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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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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4일 오후 8시 반]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이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KB지주사 쪽은 4일 "과거의 예로 봐서 금감원의 제재심의 결과가 충분히 최종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라며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서 정확한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이 내린 경징계를 뒤집고 중징계로 수위를 높인 것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사퇴설을 일축한 것이다. 

이날 최 원장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사유로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 회장이 부당압력 행사와 인사개입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임 회장은 금감원이 밝힌 중징계 사유를 반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KB지주사 쪽은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4일 오후 끝내 사임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영록 KB지주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게 중징계를 확정한 직후다. 남은 임 회장도 사퇴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여 앞으로 KB금융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수현 금감원장, 제재심 경징계 결정에 첫 '거부권'

최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금감원)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당초 두 수장에 대해 '문책경고'인 중징계를 결정해 사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을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이 경징계로 낮췄고 최 원장이 이를 다시 뒤집어 원안대로 결론을 낸 것이다.

제재심은 최 원장의 자문기구로 지난 2개월 간 6차례에 걸쳐 KB금융 두 수장의 징계 수위에 대해 논의해왔다.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원장은 임 회장에 대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 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를 받았는데도 감독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며 "유닉스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를 은폐해 이사회에 허위 보고한 행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주 전산시스템 교체 논란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KB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한다는 국민은행 이사회 결정에 대해 이 행장이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임 회장의 측근으로 구성된 이사진에 대해 이 행장이 반기를 들면서 사실상 지주사와 은행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최 원장은 "특히 임 회장은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은행IT본부장을 교체토록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이에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 의견으로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의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이달 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이 행장에 대해서는 "작년 7월 이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는데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사태 확대를 방치했다"며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하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며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건호 중징계 확정되자마자 사의 표명... 임 회장 "행장 사퇴 당혹"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7월 3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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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서 중징계 발표가 난 지 한 시간이 채 안 돼, 이건호 행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자진 사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감독당국에서 최종 결론이 나면 그 제재 수위에 따라 조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이건호 국민은행장 "도둑이야 한 건데 집안싸움이라니").

이 행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임 회장도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자회사인 은행장이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지주사 회장이 자리를 보전할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

KB지주사 측은 "금융당국에서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로 수위를 올려 당혹스럽다"며 "행장이 사퇴를 해서 경영상으로도 지금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거취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아직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남았기 때문에 기다려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KB 경영진) 중징계 결정은 오늘 처음 알았고 금감원과 사전에 협의도 없었다"면서 "(임 회장 징계 여부는) 이번 달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KB금융, #국민은행, #이건호, #임영록, #최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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