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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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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이사회와 갈등을 빚었던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결정을 이사회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1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견은 시작하기 불과 한 시간 전에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이날 자진 사퇴 가능성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징계 수위 결정 여부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에서 최종 결론이 나면 그 제재 수위에 따라 조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이 났지만 아직 최수현 금감원장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는 상태. 만약 최 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고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중징계로 바꿀 경우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행장은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지난 4월부터 이사회와 내홍을 겪어왔다. KB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한다는 국민은행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이 행장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을 이사진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조작·허위보고 등 중대한 범죄 정황이 있는 은행과 지주 임직원 3명을 최근 고발조치했고 앞으로 이사회와 화합해 잡음 없는 의사 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둑이야'라고 소리친 것일 뿐... KB 집안싸움 아냐"

이 행장은 "특히 제 거취 문제는 국민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모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미 (기자 간담회 전) 사외이사 한 분을 만나 이러한 의사를 전달했으며, 앞으로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 또한 전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김재열 KB금융 전무(최고정보책임자), 문윤호 KB금융 IT 기획부장 등 지주사 임원 2명과 조근철 국민은행 상무(IT본부장)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이들 임원 3명이 지난 4월 이사회를 통과한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과 관련, 유닉스 시스템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알고도 이를 이사회 보고서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 행장은 그간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이사회와 불협화음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이의 제기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집안 싸움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유닉스 시스템의 안전성 성능검사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누락하고 왜곡·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도둑이야'라고 소리친 것인데 시끄럽다고 집안싸움이라고 하면 곤란하다, 행장으로서 절대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것도 아니고 2800만 고객이 쓰는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이 걸린 문제다"라며 "만에 하나라도 안전성 문제로 전산 마비가 된다면 국민은행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내가 자리에 연연했다면 남은 임기 2년을 생각해 조용히 넘어갔을 것"이라며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회장과 사이가 안 좋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사실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한 것일 뿐이며 재신임이 된다면 임 회장과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KB국민은행, #KB금융지주, #이건호, #임영록,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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