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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수술을 받고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는 3개월간 병가휴가를 냈다.
▲ 휴가중 수술을 받고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는 3개월간 병가휴가를 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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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컨디션이 특별히 나쁘다거나 수술 전과 몸상태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기분 탓인지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일상 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약 2달 뒤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받아야 하고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처럼 쉬면서 몸을 좀 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장 복귀를 미루고 병가를 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나는 건강에 대해서 참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머리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 생활에선 건강을 가장 최하위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열일곱.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휩쓸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갑상샘암 진단을 받던 서른두살의 가을까지 꼬박 16년간을 피워왔다. 회식 핑계대면서 새벽까지 술마시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고 그중에 반 이상은 술을 이기지 못해 변기에 얼굴을 묻고 꽥꽥 거렸다.

평소 입맛 또한 '초딩 입맛'이라 고기와 인스턴트 음식에 환장했고 탄수화물과 나트륨 중독이었는지 밥을 먹고 배가 부른데도 길다란 통에 든 감자칩 한 통을 다 먹어치우곤 했다.

처음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을 땐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하늘을 원망했다. 수술을 받고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나에게 일어난 일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이제라도 새롭게 얻은 내 두 번째 인생은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다.

식단조절과 운동... 기본에 충실하며 몸을 추스렀다

몇번을 쉬어가던 이 등산로를 한달 후엔 쉬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 낙엽쌓인 등산로 몇번을 쉬어가던 이 등산로를 한달 후엔 쉬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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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일로 매일 걷던 신어천 공원
▲ 신어천 공원 격일로 매일 걷던 신어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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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진단을 받던 2013년 10월 4일. 그날로 16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확실한 계기가 있어서인지 그 뒤로 단 한 번의 금단증상도 없이 수월하게 금연에 성공했다. 이제 술과 폭식으로 망가져버린 내 몸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만 남았다.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 내 몸무게는 79.5kg으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던 순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62kg의 마른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뒤로 타지에서 혼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할 때 78kg까지 몸이 불어났다. 그 당시에도 과음, 폭식이 주 원인이었다. 한때 정신을 차리고 운동의 재미에 빠져 다시 67kg의 아주 정상체중의 몸으로 돌아왔던 적도 있었지만 이내 다시 흐트러진 정신 상태는 몸까지 망가뜨렸다.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 어떤 동기보다 강하게 와닿았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헬스 같은 운동은 할 수 없었고 그냥 멀쩡한 두 다리로 걸었다. 웬만한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무조건 걸어다녔다.

일주일에 일요일을 뺀 나머지를 격일제로 등산과 공원걷기를 시작했다. '산은 바라보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내가 스스로 등산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처음부터 무리할 순 없으니 1년에 두 번 있던 향방작계 예비군 훈련을 가면 전투화를 신고 올라가던 신어산 약수터까지를 목표로 잡았다. 쉬엄 쉬엄 올라가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몇 번을 쉬어 겨우 올라갔다.

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거라던 내가 스스로 신어산 정상에 올랐다.
▲ 등산 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거라던 내가 스스로 신어산 정상에 올랐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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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시작한 지 한달즈음 지났을까? 몸무게는 4kg 가량 빠졌고 등산이 익숙해져 약수터까지는 단번에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이 길러졌다. 그렇게 자신감이 붙은 어느 날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는 그 길로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날 신어산 정상에 서 있던 나에겐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가슴속에서 벅차 올랐고 이제는 뭘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 또한 생겨났다.

식습관도 조금씩 바뀌어서 집에 있어도 입에 안 대던 과일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나갔다. 금연을 해서 그런지 입맛이 돌아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는데도 먹는 양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병가 덕분에 매일 집밥을 먹어서 그런지 더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두 번째 외래 진료를 받는 날이 되었다. 오늘은 병원에 가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 치료를 위해 한 달간 체력을 키워왔으니 두려워 하지 말자고 마음 먹고 병원에 갔다.


태그:#갑상샘암, #운동, #식단조절, #다이어트,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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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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