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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억새밭. 강변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름하여 '영산강 억새길'이다.
 영산강변 억새밭. 강변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름하여 '영산강 억새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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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산과 들이 형형색색으로 변했다. 누렇게 물들었던 들판은 어느새 볏짚 보따리인 곤포 담근먹이로 대체되고 있다. 가을걷이를 끝낸 들녘이 스산해지며 가을이 깊어간다.

바람 불어 더 좋은 강변 억새밭

하얀 손 흔들던 억새밭에도 늦가을이 내려앉았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산중 억새가 시들해지더니, 강변의 물억새가 만추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처럼 내 마음도 크게 흔들린다.

솜털처럼 하늘거리는 억새의 달콤한 유혹을 견뎌낼 재간이 없다. 지난 10월 26일 영산강 변으로 갔다. 나주대교를 건너 강변 둔치에 서니 억새 군락이 반겨준다. 나주대교와 빛가람 대교 사이 강변이 온통 억새로 빼곡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억새밭 풍경이 장관이다. 억새밭 너머에는 영산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그 강물 너머도 억새밭이다. 저만치 보이는 빛가람 도시는 억새밭의 배경으로 들어앉았다. 신도시를 배경으로 한 억새밭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은은한 기품이 묻어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재작년에 심은 겁니다. 영산강 변에 친수공간을 조성하면서요. 강변을 따라 승촌보에서 동강까지 다 심었어요. 익산청에서 심었고, 나주시가 보충해서 더 심었는데요. 이 구간의 억새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영산포 쪽으로 가다 보면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도 물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요."

영산강변 둔치에서 본 억새밭. 강변이 온통 하얀 억새로 빼곡하다.
 영산강변 둔치에서 본 억새밭. 강변이 온통 하얀 억새로 빼곡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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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재난관리과 강민엽씨의 말이다. 한낮의 햇살을 받은 억새꽃이 부드러운 솜털처럼 반짝인다. 은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물결에 눈이 부시다. 억새 물결이 다림질이라도 해서 펴놓은 평온한 바다 같다. 살갗에 부드럽게 와 닿는 바람결도 살갑다. 가을을 더 가을답게 해주는 강변 억새밭이다.

강 언덕을 타고 온 바람결이 고요하던 억새의 바다를 살포시 휘감는다. 간지럼이라도 탄 것일까. 억새들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면서 무리지어 춤을 춘다. 그 몸짓에 가을의 낭만이 한층 숙성돼 간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강변으로 내려간다. 둔치 따라 넓은 길이 있고, 억새밭 사이사이로 샛길이 나 있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잘 다듬어 놓았다. 길마다 붙여 놓은 이름도 정겹다. '부끄부끄'길, '두근두근'길에선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걷던 연인들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그 모습이 정다워 보인다.

'커피'길은 커피 한 잔 들고 걸으면 낭만적일 것 같다. '억새의 추억'길도 예쁘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걸으며 추억을 담기에 맞춤이겠다. 어느 길이라도 솔방솔방 걷기 좋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구름에 달 가듯이' 억새밭 사이를 걷는다.

강물과 함께 어우러진 억새밭

영산강변 억새밭. 나주시내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빛가람대교 주변 풍경이다.
 영산강변 억새밭. 나주시내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빛가람대교 주변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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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에서 만나는 습지도 유려하다. 큰 웅덩이 가운데에 둥그런 섬이 하나 떠 있다. 주변에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 있다. 흐르는 강물이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다. 강변 풍경이 요란하지 않아서 마음에 끌린다. 화려하지 않아서 더 정겹다.

바람결에 서걱거리는 억새의 감미로운 연주음도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늦가을의 여유와 정취에 흠뻑 젖어들게 한다. 억새밭을 하늘거리는데, 억새 물결이 잿빛으로 바뀐다. 햇살이 보드라워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억새의 색깔도 달라진다.

영산강 억새밭을 걷다가 만나는 생태습지. 영산강이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다.
 영산강 억새밭을 걷다가 만나는 생태습지. 영산강이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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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억새. 해질 무렵 석양을 받으면서 억새의 색깔이 황금빛깔로 변하고 있다.
 영산강변 억새. 해질 무렵 석양을 받으면서 억새의 색깔이 황금빛깔로 변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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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을 따라 펼쳐진 강변 억새밭. 파란 가을하늘과 회색빛 억새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영산강을 따라 펼쳐진 강변 억새밭. 파란 가을하늘과 회색빛 억새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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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정면으로 맞섰더니 이번에는 황금색으로 탈바꿈한다. 참 오묘한 억새다. 햇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억새의 매력에 흠뻑 젖어 한동안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강물과 어우러지는 억새도 예쁘다. 흐르는 강물을 묵묵히 지켜보며 바다로 배웅하고 있다. 담양에서 시작된 강물은 영산포로 향한다. 강폭이 꽤 넓은 데도 물의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나주평야를 적시는 생명의 물이지만 언뜻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길이 길게 늘어지는 느러지 마을을 돌아 목포 앞바다에서 바닷물과 몸을 섞을 강물이다. 물길을 따라 흐느적거렸더니 부산하던 내 마음도 하염없이 느긋해진다. 이 순간만은 바쁘게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때마침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와 부드러운 날갯짓으로 강물을 스치더니, 건너편 억새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내 발걸음도 왜가리의 날갯짓을 닮아간다.

영산강변 억새밭 사이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길 이름까지도 정겹게 붙여져 있어 하늘하늘 걷기 좋다.
 영산강변 억새밭 사이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길 이름까지도 정겹게 붙여져 있어 하늘하늘 걷기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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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을 가로질러 나주시내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연결해주는 빛가람대교 전경. 빛가람대교 아래로 억새가 지천이다.
 영산강을 가로질러 나주시내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연결해주는 빛가람대교 전경. 빛가람대교 아래로 억새가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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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등대와 황포돛배가 보이는 영산포구. 영산강 억새밭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영산포등대와 황포돛배가 보이는 영산포구. 영산강 억새밭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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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은 하구언으로 막히기 전까지 배가 오갔던 물길이었다. 이 물길 따라 홍어와 젓갈이 영산포로 모여들었다. 문화도 실어 날랐다. 그날의 영화를 영산포 등대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내륙 하천가에 선 유일한 등대로 1915년에 세워졌다.

주변 곳곳 가볼 만한 곳 많아

등대 앞에는 황포돛배가 떠 있다. 여행객들을 태우고 영산강을 떠다니는 유람선이다. 영산포 거리도 많이 변했다. 홍어 거리도 말끔히 단장됐다. 옛 영산포역에는 철도 공원이 들어서 있다. 기차역이 옮겨지면서 공원으로 변신했다. 기차가 달리지 않는 철도도 일부 남겨 놓았다. 전시용 증기 기관 열차도 추억을 끄집어 내준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채색된 철도 공원을 거닐며 옛 추억을 떠올려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영산강변 억새밭. 사이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싸목싸목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영산강변 억새밭. 사이사이로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싸목싸목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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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억새밭. 사잇길을 따라 연인들이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호흡하고 있다.
 영산강변 억새밭. 사잇길을 따라 연인들이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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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나주는 고려 성종(983년) 때 목(牧)이 설치돼 1000년 동안 운영됐다. 지금도 나주를 '천 년 목사 고을'로 부른다. 금성관은 당시 객사였다. 목사 내아는 나주 목사의 관저이면서 살림집이었다.

반남 고분군은 백제의 영산강 유역 진출 이전에 자리 잡은 토착 마한 세력자의 무덤이다. 국립나주박물관이 여기에 들어서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와 한국천연염색박물관도 있다. 만추의 불회사도 아름답다.
나주목사내아 전경. 당시 나주목사의 관저이면서 살림집으로 쓰였다. 지금은 여행객들의 민박체험 장소로 바뀌었다.
 나주목사내아 전경. 당시 나주목사의 관저이면서 살림집으로 쓰였다. 지금은 여행객들의 민박체험 장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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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나주목사의 행차 모습. 나주목문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옛 나주목사의 행차 모습. 나주목문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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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나들목에서 광주제2순환도로를 타고 목포 방면 1번 국도로 갈아 탄다. 남평, 금천을 거쳐 나주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 영산포 방면으로 영산강변로를 달리면 왼편으로 흐르는 영산강변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태그:#억새밭, #영산강 억새길, #영산강, #영산포철도공원,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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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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