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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 사람과 같이 평생을 하고 싶다"라는 믿음에서 하지요. 그러니까 행복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도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살아 본 남자들 말로는 "결혼은 절집에 들어가 머리 깎는 것과 같은 고난의 길이요, 수행 길"이랍니다. 어째 이런 일이...

결혼식에 갔다 온 후 아내가 갑자기 미친 까닭

"나도 오늘부터 당신한테 '오빠'라 할래."

헐~ 신혼 초, 오빠 소리가 듣고 싶어 아내에게 부탁했습니다. 아내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부부 사이가 '여보, 당신'이지, 어찌 '오빠, 동생'이 될 수 있냐"는 논리였습니다. 그랬던 아내, 지난주 결혼식에 다녀와선 '오빠'라 부르겠다는 겁니다. 저야 고맙지요.

헌데, 오빠는 그냥 '오빠'라 부르면 재미없습니다. 콧소리 비음이 약간 섞인 "오빵~"하고 불러야 제 맛이지요. 과연 아내가 애교 만점 코맹맹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요거, 잘못 부르면 죽도 밥도 아니지요. 상상만으로도... 고개 가로 젓고 호통쳤습니다.

"당신, 결혼식에 가서 뭘 잘못 먹었어?"
"호호호~ 아니에용~ 오빵."

아내, 단단히 미쳤습니다. 오래 살다 보니 진짜 별일 다 있대요. 근데 어이 할꼬. 막상 눈앞에서 "오빵"하니 들어줄만 하더라고요. 남자는 다 똑같다더니, 남자들이란... 무슨 연유에서 오빠라 부르기로 했을까? 아내는 결혼식장에서 만난 닭살 부부 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결혼, 딸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 알 것 같습니다.
 결혼, 딸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심정 알 것 같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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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우리 남편한테 여보라 안 부르고 오빠라 해요!"
"안 그랬잖아요. 왜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남편에게 한 번은 '오빠~, 이것 좀 해줘'했더니, 좋아하면서 두 말 않고 해주는 거 있죠. 혹, 안 해주면 '오빠가 이것도 안 해줘'하면 빼다가도 부리나케 해주더라고요. 이거 남는 장사 아니에요? 남편이 오빠로 호칭 바꾼 후 더 잘해줘요. 한 번 해봐요."

'참나~ 아무나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이제부터 나도 그럴라고. 오빠가 더 잘해 줄 거지?"라며 용기 냈습니다. "그래 알았어" 맞장구치며 침대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웃음소릴 듣고 와서는 '왜 그래?'란 표정이더군요. 아내는 "너희는 몰라도 돼"하며 그러더군요.

"엄마도 오늘부터 아빠에게 여보 안 하고 오빠~ 할꺼당~"

아이들 덤덤하대요. 평소 닭살 부부 행각을 많이 봤던 뒤끝이었지요. 흔히, 남자와 여자 사이는 "오빠, 동생"이었던 관계가, 언제 그랬나 싶게 "여보, 당신"으로 변한다죠? 그러다 세월 가면 다시 "오빠, 동생"이 되는 거 같습니다. 연인에서 가족으로 변하는 거죠. 암튼, 아내의 '오빠 선언'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말짱 도루묵이었습니다.

결혼식 주례사, 왜 판박이일까? 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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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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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지인과 함께 경남 창원에서 진행한 '신랑 박재영 군과 신부 박다연 양 결혼식'에 갔습니다. 지인은 주례 선생님, 저는 하객 입장이었지요. 신부 아버지 박천제씨와 40년 친구인 지인, 식장 가던 도중 주례 원고를 주며 손 좀 봐 달라대요. 주례가 청춘 남녀에게 하는 당부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부부간에는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교감하라!'
둘째, 부모님에 대해서도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교감하라!'
셋째, 사회 생활에 있어서도 '나'를 앞세우지 말고, '우리'를 먼저 생각하라!"

빼고 자시고 할 게 없었습니다. 결혼 생활, 별 거 있던가요. 당사자인 부부, 키워주신 양가 부모님, 살아온 사회에 '배려'면 그게 최선이죠. 근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기'밖에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배려하며 화합하길 바라는 게지요. 주례사 읽은 후 말없이 혼자 씩 웃었습니다. "왜 웃어?" 묻대요.

"주례사를 상식적인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괜히 씁쓸해서요."

사실, '주례사는 왜 파 뿌리며, 부모 등의 말만 할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부 화합, 부부 관계, 자녀 키우기입니다. 이와 관련한 건강한 부부 생활을 위한,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주례사는 들어 본 적 없습니다. '왜 그럴까?' 물었습니다.

딸 시집보낸 아빠 심정,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

결혼, 새로운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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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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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오잖아. 부부 관계 등에 대한 당부 등이 들어가면 19금에 걸리기 때문인 것도 같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무난히 결혼식 마치려는 양가 입장을 대변하는 거 같은데."

수긍했습니다. 그렇더라도,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 부부 화합, 부부 궁합, 자녀 양육 등 난제들이 많습니다. 모두 두 사람이 풀어야 합니다. 살아 보니,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기본이더군요. 배려 없이는 원만한 부부 생활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내 불만이 적은 경우는 대부분 '가정 일 도와주는 남편'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습니다.

결혼식 후, 신부 집에 갔습니다. 딸 둘 시집보낸 지인 위로 명분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 먹으면 끝인 결혼식. 그런데 집까지 또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더군요. 막걸리에서 국수까지 푸짐했습니다. 딸 보내기 서운해 장만했다는군요. 신부 아빠, 딸 보낸 아버지 입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대요.

"딸한테 잘해 준 거는 하나도 생각 안 나는데,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 미안하고 고맙데이."

그러면서 "결혼시켜보니 지금껏 세상을 너무 쉽게 봤구나 싶다"고 덧붙이대요. 어디 세상뿐이겠어요. 결혼, 너무 만만하게 생각지 말고 정성 들여 열심히 살라는 당부인 게죠. 결혼, 수행 길이 되지 않으려면, 때론 "오빵!"하고 애교도 피우며 알콩달콩 사는 게 효(孝)지요. 부부, 둘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는 세상입니다. 행복하시길.

신랑 박재영 군과 신부 박다연 양 결혼, 축하합니다!
 신랑 박재영 군과 신부 박다연 양 결혼, 축하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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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결혼, #부부,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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