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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나온 김신혜씨는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나온 김신혜씨는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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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 저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겐 이름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이X' '저X'이라 부르며 입에 피가 고이도록 저를 때렸습니다. 이걸 어떻게 잊을 수 있습니까?"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15년째 복역중인 무기수 김신혜. 그녀의 울먹임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더 끔찍한 기억도 있다. 그녀는 오열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김OO 형사에게 맞고 있을 때 고교생들이 완도경찰서에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김OO형사가 구타를 멈추고 제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했습니다. 제 머리를 만지는 그 손길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찬 방척석 곳곳에서 울먹임과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렸다. 김신혜씨의 할아버지인 99세의 김정길옹도 연신 한숨을 토했다.

"감형-가석방 필요 없다,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최창훈)는 13일 오전 11시 1호법정에서 일명 '김신혜 사건' 재심에 관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김신혜는 법정에 출석해 경찰 수사과정에서 겪은 폭행과 가혹수사, 영장 없이 진행된 위법한 경찰의 압수수색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신혜는 재판장 앞에서 "감형-가석방 다 필요 없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게만 해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죄가 없기 때문에 감옥에서 시키는 노역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래서 15년 동안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나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신혜씨의 할아버지인 김정길옹의 모습
 김신혜씨의 할아버지인 김정길옹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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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는 경찰의 폭행과 강압수사에 대해 "당시 강OO 형사와 김OO 형사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마치 샌드백 치듯이 내 머리를 때렸다"며 "내가 따지거나 질문을 하면 '야, 질문은 우리가 하는 거야'라며 아무 말도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검찰 조사 때 경찰 수사과정에서 겪은 폭행을 이야기했는데 검사는 오히려 '야, 너 그렇게 진술하면 경찰 수사 다시 받아야 된다'라고 나를 협박했다"며 "주먹으로 때리지 않고 말로 나를 짓밟는 검사가 경찰보다 더 무서웠다"고 말하면서 울먹었다.

또 김신혜는 "그때의 모든 상황을 잊지 않기 위해 교도소에서 속옷, 양말, 티셔츠 등에 기록을 남겼다"며 "수감 생활을 한 15년 동안 어디에도 억울함으로 호소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 앞으로 여러 개의 보험을 가입한 이유에 대해 "보험 모집인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 다른 모집인들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그 중 일부는 아버지 사망 전에 해약을 했고, 나머지도 아버지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가입한 것이어서 아무런 효력이 없는 상품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신혜는 마지막 진술을 통해 "일부에서는 15년 동안 수감돼 있었으니 몇 개월 더 갇혀 있는 건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내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자 상처"라며 "더는 나를 감옥에 방치하지 말고 빨리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 재심 개시 여부 견해 밝히지 않아

김신혜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
 김신혜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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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신혜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2000년 3월 당시 완도경찰서 측은 김신혜와 두 동생을 폭행하면서 수사를 했다"며 "그럼에도 경찰 수사기록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경찰의 위법 수사와 조작이 명확히 드러났으니 김신혜를 다시 법정에 세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명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 7일 새벽 김신혜의 아버지가 완도군의 한 버스승강장 앞에서 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완도경찰서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3월 8일 김신혜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수사기관은 김신혜가 보험금을 노리고 양주에 수면제를 타 아버지에게 먹여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도로에 사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김신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심문기일은 법원이 재심을 청구한 쪽을 불러 그 이유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다. 이날 재판부는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검찰 측은 "재심 청구인의 주장은 의혹 제기 일뿐이고, 이미 원심 재판 때 다뤄진 내용이었다"며 재심 청구 기각을 요청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김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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