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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 것은 잘한다고 칭찬하고, 못한 일에는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아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한다면 공무원들이 사기를 잃고 결국 국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문화재계 '대파란'(숭례문 문제) 이후 문화재청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당해 문화재 관리 위주로 예산 지원 체계가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현장을 뛰어다녀보니 당해 문화재는 정작 방치되어 있고, 쓸모없는 전각에 예산이 지원된 사례가 허다했다.

하지만 마곡사 대웅전, 무위사 극락전 등 소외되던 문화재가 당해 문화재 위주의 관리라는 원칙에 따라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일선 스님들의 발 빠른 대응 또한 돋보였다. 물론 이미 찌그러지고 뒤로 넘어가는 당해 문화재에 '안전 진단'을 한다든지 '계측기'를 단다든지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긴 해도, 그래도 잘하고 있다.

민간 자본적 보조사업의 경우도 그 투명성이 좀 더 강화되고 있고, 우리나라 문화재의 상당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찰 문화재에도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1일 고양시 '원각사'에서 '지정된 유물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를 할 것인가'하는 주제로 문화재계의 원로들과 학자, 해당 지자체, 관리 주체인 스님 등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이고, 이러한 사찰 주최의 토론회에 문화재청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은 진일보다.

현재 보물 4점을 비롯한 원각사의 지정 문화재들은 가건물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건물에 보관되어 있다. 또한 문화재적 가치가 높으나 아직 지정을 위한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수천 점의 유물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좌-보물 제1010-2호묘법연화경(언해), 우-보물 제1658 재조본 유가사지론 권42 (원각사 지정문화재)
 ▲좌-보물 제1010-2호묘법연화경(언해), 우-보물 제1658 재조본 유가사지론 권42 (원각사 지정문화재)
ⓒ 원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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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관하고 있는 스님조차도 어떻게 이 유물을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수년 동안 애를 썼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무조건 보호시설을 지어서 옮겨갈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들의 탁견을 빌려올 것인지.

그러다가 만대를 이어갈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본인의 생각대로만 관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나서서 전문가들을 찾아내고 해당 지자체를 통해서, 관리 방식의 투명성을 고민한 것이다.

이제 관리 주체인 스님들이 변하고 있다. 옛 스님들보다 젊어졌고, 몇십 년 쭉 이어온 타성과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러한 스님들을 중심으로 문화재가 사찰의 소유가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는 문화유산은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마구잡이식 불사가 아닌 국민들의 눈높이와 문화재 보호의식을 고민하는,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관할 청과 협의하는, 선순환의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문화재청은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그 누구보다도 앞장을 서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지금 반가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방송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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