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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얼마나 공정한가? 얼마나 윤리적일 수 있으며, 또 우리의 사소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친환경'은 현대의 큰 화두 중 하나다. 이 책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을 읽기 전까지 면 소재의 옷이 가장 친환경적인 옷이라고 알고 있었다. 나만 그럴까. 주변 사람 몇에게 가장 친환경적인 옷을 물었더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면으로 된 옷'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옷도 면으로 된 옷'이라고 말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들처럼 면으로 된 옷이 가장 친환경적인 옷이며, 우리 몸에 가장 바람직한 옷이라고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면옷, 정말 바람직할까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책표지.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책표지.
ⓒ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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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의 첫 번째 글 제목은 놀랍게도 '살인자 목화'다. 책에 따르면 면직물의 원료인 목화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데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목화 1kg을 얻는 데는 물 2만 리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많은 이가 면직물의 문제를 농업에서만 찾는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표백과 염색 등 원단을 생산· 가공하는 과정 내내 대기와 물을 오염시키는 화학 물질이 엄청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목화를 재배할 때 필요 없는 잎을 제거하고 다래 수확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고엽제와 제초제를 함께 쓰는데 그 흔적이 완성품에도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제조 과정에서는 목화 다래를 표백하고 완성된 원단의 주름을 펴고 농사로 인한 냄새를 제거하는 데 포름알데히드와 브롬, 황산, 할로겐과 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한다. 이후 원단을 여러 차례 헹구는데 이때 사용하는 세제와 섬유유연제 역시 화학적 특성이 강하고 피부를 자극하는 계면 활성제를 포함한 경우가 많다.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에서

목화 재배나 가공에 쓰는 엄청난 양의 농약이나 화학 물질들은 자연 환경을 망친다. 동시에 섬유에 잔류해 우리 몸을 망가뜨릴 가능성도 높다. 이 정도 언급만으로도 면으로 된 옷전부가 더 이상 자연이나 우리 몸에 좋은 옷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면으로 된 옷의 어두운 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가공)의 경우 임금이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생산은 건강 및 안전 관련 장비가 미비한 개발 도상국에서 거의 이뤄지고 있다. 윤리적이지 못한 옷이기도 한 것이다.

면으로 된 옷이 더 이상 가장 친환경적인 옷이 아닌 이유는 다른 섬유에 비해 재활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면직물의 장점은 폴리에스터 등의 섬유에 비해 자연 분해가 빠르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면이 친환경적인 직물이라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때문일 것이다. 책에 따르면 면직물의 이런 장점은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저자는 면을 '무서운 쓰레기'라고 표현한다.

나이키는 최근 10년간 진행된 흥미로운 환경 프로젝트 중 하나를 후원하고 있으며 비윤리적인 폴리에스터를 친환경적인 물건으로 변신시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거대 기업이 2005년에 런칭한 컨시더드 디자인 라인은 폐기된 플라스틱 병과 버려진 폴리에스터로 축구 셔츠를 만든다.

셔츠 한 장에 플라스틱 병은 8개가 들어가며 놀랍게도 지금까지 병 1300만 개를 재활용했다. 게다가 재활용으로 만든 셔츠는 통상적인 폴리에스터 제품에 비해 에너지가 30퍼센트나 적게 들어간다.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에서

'면직물의 충격적인 그늘'

이 책을 기획한 <더 에콜로지스트>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세계 최고의 환경 잡지다. 기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에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기후 문제를 지적한 것도, 1980년대 아마존 지역에서의 화전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의 환경이 급속도로 황폐해지고 있음을 알린 것도, 과학 기술 덕분에 전기를 값싸고 풍부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핵 에너지에 관한 잘못된 시각을 지적한 것도 <더 에콜로지스트>였다고 한다. 

<더 에콜로지스트>의 목표는 통념이나 보편적인 행동에 이의를 제기해 세계적 환경 이슈를  알리고 사람들이 각자 사는 지역에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취지로 지난 40년 동안 수준 높은 보도로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들을 이슈화했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해 왔다고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 책은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가장 친환경적이며, 우리 몸에 바람직한 섬유로 인식돼 온,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면직물의 충격적인 그늘'을 들려줌으로써 면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게 한다.

아울러 한때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종종 지목받던 플라스틱 병과 폴리에스터의 재활용 사례, 고기를 얻으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양모, 두부와 콩기름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콩 섬유, 목화보다 농약이나 물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 대나무 섬유 등 면직물에 비해 환경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며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섬유들을 소개하고, 가장 바람직한 섬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2000년에 패션 업계를 강타한 충격적인 스캔들이 있었다. 독일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가 인도네시아 공장 두 곳에서 아동 노동자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유렵연합의회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심지어 이 아이들은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일했으며 병가를 내면 처벌을 받았고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매달 60달러의 임금을 공제 당했다...(중략)

더 끔찍한 스캔들도 있었다. 1998년 월드컵 직전에 인도의 아동 노동자들이 시간당 6펜스(약 100원)라는 적은 돈을 받고 축구공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중략) 2013년 4월, 방글라데시에서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옷을 만드는 의류 공장이 입주한 낡은 건물이 붕괴해 1129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에서

이와 같은 패션 산업의 그늘들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비윤리적인 생산·판매 방식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 사람들과 기업 등, 친환경적이며 윤리적인 패션을 위한 기업과 운동가의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며 윤리적 옷을 위한 바람직한 선택을 고민하게 한다.

'오늘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얼마나 공정하며, 그리고 윤리적인가?'

책 덕분에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돌아봤다.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을 통해 많은 사람이 같은 물음을 하며 자신의 옷에 관한 인식이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윤리적인 옷을 위한 가치 있는 실천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편집|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루스 스타일스) | 정수진 (옮긴이) | 가지 | 2015-03-25 | 13,500원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루스 스타일스 지음, 정수진 옮김, 도서출판 가지(2015)


태그:#에콜로지스트, #친환경, #목화, #면직물,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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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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