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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23일부터 전원회의를 열어 201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합니다. 사용자는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에서 동결을, 노동자들은 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긴 논의가 전망됩니다. 그 결정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최저임금을 결정하시는 위원님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형마트에 입사한 지 8년째 접어드는 45세의 여성 가장입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열심히 일해도 늘 최저임금인 현실이 저를 무능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시급 5700원, 하루 7시간 근무를 하면서 받는 제 한 달 급여는 110만 원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것 말고는 월급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없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2016년 최저임금 결정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8년째 마트 노동자, 내 꿈은 적자 아닌 가계부를 쓰는 것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도 가계부는 언제나 적자. 열심히 일해도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 월급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 일해도 일해도 빚만 쌓입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도 가계부는 언제나 적자. 열심히 일해도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 월급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 박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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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결정하시는 위원님들께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떤 꿈이 이뤄지길 바라나요? 초등학교 6학년인 제 아이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이는 수많은 꿈 중 하나를 꺼내 "제 꿈은 게임방송 진행자"라고 행복하게 말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매번 바뀌지만 현재 자신의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꿈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남들처럼 행복한 미래를 위한 꿈을 꾸지 못합니다.

제 꿈은 그저 마이너스 대출을 전부 갚고 나서 적자 아닌 가계부를 쓰는 것입니다. 매달 급여에서 마이너스가 늘어나는 절망이, 언젠가는 플러스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제 삶에 더 이상의 마이너스가 없기를 바랍니다.

제가 처음부터 최저임금을 받는 회사에서 일한 것은 아닙니다. 결혼 전 10년 동안 제1금융권에서 근무했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연봉을 받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거치면서 예전의 화려한 경력은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38살 즈음 다시 직장을 구하러 사회에 나왔습니다. 사무직 자리로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어 봤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또는 "금융권 경력이 부담스러워 받기 어렵다"였습니다. 결국 나이에서 걸리고, 고연봉 경력이 걸리고... 그렇게 찾은 일자리가 대형마트였습니다.

급여의 차이는 당연히 하늘과 땅입니다. 금융권에서 근무할 때는 근무 연수가 늘어갈수록 직책도 오르고 급여도 올랐지만, 마트는 근무 연수가 올라가도 직책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급여도 시급제라서 최저임금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기에 입사 전 금액이나 현재 금액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입사 시 근무한 시간보다 지금 근무하는 시간이 회사 사정으로 줄었기에 제 급여는 정말 제자리입니다. 입사 8년차인데 말이죠. 제가 능력이 없어 급여가 늘지 않는 걸까요? 뼈 빠지게 일해도 매번 마이너스 가계부를 써야하는 현실, 너무 억울합니다.

최저임금 만 원, 희망을 꿈꾸게 하는 시작입니다

2015년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최저임금 1만원 보장하라! 2015년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박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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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연수가 올라도 급여가 늘지 않는다면 위원님들께서는 어떻게 가계를 꾸려 가시겠습니까? 자녀들의 교육에 어떻게 적극적일 수 있겠습니까? 마이너스 통장의 금액으로 어떻게 플러스 생활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모두 가능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호소합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님! 지난해보다 올해는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가가 오르는 금액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아야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최저임금 만 원의 실현이 저희 같은 노동자에게는 '달달한' 꿈입니다.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없는 절망보다는, 열심히 살면 살수록 희망이 보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입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모든 가장들의 어깨에 힘을 주세요. 최저임금 만 원으로 '힘없는 어깨보다 당당한 어깨로' 가정의 기둥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태그:#최저임금, #대형마트, #서비스, #민주노총, #마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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