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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 콘텐츠 사업을 거론하면 흔히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대중가요, 혹은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를 연상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은 뜻밖에도 '게임'이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2012년 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했고, 해외에 수출되는 비중도 전체 문화 콘텐츠 중 60%를 차지할 정도다.

지하철 노선마다 와이파이가 보급됐다. 지난 2014년 12월,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4.1%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 덕분에 오늘날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사람들 중 다수는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웹서핑을 하거나 방송 영상을 시청하기도 한다.

한국이 게임을 대하는 방식, '게임 강제 셧다운제'

<게임 이펙트> (이동연 지음 / 이매진 펴냄 / 2014.11. / 1만3500원)
▲ <게임 이펙트> 표지 <게임 이펙트> (이동연 지음 / 이매진 펴냄 / 2014.11. / 1만3500원)
ⓒ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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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산업의 측면에 있어서 게임은 그 어떤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효자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라는 사회가 게임을 대하는 방식은 상당히 냉소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게임 강제 셧다운제'라고 할 수 있다.

셧다운제는 특정시간에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인데, 특징은 이마저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문화 연구자 이동연씨가 쓴 <게임 이펙트>는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되기 전후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논의를 글로 담았다.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마녀사냥'에 가까울 정도로 편향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학교폭력, 청소년 수면부족, 각종 범죄까지도 '게임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시각이 옳지 않다고 그는 통계와 자료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다양한 측면을 가진 문화 콘텐츠를 '악마화'하는 배경에 보수진영과 종교단체의 협공이 있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2012년에 정부와 보수언론이 주도한 게임 죽이기는 마치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 (중략) 게임 마녀지냥을 시작한 곳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조선일보>다. 2012년 1월 26일,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학교 폭력의 주 원인 중 하나인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2시간 이용하면 10분간 휴식하게 하는 소위 '쿨링오프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 본문 50쪽 중에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물론 사실이지만, 게임 때문이라고 원인을 한정짓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책임회피라는 요지이다. 1996년 '일진회' 사건에서는 청소년 폭력의 원인이 '만화'로 지목됐고, 당국의 규제가 이어졌으나 여전히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본문에서 말한다.

다만 만화에서 영화로, TV로, 이제는 게임으로 규제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이런 편협한 시각의 결과물이 이명박 정부가 만든 '게임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라는 이야기다.

'게임 포비아' 이면의 불편한 진실

저자는 사회적으로 게임의 '나쁜 면'만을 부각시키는 행태를 꼬집으면서 '게임 포비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게임을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게임이 중독성과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이를 토대로 모든 게임을 잘못된 것으로 낙인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게임은 산업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용하기에 따라 오히려 교육 교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도 말한다.

또한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으며, 이를 마약처럼 다루려는 자세가 몹시 불편하다는 언급도 이어진다. 본문에 인용된 게임중독법 발의안을 보면, 마치 게임이 알코올이나 마약과 비슷한 수준의 중독물질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법안에서 규제할 게임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조항에서 '미디어 콘텐츠'까지 중독물질로 거론한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결정적으로 살인이나 폭력 등 각종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범인이 특정 게임을 취미로 삼았다'고 발표하는 것도 사회가 책임을 게임에 떠넘기는 행위라고 말한다. 왕따를 비롯한 학교 폭력이 화제가 될 때마다 "어떤 게임을 주로 했느냐"고 가해학생에게 묻고, 이를 사건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해결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의 폭력성을 부각하면 자극적인 이슈몰이는 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놓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이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2012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백악관은 '폭력과 비디오 게임의 관계'에 대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대신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폭력을 줄이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임무"라고 발표하면서, 전문가를 불러 게임의 폭력성에 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범죄와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요약하자면 '게임 포비아'의 탄생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었다. 본문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 유발과 관리 장치를 마련하는 구도가 보수주의적 가치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종교단체와 보수언론이 '게임'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점을 살펴보자. '셧다운제'라는 이름의 제도로 '강력한 국가'의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고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청소년을 '훈육의 대상'으로 다루려는 면이 강하지 않았나.

게임은 하나의 문화... 이분법적 시각 버려야

제인 맥고니걸의 테드(TED)강의, '게임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중 한 장면. 그녀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이 인간의 수명을 10년 늘리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인 맥고니걸의 테드(TED)강의, '게임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중 한 장면. 그녀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이 인간의 수명을 10년 늘리는 등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 테드(TED)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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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에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인권 신장을 위해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던 시기에, 이에 대응하고자 보수진영이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규범적 삶을 강요하는 법안을 내세웠다는 저자의 주장은 흥미롭다. 게다가 저자가 지적하듯이,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으로 판결난 이유와 '게임 셧다운제'의 문제 요소는 '자율권 침해'라는 부분에서 상당히 겹친다.

본문에서는 2012년 발표된 테드(TED) 영상강의 중 제인 맥고니걸의 발언을 인용한다. 게임 디자이너인 그녀는 "게임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발언했다. 테드 사이트에서 제인의 강연을 들어보면 더욱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게이머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부여하고, 동기를 자극해서 임무를 완수하는 방식에서 착안한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제인은 '인류의 생존이 23년 남았다'고 설정한 게임을 직접 만든 이후에,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에게 지구의 에너지 문제와 식량자원의 미래 등을 해결하도록 가상의 시나리오를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보다 더욱 놀라웠다. 8주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에 8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고, 현재 시행중인 제도보다 뛰어난 사회보장법, 건강, 안보에 관련된 창조적인 제안이 무수히 쏟아진 것이다. '게임'이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 네트워크'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게임 이펙트>도, 수천년 전 만들어진 '주사위'가 보여주듯이 인류의 역사가 '놀이'와 함께 이어졌음을 지적한다. '게임'이 어느 순간 나타난 재앙이 아니라, 재미를 얻기 위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들려주는 것이다. 즐거움을 통해 동기부여와 추진력을 이끌어내는 '게임'을 제대로 활용하면, 규제해야 할 '중독물질'이 아니라 '창의력 증진'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면 일단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게임이 노동에 비해서 가치가 없는 무익한 행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류 열풍' 이후에 대중가요를 받아들인 것처럼, 게임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어떨까?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분법적인 시각을 버리고 게임을 다시 바라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에 사회·문화적 측면과 뇌과학 분야까지 다양하게 망라한 <게임 이펙트>가 좋은 발판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게임 이펙트> (이동연 지음 / 이매진 펴냄 / 2014.11. / 1만3500원)



게임 이펙트 - 행복한 뇌를 만드는 게임의 문화심리학

이동연 지음, 이매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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