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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앞 바다의 4월 25일 모습이다. 중국어선 약 142척이 간밤 우리수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마치고 NLL수역에서 마치 자기 영해처럼 한적하게 정박 중이다. 멀리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갈도)다. 중국어선은 우리어선의 조업이 금지 된 일몰부터 일출전까지 조업을 하고, 조업을 마치면 운반선이 다가와 중국으로 실어 나른다. 그리고 다시 낮에 이처럼 쉰다.
▲ 서해5도 연평도 앞 바다의 4월 25일 모습이다. 중국어선 약 142척이 간밤 우리수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마치고 NLL수역에서 마치 자기 영해처럼 한적하게 정박 중이다. 멀리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갈도)다. 중국어선은 우리어선의 조업이 금지 된 일몰부터 일출전까지 조업을 하고, 조업을 마치면 운반선이 다가와 중국으로 실어 나른다. 그리고 다시 낮에 이처럼 쉰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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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은 어민을 지원하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4월 3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안행위는 새누리당 박상은(중ㆍ동구, 옹진군)이 의원이 2013년 5월에 발의한 개정안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남동구 갑) 의원이 올해 1월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일부 개정안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구 손괴에 대한 보상과 조업구역 확장, 조업시간 연장 근거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상은 의원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NLL(북방한계선)에 인접한 서해 5도 어민들은 접경지역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느낄 겨를도 없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개정안 통과로 그 분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업지도선 국비 지원의 경우 박남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겨있었으나, '타 지역과 형평성'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어업지도선 없이 우리 어선이 조업하기 어려운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체 어업지도선 투입 예산의 50%를 정부가 지원하게 했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가 예산 83억 원(100톤급 지도선) 중 50%를 지원한다.

박남춘 의원은 "서해 5도 어민들이 얼마 전 배를 타고 여의도에 와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 마련을 호소했는데, 조금이나마 그 결실을 얻어 기쁘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지원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해 5도 어민들이 가장 바라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조업 피해 보상은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아울러 서해 5도 접근성 강화를 위해 연안여객선사 결손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조항도 반영되지 못했다.

이 일부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업 피해 보상은 빠져 '알맹이 빠진 개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전망이다.

피해액 산출 어렵다며 실태조사 안 해

서해 5도에서 조업 중인 우리나라 어선은 약 240척이다. 서해 NLL 부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연평균 5만 3700여척이다. 합동참모본부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어선 총 59만 1357척이 조업했다.

중국어선의 서해 5도 인근 수역 조업은 꽃게 성어기인 4~6월과 9~11월에 집중된다. 2014년 출몰한 4만 6097척 중 2만 1329척이 4~6월에, 1만 6722척이 9~11월에 조업했다. 이 둘을 합하면 출몰한 전체 어선의 82.5%를 차지한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전환될 무렵(2014년 11월) 약 한 달간 발생한 조업 손실액은 약 67억 5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어구 피해액은 약 14억 1600만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2002년부터 14년째 지속되고 있다. <시사인천>이 지난 4월 25일 연평도를 방문했을 때, 밤샘 쌍끌이 조업을 마치고 NLL 인근 수역에 대기 중인 중국어선은 약 140척에 달했다.

14년째 지속된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서해 5도 어민들의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여기다 어족자원 고갈과 해양생태계 파괴까지 누적돼 이루 말할 수 없는 손실을 입었지만, 조업 피해 보상은 이번에 빠졌다.

안행위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어민들은 개탄했다. 지난 3월 1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실태와 대책 마련 토론회' 때 예상한 대로였기 때문이다.

이 토론회에는 행자부, 해양수산부, 국회 입법조사처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 요지는 중국어선 단속 강화와 어민 피해 보상이었다. 하지만 단속 강화는 국방부 협조 없이 어렵고, 어민 피해 보상은 어구 피해 보상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행자부 지역발전과장은 "4월 임시국회 때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어구 피해를 보상하려한다"고 말했고,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어구 피해 보상은 해줘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회가 나서면 해수부에서도 나설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NLL수역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 앞으로 우리 해군 함정이 지나고 있다. 중국어선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다. 해군함정이 다가 왔을 때 중국어선은 잠자코 있다가 시동을 켜기만 했을뿐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중국어선은 해군함정이 자기를 단속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동만 걸뿐 움직이진 않는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 NLL수역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 앞으로 우리 해군 함정이 지나고 있다. 중국어선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다. 해군함정이 다가 왔을 때 중국어선은 잠자코 있다가 시동을 켜기만 했을뿐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중국어선은 해군함정이 자기를 단속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동만 걸뿐 움직이진 않는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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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서 여의도 왔을 때 지원한다더니, 개탄스럽다"

이번 개정안에 서해 5도 수산물 운반선 지원마저 누락돼, 어민들은 '빈껍데기 개정안'이라고 개탄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 4월 20일 연평도에서 수산물을 싣고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여의도에 도착했다. 그날 열린 입항식에 참석한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은 한목소리로 서해 5도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번 개정안에 운반선 지원을 반영하지 못했다.

행자부와 기획재정부는 물류비용이 높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지자체의 농수산물 택배비 지원 사례를 들어 서해경인아라뱃길 수산물 운반선 지원을 반대했다.

연평도에서 여의도까지 약 7시간에 걸쳐 배를 몰고 왔던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허탈하고 개탄스럽다.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보상이 어렵다면 피해 실태부터 파악하면 된다. 그런데 14년째 파악조차 안 하고 방관하고 있다"며 "특공대가 중국어선 단속하러왔어도 식비와 숙박비가 없어 작전수행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개정안의 가장 핵심이 보상과 운반선 지원이었다. 그걸 안 하면 쓸데없는 법 아니냐? 무용지물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5도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법이 아무 소용없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어떻게 14년째 방치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 보상도 안 하고, 운반선조차 지원하지 않으면 빈껍데기나 다름없다. 어구 피해 보상은 옹진군에서도 하는 사업이다. 낮에 NLL과 공해상에 대기 중인 중국어선 수백 척이 오늘 밤에도 어장을 싹쓸이한다. 이번 개정안은 서해 5도 어민들의 일말의 기대마저 쓸어갔다"고 비판했다.

박남춘 의원실 관계자는 "농수산물 운송선은 국비 지원 전례가 없다며 기재부와 행자부가 반대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운반선 지원을 꼭 통과시키려했지만 안 됐다. 다른 방법을 찾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지원 특별법, #안전행정위원회, #행정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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