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한복판에 행인과 자동차가 함께 이용하는 위험천만한 길이 있다. 신호등도 없다. 게다가 도로 구조물로 인해 보행자나 운전자나 모두 시야 확보도 어렵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고가차도 아래 도로 좌우엔 60여대가 24시간 주차할 수 있는 구역이 마련돼 있다. 도로는 마포구청 방향으로 터있는 데다 주차하려는 차가 더해져 쉴 새 없이 차가 다녔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보행에 관한 안전 시설은 미비했다.

마포구 성산고가차도 일대를 내려다 본 모습.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는 양편, 좌우로 일차선 일반통행 도로와 연결돼 있다. 도로 맞바로엔 학원 등이 입주한 건물 사이를 두고 횡단보도가 있다. 이곳엔 신호등이 없다.
 마포구 성산고가차도 일대를 내려다 본 모습.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는 양편, 좌우로 일차선 일반통행 도로와 연결돼 있다. 도로 맞바로엔 학원 등이 입주한 건물 사이를 두고 횡단보도가 있다. 이곳엔 신호등이 없다.
ⓒ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관련사진보기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 양쪽엔 일방통행인 일차선 도로와 연결돼 있다. 이 일방통행 도로의 보도블록은 도중 끊겨 있었다. 도로 폭이 좁은 탓이다. 이 때문에 보행자들은 도로로 통행하고 있었다.

도로로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뒤에 차가 오는지 영문을 모르고 걷다가 차의 경적 소리를 듣고 몸을 피하곤 했다. 길을 지난 한기선(40대·여)씨는 "동사무소 가는 길인데, 여기를 지날 때면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행 안전을 위한 보도블록 설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포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지난 6일 통화에서 "도로 폭이 3m가 안 되면 보도를 만들 수가 없다"며 "차를 다니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행자와 차가 혼용해서 다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와 연결된 일차선 도로는 도중 보도블록이 끊겨 보행자와 차가 위태롭게 같이 다니고 있었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와 연결된 일차선 도로는 도중 보도블록이 끊겨 보행자와 차가 위태롭게 같이 다니고 있었다.
ⓒ 고동완

관련사진보기


고가차도 아래 도로와 연결된 일차선 도로는 폭이 좁은 탓에 보행자와 차가 같이 다니고 있었다. 보도블록 설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와 연결된 일차선 도로는 폭이 좁은 탓에 보행자와 차가 같이 다니고 있었다. 보도블록 설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 고동완

관련사진보기


또한 고가차도 교각은 보행자의 시각을 가려 위험을 부르고 있었다. 차가 네 갈래로 오가는 곳에서, 교각으로 인해 대각선 방향에서 오는 차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근 거주민 이찬일(18·남)씨는 "기둥 때문에 차선이 안 보여 차가 오는지 잘 모르겠다"며 "시야를 확보하도록 (관할 구청에서)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운전자도 위험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임영식씨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이곳에서 차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종종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 맞바로에 두 건물 사이로 횡단보도가 있다. 건물엔 학원들이 입주해 어린이가 자주 왕래했다. 그러나 신호등이 없었다. 직진으로 약 200m 떨어진 동일 폭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는 도로 맞바로에 두 건물 사이로 횡단보도가 있다. 건물엔 학원들이 입주해 어린이가 자주 왕래했다. 그러나 신호등이 없었다. 직진으로 약 200m 떨어진 동일 폭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 고동완

관련사진보기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이뿐이 아니다. 신호등도 문제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를 막바로 지나면 양 건물 사이에 횡단보도가 놓여 있지만 신호등 설치가 안 돼 있다. 이 지점에서 직진으로 약 3분, 200m 떨어진 동일한 폭을 가진 도로에서 신호등이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6일 "도로 폭이 좁다면 보행자가 얼마 안 되는 거리로 인식하고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횡단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때 사고가 나면 보호를 못 받기 때문에 보행자 입장에선 신호등이 없는 게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이 좁은 곳에 신호등을 설치하면 이용자의 더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0m 떨어진 곳에 신호등이 있는 데 대해선 "초등학교 바로 앞이 보호구역으로, 어린이들이 다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신호등이 없는 지점 또한 도로 사이와 차도 너머를 두고, 영어와 음악학원, 검도장 등이 들어서 어린이들이 자주 왕래했다. 이 지역은 학교와 약 200m 떨어진 거리지만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300m 이내라면 구역 범위를 자율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적합성 여부 등을 판단해 300m 내에서 범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횡단보도가 없는 지점에서 직진으로 불과 약 200m 떨어진 곳엔 신호등이 존재했다. 성원초등학교 바로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지점에서 직진으로 불과 약 200m 떨어진 곳엔 신호등이 존재했다. 성원초등학교 바로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 고동완

관련사진보기




태그:#교통, #안전, #신호등, #마포, #보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목마름을 해소할 생수 같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스스로를 물어보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