기도 했다. 계룡리슈빌 정류장에서 출발한 버스는 1시간이 걸려 서울역에 9시쯤 도착한다. 때문에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승객은 일찍서두른다. 8시 30분을 전후로 부천시의 정류장에 도착한 광역버스(노선: 인천~서울역)에서는 인천에서 온 승객 수십 명이 내리기도 했다. 광역버스가 부천 시청과 중동 등 번화가를 지나다보니 인천에서 부천으로 출근한 승객들이 많았다.

인천-부천-서울을 지나는 광역버스는 공항철도, 지하철 1호선, 지하철 7호선 등 지하철 노선으로 승객이 분산되어 '광역버스 입석 금지 정책' 시행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혼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학생이라 밝힌 한 시민은 "광역버스 정류장이 평소에는 지금보다 더 붐빈다. 대학이 방학을 맞아 원래보다 승차 인원이 적다"며 "통학 거리가 긴 대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9월이 되면 지금처럼 여유롭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미구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걱정이 되어 평소보다 집에서 일찍 나왔다"며 "오늘 버스를 앉아서 타고 가면 편할 거 같긴 한데, 배차한 버스가 늘어나서 서울 들어가는 길이 막힐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안전을 강조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제대로 홍보도 하지 않고 이렇게 급하게 시행할 정책은 아니지 않냐"며 "입석 금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평소에 광역버스를 타보고 이런 정책을 만든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4주간 모니터링을 하고 그 이후에는 단속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입석금지 시행 현장을 둘러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버스기사 교육, 서비스 향상을 하려면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 비용은 버스요금을 인상해 시민들이 부담하거나 국가재정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송지희, 이윤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광역버스입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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