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식스맨 뽑기'가 한창인 멤버들의 모습.

▲ '무한도전' '식스맨 뽑기'가 한창인 멤버들의 모습. ⓒ MBC


MBC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를 뽑는 '식스맨'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팬들의 피로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특집이 여태의 것들에 비해 큰 재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이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계속 튀어나오는 각종 구설수들 때문이다.

'식스맨', 십년지기 예능을 뒤흔드는 커다란 프로젝트

'네가 없었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고, 네가 없을 날들이 떠오르질 않아'. <무한도전>에 대한 팬들의 마음을 유행가로 만들어본다면, 이런 식의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감상적인 가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오랫동안 쌓인 추억, 유대감 등이 발휘하는 무한 공감대는 이 예능이 아주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펄펄 살아 숨 쉴 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십년지기 예능의 팬들은 그 충성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멤버들과 한 배를 타고 프로젝트에 동반, 유형무형의 지지를 보내왔던 팬들의 힘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제 <무한도전>은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새로운 멤버 찾기 프로젝트. 불과 몇 달 사이에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휘몰아치고 있는 여러 일들에는 가히 '격동의 세월'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친밀함과 유대감이 근간이었으며, 거기에 끝까지 함께 한다는 모토까지 덧씌워져 있던 <무한도전>에서 멤버 교체 프로젝트는 매우 생경하며 충격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음주운전 등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인한 강제 퇴출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가피한 일로, 하하의 입대로 인한 전진의 영입이나 길의 자연스러운 합류, 그리고 힘들었던 적응기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의리'와 '가족' 강조되던 <무도>, 새로운 판 충격적일 수밖에

'무한도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장동민의 모습.

▲ '무한도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장동민의 모습. ⓒ MBC


이 오래된 예능은 이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늘 강조해왔던, 그리고 팬들 또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족 같은', '영원히 함께 할'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다른 문구들로 대체되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무한도전>으로서는 양날의 검을 쥔 거나 다름없다. 분위기 반전의 기회도 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믿음의 와해, 유대감 상실 등 자칫 기존 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상쾌하지 못한 일들이 원인이었으니, '식스맨 뽑기'가 모두의 지지를 받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멤버 노홍철이 합류하기를 조용히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아마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유달리 '의리'와 '가족'을 강조해왔던 <무한도전>이었기에 그 상실감은 아마도 배가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좀 더 나은 방향의 <무한도전>을 기대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멤버로서의 위치가 영원한 말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각성, 그래서 기존의 멤버들에게는 새로운 각오를, 혹시라도 식상함을 느끼고 있던 팬들에게는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

논란마저 진화의 거름으로...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무한도전' 축제 한마당인 '식스맨 뽑기'에 구설수가 더해지니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 그 타개책은 무엇일까.

▲ '무한도전' 축제 한마당인 '식스맨 뽑기'에 구설수가 더해지니 피로감이 짙어지고 있다. 그 타개책은 무엇일까. ⓒ MBC


그러나 양날의 검을 쥐게 된 <무한도전>처럼, 하나의 특집에 불과한 '식스맨' 또한 같은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큰 재미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더불어 진한 피로감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과제가 필히 거쳐야 할 관문이기는 하지만, 그들에 대한 호불호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러 구설수들과 얽히며 일파만파를 부르리라고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을 뽑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지탱해 온 뿌리를 흔들만한 중대 사건이기에 이번 일에 대한 우려 섞인 기대감은 안팎으로 부풀어져 있다. 후보들에 대한 대중의 기호가 크게 갈려 비판과 호의적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유병재가 "국회의원도 이렇게는 안 뽑을 것"이라 말했듯, 이번 일의 과정은 길고도 까다로우며, 후보들의 과거 발언 등 구설수까지 더해져 매우 무거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검은 이미 칼집을 떠났고, <무한도전>은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마쳤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그의 저서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프롤로그에서 '왜 세상은 끊임없이 위기로 비틀거리는 걸까?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던가? 예전이 더 나빴던가? 아니면 더 좋았던가? 라다크는 내게 미래를 향하는 길이 꼭 하나가 아니라는 확신과 함께 커다란 희망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예전을 추억하고 미래를 마주보는 것. <무한도전>은 이제 미지의 길 중의 하나에 또 한발을 내딛었다. 즐거운 축제가 온 이물질들로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어려운 과정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진화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가장 큰 특기가 아니던가. 프로그램을 둘러싼 때로 살벌하기까지 한 논쟁, 그것마저도 또 다른 진화의 거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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