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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14년 10월 14일 오후 2시 43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문위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문위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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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아래 교문위)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스팀'을 공격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국회 교문위에서 다시 한 번 게임계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미 게임계에 '공공의 적'으로 몰려 명성이 자자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또' 주인공이다.

신의진 의원은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e스포츠 대회들이 외국 게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어 문체부의 사업이 기존 취지와는 다르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의진 의원이 인용한 문체부의 '제1회 세계 e스포츠 대회 사업계획서'에는 "국제e스포츠단체 협력 개최를 통한 우리나라 주도 e스포츠 글로벌 표준화 추진 및 국산 e스포츠 종목의 세계시장 진출 지원"이 목적으로 명시되어있다.

지난 5년간 e스포츠 대회 지원금은 약 23억 원인데, 문체부가 지원하는 총 10개 대회 42개 종목 중 해외게임 비율은 무려 74%에 달한다. 국산게임이 포함된 6개 대회도 전체 종목 대비 국산 게임 비율이 20~30%에 불과하다. 신의진 의원의 말대로 e스포츠 대회에서 국산게임의 참여도는 사실상 바닥인 실정이다.

이어서 신 의원은 문체부가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게임업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e스포츠 대회를 지원한다면 국내 게임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대회 종목에 우리나라 게임이 없는 이유가 문체부의 사업 방향 때문일까? 혹은 e스포츠 대회의 시스템적인 문제일까?

e스포츠대회에 국산 게임이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이런 지적을 한 신의진 의원의 행적을 살펴보자. 2013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명 '게임중독법'을 기억하고 있는가? 2013년 6월 17일 국회 회의록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그리고 신의진 의원님께서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이렇게 여러 제정 법률안이 상정이 되겠습니다."

신의진 의원은 바로 중독법의 대표 발의자다. 이 중독법의 주요 규제 대상이 바로 게임이었다. 중독법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포함시켜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게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관련 기사 : "박근혜 게임업체 '삥뜯기'에 서비스 중단... 일베 폭동?")

또한 신의진 의원은 같은 당 손인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에 관한 법률'의 공동발의자이기도 하다. 이 법은 게임 업계 매출의 일부 징수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게임 업계에 족쇄를 채우려던 당사자가 게임업계의 부진을 지적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라는 족쇄를 하나 더 차고 있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청소년, 어린이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선택권을 무시하는 법이다. 거기다 규제 당사자인 게임 업체에도 개발자 해고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보수정부 출범 이후 게임에 대한 규제는 끝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게임에 대한 탄압은 쿨링오프제, 중독기금 조성부터 최근의 손인춘법까지 셀 수가 없다.

인간을 표현하는 말 중 '호모 루덴스'라는 용어가 있다. 놀이의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역사는 놀이와 함께 시작했다. 인류는 유희를 추구하고 여가를 향유하는 유일한 종족이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그 결정체를 이룬 것이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놀이를 넘어 현대산업 전체를 아우른다. 게임 제작은 문학, 미술, 음악 등 고전적 예술의 범주는 물론이거니와 컴퓨터 프로그래밍부터 물리학까지 현대 인문학과 과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게임이 다른 분야의 예술이나 유희에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절대 저급하지도 않다.

첨단산업의 총아와 같은 게임 산업이, 국정감사에서 말 한 마디 던진다고 발전할 수는 없다. 여타 수많은 기반 산업들과 학문들이 뒷받침되어야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미국, 유럽과 함께 게임 산업 선진국인 옆 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기초 학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튼튼하다. 문화적, 과학적으로 세계적인 업적들이 많다.

예컨대 포켓몬스터를 보자.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포켓몬스터는 원래 동명 게임이다.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지금도 닌텐도를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이다. 이런 콘텐츠가 갑자기 자다가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포켓몬스터의 탄생 뒤에는 세계 각국의 동·식물에 대한 공부와 각종 신화·전설·민담 등에 대한 폭넓고 깊은 연구가 숨어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e스포츠대회의 표준 종목으로 자리 잡은 게임의 탄생은 예산 몇 푼의 지원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 내고, 하나의 대등한 문화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인식을 바탕으로 게임 산업 발달을 위한 꾸준하고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인식에는 아직도 게임이 사회의 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적으로 '게임중독법'이 발의될 지난 2013년 10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뿌리뽑아야 할 4대 악"으로 규정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의 비슷한 발언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렵다. 사회의 악으로 치부하며 규제를 하면서 동시에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과와 세금을 내놓으라고 성화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꼰대적 발상"부터 바꿔라

신의진 의원 본인도 그간의 많은 발언들을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처럼 "꼰대적 발상"이다.(관련 기사 : "전병헌-신의진 '게임 중독법' 두고 설전") 신의진 의원은 법적으로 게임을 중독의 대상으로 규정하자고 주장한 사람이다. 게임의 규제에 앞장섰던 사람이 왜 이제 와서 훌륭한 국산 게임이 없느냐고 되묻는다. 신의진 의원이 국내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단순히 이제 와서 국산 게임이 부진하니 국가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지원 사업을 벌여야 된다고 말하기는 부끄럽지 않은가?

국내 게임업체에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규제하기에 앞서, 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과연 자신들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게임 시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세상의 수많은 악법들은 그 사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단편적 인식과 감정적 거부감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법들은 부작용의 쓰나미에 백사장의 모래성마냥 쓸려나갈 뿐이다.

아직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꽤 전망이 밝다. 해외 이익만 따져보더라도 K-POP, 영화 등 정부에서 밀고 있는 산업들보다 훨씬 많은 외화를 벌어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핵무기가 나쁘다고 해서 오펜하이머가 나쁜 사람인가? 핵에너지가 나쁜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밝은 산업으로, 더 나은 길로 이끌어 간다면 게임 산업의 발달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문화의 질을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태그:#신의진, #새누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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