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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지고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지나가는 좁교
 짐을 지고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지나가는 좁교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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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지고 다리 위를 지나가는 좁교
 짐을 지고 다리 위를 지나가는 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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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만 하기 위하여 태어난 동물이 있다. 그것도 5000m가 넘는 험준하고 높은 히말라야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동물이다. 이 동물의 이름을 네팔 말로 '좁교'라고 하는데, 태어나서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그 힘든 길을 오르내리다 일생을 마감한다. 때로는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험준한 산길을 가다가 실족하거나 다리가 부러져 죽기도 한다.

평생 일만 하기 위하여 태어난 동물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말라야에는 야크가 대표적인 동물이라고 알고 있다. 야크는 수컷이 몸길이 약 3.25m 정도, 어깨 높이 약 2m 정도, 몸무게 500~1000kg 정도의 소와 비슷한 동물로 해발 4000m 이상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야크는 고지의 생활에 적응한 고산 동물로  풀이나 작은 관목의 잎을 먹고 산다.

야크는 4000m 아래의 저지대로 내려오지 않는다. 두터운 털이나 심폐기능이 이미 고지대에 적응이 되어있어 저지대로 내려서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페리체(4240m) 근방에 야크 농장들이 많이 보였다. 야크 우리는 빙 둘러 돌담을 쌓아 놓았고, 그 어귀에 집 한 채가 있다. 야크 우리는 야크를 거의 볼 수 없이 텅 비어 있다. 옛날에는 야크를 많이 길렀단다.

거의 비어 있는 야크 우리
 거의 비어 있는 야크 우리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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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교는 성질이 온순하고 힘이 세다. 털이 적어 무더위에도 일하기 좋다. 고지대나 저지대를 두루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히말라야의 험준한 곳에서 부려먹기 적격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3~4년부터 일을 시키기 시작하여 10년 정도 되면 죽는단다. 

현지 가이드 꾸마루는 서툰 한국말로 좁교를 소개하였다.

"야크는 해발 4000m 고지대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낮은 지역에서도 부려먹을 수 있는 좁교를 만들어 냈어요. 좁교는 물소 암컷을 4000m가 넘는 높은 산으로 몰고 올라가서 야크 수컷과 교배를 시켜요. 그래서 태어난 동물입니다."

동행한 김태중 교수(전남대학교 수의학과)는 좁교가 야크와 물소, 두 종을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의 이종교배는 주로 두 동물의 장점이 드러나는 새끼를 낳습니다. 좁교는 야크처럼 소량의 먹이를 필요로 하면서도 근지구력은 물소에 비하여 훨씬 강하여 야크에 버금갑니다. 그만큼 힘이 세고 물건을 운반하는 데 좋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산 지역 추위에도 강합니다."

히말라야 고산에서 살고 있는 야크
 히말라야 고산에서 살고 있는 야크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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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좁교와 야크를 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우선 야크는 털이 많이 나 있다. 다리 아래나 엉덩이 부분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이 야크이고, 몸에 긴 털이 별로 없는 것이 좁교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뿔의 모양이 다르다. 야크뿔은 끝이 뒤로 휘어져 있다. 그런데 좁교의 뿔은 앞으로 뻗어 있다.

히말라야에서 짐을 운반하는 일은 포터(일꾼)들이 하지만, 좁교 한 마리가 포터 2~3명의 일을 하기 때문에 고산에 짐을 운반하는 일을 좁교에게 더 많이 시킨다. 좁교는 산길 곳곳에 있는 마을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양식 등 로지나 음식점의 물건들을 운반한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등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짐을 운반하거나,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짐을 운반한다.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나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자기의 몸도 제대로 유지하며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좁교 도움을 받아 물건들을 나르는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등에 많은 짐을 운반하는 좁교
 히말라야에서 등에 많은 짐을 운반하는 좁교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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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짐을 지고 히말라야 촐라체(6,440m) 옆을 지나가는 좁교 무리들
 많은 짐을 지고 히말라야 촐라체(6,440m) 옆을 지나가는 좁교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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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에서 죽어라 일만하는 가축이어서 네팔 정부는 좁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을 제한한다고 한다. 그래서 좁교나 야크가 짊어질 수 있는 짐의 무게를 60kg 이하로 제한하여 혹사하는 일을 막는다고 한다. 사람이 짊어질 짐의 무게는 30kg 정도로 제한한다는 말도 있다.

동행한 류경식 선생은 너무나 고생하는 좁교를 측은히 여겼다.

"나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은 죽으면 좁교로 태어나고 착한 일을 한 사람은 개로 태어나는가 봐요. 저렇게 일생 일만 하다가 죽어가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지나가는 포터들도 안쓰럽지만 짐을 지고 씩씩대는 저 짐승이 너무 안타까워요."

히말라야 산행기
지난 1월 6일(월)부터 21일(화)까지 우리 풀꽃산행팀 22명은 히말라야 칼라파트라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네팔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다시 국내선 18인승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 아주 작은 루클라(해발 2840m)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남체 바자르(3440m), 딩보체(4410m), 로부체(4910m), 고락셉(5170m),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칼라파타르(5550m)에 올라 전면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보고,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페리체(4240m), 남체, 루클라까지 120km를 왕복하는 트레킹이다.

덧붙이는 글 |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및 칼라파타르봉 트레킹 산행기를 9회에 걸쳐 올립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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