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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총리가 한 말이다. 목숨까지 내놓겠단 말씀을 들으니 사약 받던 조선 시대나 할복 자살을 선택하던 일본의 사무라이가 떠오른다. 하긴 옛날 조선시대 상황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 닥쳤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으니 사약이나 귀양 말고는 딱히 처벌할 방법도 없을 듯하니 말이다.

총리님, 지사님. "사약 받을래요? 귀양 가실래요?" 곁에 있으면 어떤 방법을 선택하겠느냐고 당장이라도 물어보고픈 심정이다. 몹시 궁금해서 급하게라도 사약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사약이란 약을 마시고 죽어야 한다는 죽을 사자의 의미는 아니다. 죽을 사자가 아니라 하사할 사자를 쓴다. 그래서 사약은 '왕족이나 사대부가 죽을죄를 범하였을 때, 임금이 독약을 내림. 또는 그 독약'을 의미한다.

백련과 노도를 오고 가는 정기 배편 안내 표지판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노도다.
▲ 백련과 노도를 오고 가는 정기 배편 안내 표지판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노도다.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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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보다 훨씬 약한 방법이 귀양이다. 귀양은 고려ㆍ조선 시대에, 죄인을 먼 시골이나 섬으로 보내어 일정한 기간 동안 제한된 곳에서만 살게 하던 형벌을 말하는 것이다. 귀양이나 유배를 가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꽤나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유배지 제주에서 '세한도'를 남긴 추사 김정희,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당했던 다산 정약용,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 등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살았던 서포 김만중도 그런 인물 중의 하나다. 1689년 기사 환국으로 남인이 정권을 잡게 되면서 정계에서 쫓겨나 남해 노도로 귀양을 가게 된다. 이보다 앞선 평안도 선천 유배 시절에는 '구운몽'을, 남해 노도 시절에는 '사씨남정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노도 마을 지금은 노도 북쪽 부근에 12 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 노도 마을 지금은 노도 북쪽 부근에 12 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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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를 찾아가는 길. 남해 백련 마을에서 배를 타고 약 10분여를 건너면 노도란 섬에 도착하게 된다. 노도는 배를 저을 때 필요한 노를 많이 생산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해 사람들은 바다에 삿갓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삿갓섬'이라 부른다.

서포 김만중이 살았던 곳 서포 김만중 유허지
▲ 서포 김만중이 살았던 곳 서포 김만중 유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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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2일, 남해군에서 서포 김만중 선생 남해기념사업회의 제안을 받아들어 노도 큰골 동백나무 사이에 지금의 초옥을 복원했다. 지금은 노도 북쪽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유일하게 물이 나는 노도 동쪽 큰골에 섬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전해진다.

초가집 옆에 있는 우물 노도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는 곳에 있는 우물
▲ 초가집 옆에 있는 우물 노도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는 곳에 있는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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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 선생은 귀양살이 4년째 되던 1692년(숙종 18년)에 65세의 나이로 노도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지금도 김만중이 머물렀던 초가집 터와 유허비 그리고 생을 마감한 후 잠시 묻혔던 허묘터가 남아있다. 서포 김만중은 이곳에서 스스로 옹달샘을 파서 물을 마시고 솔잎 피죽으로 연명하면서 '사씨남정기'를 남겼다고 전한다.

동백꽃길 초가집 터 가는 길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 동백꽃길 초가집 터 가는 길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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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 가는길에 떨어진 동백꽃이 처연해 보인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생전의 주거지를 복원해 놓았는데 초가집 대청 마루에 앉으면 사방이 동백나무다. 동백나무 위리안치형 받은 것 같은 느낌에 서포 김만중 떠올리면서 든 생각 몇가지. 차라리 지금도 옛날처럼 세금 포탈한자, 뇌물 받은 자,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오류를 범한 자들을 귀양 보내는 제도가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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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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