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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탈 때 보글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누가 비눗방울을 부는 것도 아니고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도 아니다. 그 정체는 바로 최근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핸드폰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효과음이다.

흥행하고 있는 <살아남아라! 개복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메인 화면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을 구동할 경우 처음 뜨는 메인 화면
▲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메인 화면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을 구동할 경우 처음 뜨는 메인 화면
ⓒ SELECT BUTTON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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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개발된 핸드폰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젊은 층을 필두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만 누적다운로드 수가 150만 회를 넘었다고 한다. 11월 20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전체 무료 앱 순위 3위, 아이튠즈 앱스토어 전체 무료 앱 순위 8위를 달리고 있다.

어디서나 가볍게 접할 수 있는 핸드폰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짧은 시간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인기의 비결이다. 거기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2D 도트 그래픽으로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유행하고 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를 시작하면 작은 아기 개복치가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플레이어가 개복치에게 먹이를 먹이고 다양한 모험을 시킬 때마다 개복치의 몸무게가 늘어난다. 이를 반복해 점점 개복치의 몸무게를 늘려 성체로 성장시키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나 쉽고 단순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함정이 숨어 있다. 이 개복치는 몹시 몸이 약하다. 밥이 목에 걸리고, 거북이를 보고 깜짝 놀라는 등 가벼운 사고에도 어이없이 죽고 만다.

이 게임에는 무려 20개가 넘는 죽음의 방법들이 준비되어 있다. 듣기만 해도 놀랍지만 직접 해보면 개복치가 상상 이상으로 쉽게 죽는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제목의 원인이자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모험이다. 모험을 성공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지만 함부로 모험을 하다가는 '돌연사'하기 십상이다. 처음 모험은 거의 돌연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열심히 키운 개복치가 돌연사하면 처음에는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몇 번의 돌연사를 겪고 점점 개복치가 자라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개복치가 어떻게 죽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된다. 심지어는 20종이 넘는 모든 돌연사를 모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만큼 돌연사라는 요소는 게임에 긴장감을 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가장 큰 인기 요소는 바로 이 '죽음'과 관련이 있다. 개복치가 사망할 때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할 수 있다. 특히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러한 사인 공유가 인기를 얻다가, 급기야 패러디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복치 몰라 몰라, 우리 인생 몰라 몰라?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플레이 화면 사망 장면에 대한 스크린샷,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도 할 수 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 속 주인공 개복치는 사소한 이유로 굉장히 쉽게 사망한다. 위 사진말고도 "거북이를 보고 놀라서", "착수 시의 충격" 등 사인은 다양하다.
▲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플레이 화면 사망 장면에 대한 스크린샷,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도 할 수 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 속 주인공 개복치는 사소한 이유로 굉장히 쉽게 사망한다. 위 사진말고도 "거북이를 보고 놀라서", "착수 시의 충격" 등 사인은 다양하다.
ⓒ 김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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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서 키운 학점이…
 _人人 人人_
>  돌연사  <
 ̄Y^Y^Y^Y ̄
사인:[등록금이 비싸서]
무료육성 게임【살아남아라!대학생】
-트위터 @swe**********

과제에 쩔어살던 자취생이…
 _人人 人人_
 >  동사  <
 ̄Y^Y^Y^Y ̄
사인:[보일러 돌릴 돈이 없어서]
체중:55kg
무료육성 게임【살아남아라!자취생】
-트위터 @ZET*******

힘들여서 키운 인턴이…
 _人人 人人_
 >  돌연사  <
 ̄Y^Y^Y^Y ̄
사인:[정규직 전환 실패]
연봉:1500만원
무료육성 게임【살아남아라!인턴】
-트위터 @bad*******

트위터에서 유행하고 있는 <살아남아라! 개복치!> 패러디들이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트위터에 그에 대한 패러디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개복치의 돌연사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 감정이입은 마치, 직장인이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단순히 게임 내부적인 요소만은 아니다. 개복치의 돌연사에 대한 패러디는 단순한 게임 패러디나 유머를 뛰어넘고 있다. 등록금에 시달리는 대학생, 월세에 허덕이는 자취생, 미래가 불투명한 인턴 등 힘들게 살아가는 인간군상이 자신의 인생을 자조적으로 희화화하며 반영하고 있다.

개복치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넘쳐나는 개복치 패러디가 싫다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복치 패러디에 대해 웃기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개복치 패러디가 트위터를 넘어 여기저기 퍼지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그 안에서 그 씁쓸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복치를 패러디한 사람들이 개복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듯이 패러디를 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서 자기 인생의 힘듦과 괴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개복치의 학명은 '몰라 몰라(Mola Mola)'다. 몰라는 라틴어로 '맷돌'을 뜻하는데, 둥글넓적한 생김새를 보고 그렇게 지은 듯하다. 라틴어로 지은 이름이건만 우리의 인생을 개복치에 대입하면서 한국어로 부르자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개복치는 3억 개의 알 중 고작 1~2마리만이 살아남는다. 그 성장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아기 개복치들이 죽고 만다.

3억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만 하는 각박한 환경,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에 내몰린 우리네 서민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별 생각 없이 웃으며 즐겨야 할 <살아남아라! 개복치!>같은 게임을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살아남은 개복치는 다시 바다를 떠다니며 3억 개의 알을 낳는다. 그 셀 수 없는 죽음들과 각고의 노력 그리고 그 반복들. 마치 한치 앞을 볼 수 없지만 수만 번의 실패 속에서 한 번의 성공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 같지 않은가? 넓은 바다를 하염없이 둥둥 떠다니는 개복치가 맹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개복치는 몰라 몰라. 우리 인생도 몰라 몰라요."

꿈을 꾸는 개복치, 꿈 포기하기 싫은 우리들

바다를 헤엄치는 개복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개복치의 모습. 성체로 성장하고 나면 천적이 거의 없지만, 3억 개의 알 중 성체까지 성장하는 개복치는 1~2마리에 불과하다. 힘든 생존싸움을 벌여야 하는 개복치의 모습에 누군가는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 바다를 헤엄치는 개복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는 개복치의 모습. 성체로 성장하고 나면 천적이 거의 없지만, 3억 개의 알 중 성체까지 성장하는 개복치는 1~2마리에 불과하다. 힘든 생존싸움을 벌여야 하는 개복치의 모습에 누군가는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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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작은 아기 개복치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복치가 되는 것이다. 마치 부푼 꿈을 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우리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장래희망 그리기, 장래희망 글짓기 등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꿈들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색으로 빛났고 순수했다. 선생님을 존경해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아이, 만화에 나오는 거대한 로봇에 반해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멋진 옷을 입고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아이. 어린 개복치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복치가 되는 것이었고 어린 우리들의 꿈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개복치는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먹었다. 우리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에서,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책들의 탑을 쌓아 올렸다. 마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초반에는 작은 먹이들로 충분히 몸무게를 늘릴 수 있지만 나중에는 먹이를 먹는 것만으로는 게임 진행이 힘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에는 작은 공부로도 충분했지만 꿈의 질량이 커질수록 단순한 공부만으로는 힘들게 되었다. 개복치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났고 우리는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길들을 만나기 위해 미지로 발을 뻗었다.

하지만 개복치의 모험이 실패하듯이 우리들도 미지의 세상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혹은 실패가 아닐지라도 이 험난하고 고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대입에 실패하고, 단칸방에 살고, 취직에 실패하고, 비정규직으로 살고, 다수에게 차별받으며 살아간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개복치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 실패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은 실패를 경험한다. 고난을 겪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 이 세상을 작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핸드폰 액정 속에서 개복치가 돌연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한 인생이 돌연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돌연사한 개복치를 이어 새로운 개복치가 탄생한다. 새로운 꿈을 갖고 다시 먹이를 먹고 다시 모험을 떠난다. 비록 험난한 사회 앞에 우리는 실패를 겪었지만 다시 일어선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내가 되어 새로운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한다.

누군가는 큰사람이 되기 위해, 누군가는 꿈을 위해, 누군가는 우리 사회를 위해. 작고 연약한 인생들이 모여 우리는 실패할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고, 언젠가는 너를 이기고 말 것이라고 강하고 거대한 사회에게 외치는 듯하다. 아마도 우리는 화면 안의 개복치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개복치에게 보내는 죽지 말라는 기도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저 푸른 바다를 유유히 헤엄칠 그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그때까지 살아남아라 개복치! 힘내라 우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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