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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택 대전동구청장(새정치연합 소속)
 한현택 대전동구청장(새정치연합 소속)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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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새정치연합 소속)이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유해훼손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 방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큰 온도차를 보였다.

한 구청장은 17일 오후 4시 자신의 집무실에서 '대전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이하 유족회)와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 공동대책위원회'(대전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 이하 공대위) 임원 등 6명과 30여 분간 면담했다. 이날 간담회는 유족회와 공대위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대전 동구청이 약속과는 달리 십 수 년 동안 현장을 방치해 희생자 유해와 매장지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최근 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가 매장된 유해를 확인하고도 수습하지 못하고 되묻어야 했다"며 "유해매장지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해가 묻혀있는 토지 임대비 지원 등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대위 관계자도 "유해가 드러났고 수습된 유해마저 컨테이너 박스에 방치돼 있다"며 "긴급 조치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유해매장지 임대와 유해가 안치된 컨테이너박스 정비를 위한 긴급조처 예산으로 대전 동구청에 200만 원만 분담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자치단체 얘기 할 필요 없다"

하지만 한 구청장은 "국가사무이고 구청장의 권한을 벗어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과거사 관련법을 입법 발의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법이 제정돼) 차근차근 진행하다보면 (여러분들이) 고민 안 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착착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차 '중앙 정부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국회에서 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답한 것이다. 

한 구청장의 이 같은 인식은 사실과도 다르다. 정부기구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2005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활동한 독립국가기관, 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수년간의 조사를 통해 대전 골령골을 비롯 전국의 크고 작은 민간인 살해사건에 대해 "전시였지만 국가가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을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 위령제 봉행,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같은 권고를 받은 여러 지방자치단체 중 지금까지 17개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인희생자위령제지원조례를 제정해 추모제 및 위령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유족회 한 관계자도 "경남 진주유족회의 경우 지난해 대전 골령골 처럼 유해를 발굴했지만 보관할 곳이 없어 애를 태우자 진주시에서 긴급조치 예산을 지원해 유해를 안치,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장은 "진주시 얘기는 할 필요 없다, 진주시가 왜 지원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적으로 다른 일"이라고 못 박았다. 200만 원의 긴급조치 예산 지원요청에 대해서도 "금전적인 것은 이 자리에서 답변 못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듣다 못한 공대위 관계자가 나서 "국가 사무냐 지방 사무냐를 떠나 당장 드러난 희생자 유해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전시의회에서도 관련 지원조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구청장 "긍정적 검토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유족회 "실망스럽다"

한 구청장은 그제야 "대전시와 얘기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핵심 요청인 유해매장지에 대한 영농행위 중단 건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거듭 밝혔다. 한 구청장은 '매년 6월 한 차례 갖는 희생자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해 달라'는 유족회의 요청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전동구청은 15년째 유족회의 추도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유족회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구청장이 선출돼 유해매장지 보존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 접근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이전 구청장들과  인식이 별반 다르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사낸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유해 대부분이 방치돼 훼손되고 있다.


태그:#산내 골령골, #대전 산내유족회, #유해발굴공대위, #대전 동구청장, #한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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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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