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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앞 바다를 내다보며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진도대교 근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진도 앞 바다를 내다보며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진도대교 근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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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사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개봉 이틀 만에 역대 최단 100만 관객 돌파를 시작으로 10일 만에 800만 명 돌파, 12일 만에 최단 1000만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명량>은 겨우 12척의 배로 330척에 이르는 왜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입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왜군에 의해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습니다.

이순신에게 남은 건 12척의 배뿐이었습니다. 파죽지세로 조선을 집어삼키던 왜군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패함으로써 조선 정벌의 야욕을 포기하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300년 더 빨리 시작됐을 테고, 이 땅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고 역사가들은 말합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아이들을 구했다면...

진도대교를 건너면 칼을 들고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 진도 앞 바다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니, 왜군에 맞서 진격을 외치는 이순신 장군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그 진도 앞 바다에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의 생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330척의 배로 구름처럼 몰려오는 왜군에 맞서 이순신 장군은 겨우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습니다. 목숨 건 싸움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똑같은 바다에서 해경은 수백 명의 아이들과 승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봤습니다. 헬기와 특공대까지 투입한 해경과 해군이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처럼 목숨 걸고 노력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습니다.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불법 조업하며 날카로운 쇠창살을 휘두르는 중국 어선들을 목숨 걸고 막아내던 용감한 해경이, 어떻게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겁쟁이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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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대통령이 있습니까?

세월호 참사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 달라고 목숨 건 단식을 하는 이 나라는 더더욱 이해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이 불의하게 죽었어도,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300명이 넘는 생명이 죽었고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20일이 넘었는데,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국가고, 이 나라에 대통령은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이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유가족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누가 거부하기에, 유가족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단식하며 눈물 흘리는 것일까요?

단식 30일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여전히 광화문 농성장입니다. 세월호희생자 추모 손수건에 고이 싸여있던 사진 몇장을 꺼내 한장 한장 넘겨 봅니다. 세월을 거슬러 간 사진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김영오씨는 유민이의 어린 시절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2014년 8월 12일.
▲ 김영오씨 손 안 '어린 유민이' 단식 30일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여전히 광화문 농성장입니다. 세월호희생자 추모 손수건에 고이 싸여있던 사진 몇장을 꺼내 한장 한장 넘겨 봅니다. 세월을 거슬러 간 사진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김영오씨는 유민이의 어린 시절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2014년 8월 12일.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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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뭐가 두려워 특별법을 반대할까

새누리당은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특별법 반대 노력은 집요합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사고 후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느냐'를 풀어야 하는 사건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가장 앞장서야 할 새누리당 심재철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18일 카카오톡을 통해 아래와 같은 익명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 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으로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중략)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보다 몇 배 더 좋게 대우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주장이다."

심 의원은 유가족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떼 쓰는 것처럼 세월호 특별법을 왜곡하는 유언비어를 퍼뜨렸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 국조 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세월호 국조 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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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자 심 의원은 특별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변명했습니다. 심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가족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왜 필요한지도 소상히 전달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목숨 건 단식을 하며 바라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죽은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억지 부리는 것도 아닙니다. 심재철 의원이 공유한 유언비어처럼 죽은 자식을 팔아 더 많은 보상금을 달라는 것도, 의사자 대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의혹을 밝혀 달라는 것뿐입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수많은 의혹을 풀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겁니다.

지난 국회 국정조사에서 보듯,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으면 핵심 증인들은 "모른다"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면 끝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증거자료 요청을 그냥 무시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무엇이 두려워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반대할까요? 혹시 세월호 침몰 최초 보고 후 7시간 동안 종적을 감춘 박근혜 대통령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서일까요? 그래서 김기춘 비서실장 등 핵심 인물들의 증인 출석을 반대하는 걸까요?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약속이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며 "채 피지도 못한 많은 학생들과 마지막 가족여행이 되어 버린 혼자 남은 아이, 그밖에 눈물로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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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는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 "여행길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듭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넘었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다 승리로 끝났으니 혹시 지금은 번민을 떨쳐내고 단잠을 이루고 계신지요.  

박근혜 대통령님은 통곡 소리 가득한 진도 팽목항에서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지만,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만약 그 눈물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용이 아닌, 죽은 아이들을 향한 안타까움에 때문에 나왔다면 지금이라도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결단하십시오.

시신이라도 찾길 바라는 실종자들의 가족들이 아직도 팽목항에 남아 있습니다. 꿈 많던 여러 아이들은 직경 30cm도 안 되는 작은 유골함에 갇혀 있습니다. 지금도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유가족들이 대통령이 약속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목숨 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세월호 참사로 경제가 어려워 걱정 많으시죠?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아픔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수차례 강조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유가족은 물론이요, 국민 모두가 세월호 아픔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은 하나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 의혹들을 풀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대책이 나올까요? 의혹을 감춘 채 어떻게 제2, 제3의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수사권과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은 오직 한 사람, 박근혜 대통령님이 결단해야 가능합니다.  

8월 15일 '광화문대첩'의 새 역사를 이룹시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생존한 단원고 아이들이 국회까지 1박2일 걸으며 간절히 호소해도, 유가족들이 단식을 해도 귀 닫은 새누리당은 요지부동입니다. 이런 새누리당과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 덕에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감춰지고 진상규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제 진상규명의 유일한 희망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아파하는 국민들뿐입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인연이 아닐까요? 특별법 제정을 소망하며 유가족들이 단식하는 바로 그 광화문에 겨우 12척으로 330척의 왜군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습니다.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가족들이 장기 단식농성중인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 농성장.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가족들이 장기 단식농성중인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 농성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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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게 해방된 8월 15일 오후 3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광화문대첩'의 새 역사를 쓰자고 이순신 장군이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날은 덥고, 할 일 많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8월 15일 오후 3시, 몇 시간만이라도 유가족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세월호 진상규명을 소망하는 10만 국민의 함성으로 광화문을 흔들어 주십시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논란 때 10만 촛불의 함성이 이명박 대통령을 머리 숙이게 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의혹을 덮으려는 세력들을 무릎 꿇게 합시다. 

201년 4월 16일, 18살 꽃다운 나이에 떠난 예은이, 유민이, 채원이, 우영이, 민정이, 혜원이, 민수, 동협이, 수빈이... 예쁜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함성을 하늘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다함께 모여 크게 외쳐봅시다.

떠난 아이들의 유일한 소망은 이 땅에 남은 엄마, 아빠가 눈물을 그치는 것이겠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자식 잃은 부모들이 목숨 걸고 단식하며 진실을 밝혀 달라 호소하는 비정상의 나라입니다.

유가족들의 아픈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8월 15일 오후 3시 함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도록 8월15일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이순신 장군과 함께 수사권,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만 광화문대첩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봅시다. 바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나라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도록 8월15일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이순신 장군과 함께 수사권,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만 광화문대첩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봅시다. 바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나라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태그:#명량, #세월호, #이순신, #박근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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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길 사모하는 한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님들께 하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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